환경부 한화진 장관, '기후위기 대응한다'며 세종보 가동해 생태계 파괴?

최승호 2024. 6.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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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다시 막으려는 윤석열 정부, 그리고 환경운동가들의 싸움

금강 세종보가 윤석열 정부와 환경단체, 야당들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전선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재자연화 정책을 폐기한 환경부가 6년 간 개방돼 있던 세종보를 닫으려하자 환경단체들이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야4당도 5월 27일 시민사회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감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세종보 재가동을 막고, 물 정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이 연대해 구성한 '금강 영산강 낙동강 보 철거시민행동'은 세종보 상류에서 38일째 천막농성을 하며 보 재가동을 막고 있다. 활동가들이 천막을 친 곳은 세종보의 수문을 닫으면 바로 물에 잠기는 곳이다. 활동가들은 세종보가 재가동될 경우 수중시위를 해서라도 반드시 막겠다고 결사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세종보 재가동에 맞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38일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금강 막으면 녹조 창궐하고, 흰수마자·흰목물떼새 등 멸종위기종 서식처 없어져"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이처럼 총력 대응하는 이유는 세종보 재가동을 막지 못하면 결국 4대강 보 전체가 닫혀 생태 재앙을 초래힐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보는 16개 보 중 가장 오랫동안 개방돼 생태가 개선된 상태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종보는 2018년 1월부터 완전 개방된 뒤 녹조현상이 95% 이상 줄어들었고, 모래톱이 살아나 흰수마자와 미호종개 등 멸종위기 1급 어류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조류 중에도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노랑부리백로가 발견됐고 강변에 둥지를 만들어 알을 낳는 멸종위기종인 흰목물떼새도 돌아왔다.

환경부가 세종보를 재가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생태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4대강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제했던 민물고기 연구자들의 최대 단체인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도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지난 5월 30일 세종보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완옥 한국 민물고기보존협회장은 “미호종개와 흰수마자가 ‘우리 집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는듯해 참석했다"며 “4대강 보를 만들면서 집을 잃었다가 이제 좀 돌아오는 애들인데 쫓아내야 되느냐”고 호소했다. 채병수 민물고기 보존협회 낙동강지부장은 “세종보를 재가동하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는 없어지고 물흐름이 느린 곳에서 사는 블루길과 배스가 낙동강에서처럼 창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의 민물고기' 저자이기도 한 채병수 박사는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고 생태계 위해종을 관리하는 것이 환경부 업무인데 거꾸로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환경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온전하게 유지하고 강을 흐르게끔 하는 게 원래 업무인데 지금 너무나 무식하고 무도한 행위를 하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후변화 대응한다면서 생태계 파괴하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독성 녹조가 창궐하고 생태계가 파괴되는 대가로 무엇을 얻는 것이기에 환경부는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주장했던 홍수 방지와 가뭄 해소 효과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세종보 해체를 결정한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허재영 전 위원장은 “보는 워낙 규모가 작아서 수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오히려 홍수가 나면 보 구조물 때문에 수위가 조금이지만 오히려 상승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보는 가둘 수 있는 물 양도 적어서 가뭄 해소 용도로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환경부가 내세운 목표는 무엇일까?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세종보를 조속히 정상화해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세종보 가동으로 소수력 발전을 해 탄소 발생 없는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소수력 발전은 물의 낙하차를 이용해 10,000kw 이하의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그러나 소수력발전을 일부 할 수 있다 해도 녹조를 발생시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문제가 훨씬 커서 세종보를 철거하는 것이 경제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내린 결론이었다. 

게다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한다는 것은 국제적인 합의이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회복되는 자연이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데, 기후변화 핑계를 대면서 생물 다양성 붕괴를 앞당기는 건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럽연합에서는 2030년까지 25,000킬로의 강에서 댐이나, 보를 제거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만큼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갖는 힘, 경제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금강 세종보를 재가동하려 하고 있다.

물을 채우는 것이 세종보 가동의 진짜 목표

결국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든지, 홍수나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주장은 전문가들로부터 ‘너무나 함량미달의 주장'이라고 평가절하되고 있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세종보를 재가동하려는 것은 결국 수면을 좀 넓히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종시는 '세종보에 물을 채워 관광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비단강 금빛 프로젝트'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당선됐다. 세종시는 금강에 스카이워크나 대관람차 같은 시설을 설치할 것을 검토 중인데, 이를 위해서는 세종보를 가동해 물이 꽉 차 보이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화진 장관도 세종보 재가동의 목표 중 하나로 ‘세종시 국제정원도시박람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

결국 세종보를 가동하는 진정한 이유는 물을 채우려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결론이다. 기후변화로 극한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수면이 넓은 것을 좋아하는 일부의 기호를 위해 생태계를 죽이는 것이 과연 환경부가 할 일인지 탄식이 나오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사라졌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미호종개가 세종보 개방 뒤 다시 돌아왔다.

문재인 정부는 왜 4대강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나

16개 보 중 가장 작아서 해체도 쉽고, 개방기간이 길어 생태도 많이 복원됐던 세종보를 문재인 정부가 해체하지 않은 것이 오늘날의 문제를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허재영 전 국가물관리위원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 결정을 한 것이 2021년 1월인데, 세종보는 규모가 크지 않아 환경부의 마음만 있었다면 어떤 식의 조치든 이루어질 수 있었을 텐데도 집행을 안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제 이행에는 적극적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 보 개방을 지시하면서 ‘2018년말까지 16개 보 처리방안을 확정짓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이나 지연된 2021년 1월에야 금강, 영산강 6개 보에 대한 처리방안만 결정됐다. 이낙연 총리는 ‘단 한 사람의 농민도 보 개방에 반대하지 않도록 설득하라'는 이행 불가능한 지시를 했고, 세종시 국회의원이던 이해찬 대표는 조명래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는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장관은 보 해체에 걸리는 기간이 '길게는 6-7년, 짧으면 4-5년'이라고 해 보 해체에 대한 적극적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후임이었던 한정애 장관은 '세종보 문제에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수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보 개방을 지시한 것 외에는 퇴임할 때까지 4대강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

환경단체 활동가들, 38일 째 천막농성 중

결국 문재인 정부가 남긴 짐은 환경운동가들이 고스란히 지고 있다. 세종보 재가동을 막기 위해 천막농성을 38일째 이어가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세종시는 2차 경고장을 전달했다. 오는 10일까지 천막을 자진철거하지 않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경찰이 천막을 철거하고 환경부가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담수를 시작할 경우 활동가들은 수중시위를 해서라도 끝까지 금강의 생태파괴를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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