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여한 없어"...81년만에 돌아온 사할린 동포 정태식씨 [재외동포청 개청 1년]
“고국에서 아침마다 눈을 뜬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할린 동포들이 한국에 정착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5월8일 경기도 안산시의 고향마을에 영주귀국한 사할린 동포 정태식씨(92)는 “81년만에 돌아온 한국에서의 생활은 매일매일이 기쁨이자 행복이다”라고 밝혔다.
정씨는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1943년 13살의 나이에 일제에 강제징용 당한 아버지를 따라 사할린으로 떠났다. 고향을 그리워하면서 돌아올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정씨는 81년만에 아들 정정우씨(65)와 며느리 정영희씨(65)와 함께 고국 땅을 밟았다.
정씨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으로 사할린에 간 동포와 그 후손을 잊지않고 끝까지 돌아올 수 있게 챙겨준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는 끝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셨지만, 자식들에게 고국을 잊지 말고 살라며 한국어, 한국 문화와 역사 등을 공부하라고 말씀하셨다”며 “한국말을 할 수 있게된 것은 아버지 덕분”이라고 감사함을 내비쳤다.
정씨는 아버지의 의지에 따라 사할린 동포 영주귀국 사업을 지원하고, 사할린 동포들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애썼다. 탄광 등에서 일하던 정씨는 사할린한인문화센터에서 후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산가족협회에 들어가 영주귀국 업무를 지원하는 등 동포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평생을 헌신했다.
정씨의 노력으로 사할린 동포들의 존재가 알려져 지난 1992년부터 영주귀국 사업이 시작, 5천여명의 동포가 고국에 정착했다.
다만, 정씨는 자녀들을 러시아에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신념 하에 영주귀국이 시작되고 30여년이 지난 이제야 모국으로 돌아왔다. 정씨는 “영주귀국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겠다고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특히 무엇보다도 자식들과 헤어질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남아있었던 것”이라며 “아직 가족이 다 한국에 정착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씨는 치매를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먼저 귀국한 동포들을 만나면서 사할린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정씨는 “안산을 비롯해 여러 지역을 둘러보고 고국을 느끼고 싶다”며 “거동이 쉽지는 않지만 조금이라도 한국에서의 생활을 즐기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정씨의 아들 정정우씨도 “아직 한국어도 서툴고 문화도 낯설지만 적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안산에 오신 뒤 아버지가 너무 마음이 편안해 보이셔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경험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씨는 “사할린에는 고국으로 돌아와 살고 싶어하는 동포 후손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며 “이들도 하루빨리 영주귀국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귀빈 기자 pgb028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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