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없고 '김정숙 특검'만 있는 KBS 뉴스
김건희 여사 소환 전망 부른 이원석 검찰총장 발언에도 전직 대통령 배우자 의혹만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고가 가방(명품백) 수수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련 의혹에 대해 검찰 조사가 이뤄질지 주목되는 가운데, 여권에선 전임 문재인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등에 대한 특검법을 내놨다. 공영방송 KBS는 관련 사안들이 쟁점화한 이틀간 김건희 여사가 아닌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만을 집중 보도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 가능성은 지난 3일 이원석 검찰총장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불거졌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난 이 총장이 '김 여사 소환 필요성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기자 질문에 이 같이 답한 것이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던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대해 올해 1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종합특검법을 재발의했다.
같은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배우자 김정숙의 호화 외유성 순방, 특수활동비 유용 및 직권남용 의혹 등을 위한 특검법'을 대표발의했다. 문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가 6년 전 인도 타지마할을 방문한 것을 문제 삼은 내용이다.
이렇게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의혹 및 수사가 쟁점화한 3일 이후 대다수 언론도 이를 주요 뉴스로 다뤘다. 지상파 방송사 가운데 MBC '뉴스데스크'는 3일 <'김정숙 특검법' 발의.. “물타기” 비판에 여당 “우려” 목소리도> <검찰총장, 김 여사 소환에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 등 리포트에서 두 사안을 각각의 보도로 다뤘다.
4일엔 <검찰총장 “김 여사 반드시 불러야”..대통령실과 갈등 2라운드?> 리포트에서 “최근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지휘부가 전부 교체되자 대통령실이 이 총장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며 “김건희 여사를 소환 조사하겠다는 이 총장의 방침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SBS '8뉴스'의 경우 3일 <“맞불 성격 있다”…윤상현, '김정숙 여사 특검법' 발의> 리포트에서 윤 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의혹의 요지를 전하는 동시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혐의를 잡아 수사기관에 고발하면 된다며 '생쇼'라고 비판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검찰에 관련 고발 사건이 있는 만큼 특검법 발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전했다.
4일엔 <김건희 여사 이르면 이달 '소환'…두 사건 한 번에> <국민의힘 “호화 외유” 공세… “김정숙 여사, 고소 예정”> 등 각각의 리포트로 전현직 대통령 배우자 의혹을 보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KBS '뉴스9'는 현직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관련해 별도의 리포트를 내보내지 않으면서,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만을 이틀 연속 다뤘다.
3일 KBS는 <“문체부 공문 보니…김 여사 동행으로 전용기·타지마할 추가”> <'김정숙 여사 종합 특검법' 발의…여야 공방 '격화'> 등 두 건의 리포트로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을 다뤘다. 여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는 두 번째 리포트에선 김정숙 여사 특검법에 대한 반발 주체를 “민주당 친문계 의원들”로 칭하면서, “민주당 지도부는 사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로 강경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4일 KBS '뉴스9'의 경우 <“문체부 공무원들은 타지마할 안 가고 귀국”…김정숙 여사 “법적 대응”> 리포트를 통해 김정숙 여사 관련 의혹만을 전했다.
KBS는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이른바 '땡윤 뉴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례로 윤 대통령이 예고에 없던 '국정 브리핑'에서 포항 영일만 일대에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을 발표한 3일 KBS '뉴스9'는 윤 대통령 발표 내용에 관한 보도를 10개 연속 내보내면서 검증이나 비판적 접근은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불렀다. 여권 추천 이사들이 다수인 KBS 이사회는 최근 2023년도 경영평가 보고서 가운데 KBS 보도가 '윤비어천가' 논란을 불렀다고 지적한 대목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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