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재건축 아닌 일반아파트까지 묶나”…강남 거래허가제 재지정, 이례적 보류
서울시 도시계획위 결론 못내
정비사업 없는 아파트도 묶여
제도 실효성 두고 논란 커져
서울시는 5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국제교류복합지구 및 인근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안건을 논의했지만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도시계획위원들 입장이 하나로 모이지 않아 일단 보류하고 다시 논의하기로 한 것. 재지정 여부가 당일에 바로 결정됐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서울시는 현재 강남구 코엑스부터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약 199만㎡에 달하는 지역을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지정해 육성하고 있다. 잠실 스포츠·MICE 복합공간 개발,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한강·탄천 일대 수변공간 정비 등이 대표 사업이다.
대치·삼성·청담·잠실동에선 현재 아파트만 토지거래 허가대상이다. 사실상 아파트거래 허가제로 전락한 것에 대해 그간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백번 양보해서 재건축·재개발 주택은 투기 우려를 감안해 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해도 일반 아파트까지 적용하는 건 지나친 과잉행정”이라며 “불요불급한 몇몇 지역을 제외하면 해제가 맞다”고 말했다. 이날 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도시계획위원은 준공 30년 미만이라 재건축 이슈가 없는 일반 아파트는 일단 규제를 풀고 집값이 너무 오르면 재지정하는 게 어떠냐는 의견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는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은 허가구역인데 서초구 반포동은 아닌 게 대표적이다. 두 지역 다 손꼽히는 부촌인데다 시기의 차이일 뿐 재건축 호재는 마찬가지다.
또 다른 위원은 “토지거래허가제가 지금까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운영돼긴 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 상황에서 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고 집값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란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강남3구 중심으로 집값이 오름세인 현 시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면 주택 시장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 잠실의 대표 단지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레지움)’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입주권이 신고가를 쓰며 그 여파가 잠실에도 미치고 있다. 게다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셋값은 1년 넘게 쉼없이 오르고 있다.
다만 재지정이 아닌 보류 결정에 일각에선 규제가 풀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피어오른다. 서울시가 지난 4년 동안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재지정해야 한다고 단호히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를 보여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일정 규모 이상인 부동산을 거래할 때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의 허가를 받도록 만든 제도다. 이 구역에 해당하면 실거주 목적으로만 부동산을 매수할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50대女 몰던 승용차에, 초등생 3명 날벼락…의정부서 대체 무슨 일? - 매일경제
- 혼자 살던 20대男, 백골상태 시신으로 발견…“고독사 가능성” - 매일경제
- 8세 초등생 유인후 살해 20대女...“ 만기출소땐 38세, 공부하고 싶다” - 매일경제
- “평생 고생한 아내를 위해”...대형병원 20분·강남생활권까지 노리는 이곳 - 매일경제
- “44명 자료 다 있다”…떨고 있는 ‘밀양 성폭행’ 가해자들, 결국 서로 제보? - 매일경제
- “갈 곳이 없습니다”…20년 1등 병원도 문닫았다 - 매일경제
- 강남 오피스텔 모녀 살인범은 65세 박학선…경찰 “잔인성·중대성 등 고려” - 매일경제
- “천만원으로 3억 벌었다”…여배우가 직접 설명하길래 믿었는데 ‘망연자실’ - 매일경제
- “우리가 봉이냐, 요금 올려도 봐주게”...넷플·쿠팡 신규가입자 ‘뚝’ - 매일경제
- “내게는 딸같은 존재” 美 여자대표팀 감독이 말하는 지소연과 인연 [인터뷰]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