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의 미친 연기와 8년째 라이벌 김고은의 놀라운 범용성[스타와치]

김범석 2024. 6. 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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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부작 ‘더 에이트 쇼’에서 광기의 8층 연기로 대중을 놀라게 한 천우희(넷플릭스 제공)
영화 ‘파묘’로 데뷔 12년 만에 천만 배우가 된 김고은(뉴스엔DB)

[뉴스엔 김범석 기자]

한 영화 제작자는 올 초부터 김고은, 천우희에게 잔뜩 공을 들이고 있었다. 두 배우 모두 연기력을 논하면 입만 아픈 톱티어인 만큼 캐스팅이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 그런데 최근 만났더니 섭외 리스트에 둘의 이름이 지워졌다. 물 건너간 이유를 물으니 ‘김고은은 ‘파묘’가 천만이 돼서’,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에서 작두 탄 연기 때문’이라며 씁쓸해했다. 근데 그게 캐스팅과 뭔 상관?

“그래선 안 되지만 내심 ‘파묘’와 ‘더 에이트 쇼’가 평타만 치길 바랐다”는 그는 김고은이 백상예술대상 여우주연상을 받는 걸 보고 매니저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워낙 많은 제안이 빗발쳐 마음을 비우고 있었다는데 그래도 '혹시나' 시나리오를 좋게 봐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던 거다.

넷플릭스 8부작 드라마 ‘더 에이트 쇼’도 론칭 이후 호불호가 갈려 내심 천우희 캐스팅에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소속사로부터 기다렸던 ‘감독님과 같이 뵐 수 있느냐’는 연락은 끝내 오지 않았다. ‘더 에이트 쇼’가 ‘파묘’ 만큼 터지진 않았지만 ‘8층 천우희 연기 미쳤다’는 호평이 대세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영화계가 어려운데 저한테까지 기회가 오진 않을 것 같다”며 낙담한 대표는 “천우희, 김고은이 2016년부터 캐스팅 때마다 겹치는 라이벌인데 이런 양강 구도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영화 ‘계춘할망’(2016) 때부터 천우희, 김고은이 최종 경합했고, 같은 해 tvN 드라마 ‘치즈인더트랩’도 두 배우가 나란히 최종 물망에 올랐었다. 비냉, 물냉처럼 둘은 데뷔 초부터 영원한 맞수였던 거다.

‘계춘할망’의 한 관계자는 “당시 김고은이 최종 픽스된 건 감독님과 투자사의 결정이었고, 김고은이 천우희보다 네 살 어린 점도 어필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 천우희가 더 어울린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교복을 입기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는 지적이 발목을 잡았다는 설명. 당시 윤여정도 캐스팅은 감독 권한임을 전제하며 “천우희, 김고은이 눈에 띄어 상대 배우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둘은 외모와 스펙, 데뷔 과정이 흡사하지만, 무엇보다 늘 경합하는 건 어떤 배역을 맡겨도 감쪽같이 해내는 놀라운 실력과 남녀노소 모두 호감인 범용성 때문이다. 특히 극단적인 캐릭터를 맡을 때 폭발력이 두세 배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천우희는 ‘곡성’에서 소름 돋는 귀신으로 나와 상영관의 체감온도를 낮췄고, 김고은도 이에 질세라 ‘파묘’에서 칼춤 추는 무당으로 관객의 혼을 뺐다.

이런 위태롭고 섬뜩한 캐릭터와 달리 로맨스물까지 꼭꼭 씹어먹는 ‘확장성’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원래 칼국수 잘하는 집이 수제비도 잘 뜨는 법. 천우희는 JTBC ‘멜로가 체질’(2019)에서 유능한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진주로 나와 안재홍과 티키타카 멜로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후 ‘이로운 사기’(2023)에 이어 종영 2회를 남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까지 평균 2년에 한 편꼴로 드라마에 출연 중이다.

멜로만 놓고보면 편수와 흥행 면에서 김고은이 다소 우세한데 ‘치즈인더트랩’을 시작으로 ‘도깨비’(2016), ‘유미의 세포들’(2021)까지 모두 히트시켰다. 둘 다 8등신 미녀는 아니지만, 주위에 있을 법한 현실 공감형 캐릭터에 판타지 요소를 불어넣는 해석과 표현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둘의 연기는 연극영화과 교본으로 써도 무방하다는 극찬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시장은 언제나 승자와 패자가 엇갈리는 냉정한 무대. 아무리 예술을 지향하더라도 소속사에 몸담은 이상 개런티로 상품성의 우열이 매겨질 수 밖에 없다. 현재까지 영화, 드라마 통틀어 작품 수는 천우희가 크게 앞서지만 흥행성은 김고은이 살짝 우세한 상황. 하지만 ‘더 에이트 쇼’에서 입증한 것처럼 천우희의 놀라운 연기는 상방이 열려있다. ‘마더’에 이어 만약 봉준호 감독이 천우희에게 한 번 더 손을 내민다면 전세는 언제든 역전될 수 있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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