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치 전셋값 올려받는다?”···임대차 2법이 미칠 전세대란 영향은
다음달 ‘임대차2법’ 시행 4주년을 앞두고 고공행진 중인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또 한 번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처음 사용한 ‘2+2년 매물’들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고, 그동안 전월세상한제에 묶여 전셋값을 5% 이상 올려받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신규계약으로 이를 만회하려 할 것이라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전셋값 상승에 대한 임대차 2법의 영향력은 과대평가됐다고 말했다. 2+2년 매물의 만기가 한 번에 돌아오지도 않거니와, 역전세 위험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황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부를 집주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행사해 다음달 만기가 도래하는 ‘2+2’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은 4781건이다. 다음달 갱신과 신규를 합쳐 계약서를 새로 써야 하는 서울 아파트 전월세계약(2만2002건)의 20%를 넘어선다. 올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2년 매물은 총 2만2989건에 달한다. 전세 시장에 파급력을 미치기엔 충분히 많은 물량이다.
일각에서는 전세 시장 불안을 심화시킬 요인으로 임대차 2법을 지목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일주일 전보다 0.10% 상승하며 5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2년 급락했던 전셋값은 지난해 5월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전세사기·역전세를 피하려는 비아파트 전세 수요가 소형 아파트로 몰린데다, 고금리 장기화·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매매 대신 전세에 눌러앉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8663건으로 1년 전(35709건)보다 19.3% 줄었다. 김지연 부동산R114 연구원은 “특히 서울은 신축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 전셋값 상승 기조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임대차 2법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고 말했다.
다만 임대차 2법의 영향력 자체는 과장됐다는게 대체적 평가다. 세입자들의 전세 계약 만료 시점이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닌 만큼 2+2매물의 가격이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집주인도 신규 세입자에게 터무니 없는 가격을 요구하면 그만큼 공실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수억원씩 뛰었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이는 일부 사례일뿐 서울 전체적으로는 역전세 위험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4억6500만원이었다. 임대차 2법이 시행됐던 2020년 7월(4억3518만원)보다는 6.85% 오르는데 그쳤고,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쯤인 2022년 7월(5억5550만원)보다는 오히려 16.3% 떨어졌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2법의 영향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전셋값이 지난달이 아니라 2년 전보다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2년 전은 전셋값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가 발생할 수는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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