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기반 작품들 잉태하고 꽃 피울 것"…국립극장 '여우락'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여우락 페스티벌이 15주년을 맞았습니다. 앞으로 20년, 30년 이어가며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작품들을 잉태하고, 꽃을 피워가겠습니다."(박인건 국립극장장)
국립극장 여름음악축제 '여우락(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페스티벌'이 오는 7월4~27일 달오름·하늘극장·문화광장에서 펼쳐진다. 올해 15회째를 맞은 '여우락'은 우리 음악에 대한 끊임 없는 고민과 시도를 담아내며 지금까지 총 관객수 7만7000여 명, 평균 객석점유율 90%를 기록했다. 올해는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을 주제로 23일간 우리 음악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12명의 독보적 예술세계를 조명한다.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가 예술감독을,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킴이 축제의 키 비주얼과 브랜드 영상 등 주요 시각 이미지를 담당하는 아트 디렉터를 맡아 '원·선·점'이라는 세 가지 테마로 축제를 기획했다.
박인건 극장장은 5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린 여우락 기자간담회에서 "저희 극장은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15살이면 고등학교 2, 3학년 정도의 왕성한 나이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마니아들이 즐기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 극장장은 "이번에는 '원·선·점'이라는 콘셉트로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다"며 "소리 뿐 아니라 빛이 함께 어우러지는 새로운 시도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박우재 예술감독은 "7월에 가장 빛나는 우리 음악의 관측이 시작된다"며 "우리 음악을 중심으로 한 아티스트들, 그 아티스트들의 에너지가 어마어마한데 그 모습들을 국립극장에서 모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진 틀 없이 독보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12명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마주하는 음악 축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온전한 세계를 마주하다'는 '여우락'의 기틀을 다진 주역들의 새로운 도전을 만나는 자리다.
개막작 '오:O'는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의 무대다. 자신의 자작곡을 김매자·김남진·황태인 등 세대를 아우른 무용수들, 24인조 국립국악관현악단 청년 오케스트라(문화예술인턴단원·청년 교육단원) 협연으로 선보인다.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은 부친인 고 허규 극본·연출의 연극 '다시라기'와 전통 장례 민속극 '진도 다시래기' 두 작품을 매개로 새로운 놀이마당 '다시:나기'를 무대에 올린다. 남도 음악의 맥을 이어온 거장 이태백은 각 분야 최고의 명인들을 한자리에 모아 가무악희를 집대성한 공연 '오리진 사운드'를 선보인다.
연주자와 작곡가, 지휘자인 원일은 '디오니소스 로봇:리부트'에서 아티스트 정재진과 조명·연출·의상 디자인을 맡은 오마 스페이스와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소리와 빛의 공간을 연출한다. 원일은 "가장 포스트모던한 인물인 백남준, 굿이 가진 영적인 요소 등을 통합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며 "디오니소스를 부르는 의식, 누구나 맞이하게 될 죽음에 바치는 예술가의 헌사"라고 말했다.
'선:확실한 세계를 목격하다'에서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호흡해온 젊은 국악의 아이콘 4인의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가야금 연주자 이준의 '경계면'은 가야금 자체의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울림을 통해 위안의 메시지를 전한다. 경기민요 소리꾼이자 싱어송라이터로 활약 중인 송소희의 '공중무용:화간접무'에서는 직접 작사·작곡한 동명 앨범 전곡을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송소희는 "경기민요 뿐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 서양음악도 공부하며 2~3년 전부터 스스로 만든 곡들을 발매하기 시작했다"며 "그것을 그릴 수 있는 스케치북 같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여성 탈꾼 박인선의 '박인선쇼'는 '렉쳐 퍼포먼스' 형식의 공연을 통해 탈과 탈춤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소통하며 유쾌하게 풀어낸다. 박인선은 "탈춤꾼은 무엇일까, 탈춤을 추는 박인선, 탈춤꾼이 아닌 박인선은 누구일까 고민하다 공연을 제작했다"며 "탈춤을 탈을 쓰고 춤추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탈춤에는 춤과 연기, 노래와 재담이 있다. 1인극으로의 박인선쇼를 통해 이 모든 것을 나누겠다"고 했다.
폐막작 '창(唱):꿈꾸다'는 국립창극단 단원이자 국악 대중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소리꾼 김준수의 첫 단독 공연으로 그간 활동에서 선보인 다채로운 음악들을 엮어 들려준다. 김준수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소리꾼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며 "우리 소리가 판을 치는 세상을 꿈꾸며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점: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다'는 미래의 전통을 실험하고 있는 창작자들의 무대로 꾸며진다. 타악 연주자 방지원의 '잔향:나무의 노래'는 엄숙한 제의와 흥겨운 놀이가 하나였던 한국의 전통적 정신을 이어가는 실험적 무대를 선보인다. 방지원은 "타악을 하면서 동해안 굿판 악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무대는 한국인 전체가 공유하는 심리적 유산인 한국적 무의식에 관한 이야기를 나무라는 상징적 존재에 비춰 이야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양금 연주자 윤은화의 '페이브(PAVE)'는 현악기와 타악기의 특성을 융합해 양금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시도를 펼친다. 윤은화는 "양금은 전통악기인 듯 하지만 서양에서 온 악기"라며 "공연을 통해 악기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전통양금, 개량양금, 전자양금까지 망라해 양금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서도민요 보컬 추다혜의 '부귀덩덩'은 문화광장 야외무대에서 펼쳐진다. 무가(巫歌)에 사이키델릭·힙합·소울·펑크까지 더해진 음악으로 신명나는 여름밤을 선사한다. 디지털 아티스트 메이킴의 '장면들'은 가야금 연주자 박선주와 거문고 연주자 황진아와 함께 하는 무대다.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세 명의 예술가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우주를 영상과 음악으로 표현한다.
국립극장은 오는 7월5~19일 국립극장 뜰아래 연습장과 공연예술박물관 별별실감극장에서 '여우락'을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여우락 아카데미'를 연다.
아카데미는 '여우락' 아티스트와 함께 만나 즐길 수 있는 일일 체험 프로그램 '여우락 애프터눈'과 청년 국악 예술가들을 위한 집중 멘토링을 제공하는 '여우락 워크숍'으로 나눠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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