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제가 '스타워즈' 제다이라니…영어 훈련 4개월 했죠"(종합)
'정치적 올바름(PC)주의' 논란에 "각자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감독님이 당신이 맡은 역할은 '마스터 솔'이라고 알려주시더라고요. 제가 제다이 역할이라는 데 정말 많이 놀랐죠."
배우 이정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이자 스페이스 오페라 '스타워즈'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애콜라이트'(The Acolyte)가 5일 베일을 벗었다. 8부작인 '애콜라이트'는 이날 1·2부가 공개됐고, 매주 수요일 1부씩 추가로 공개된다.
5일 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열린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이정재는 작품에 출연하게 된 계기와 뒷이야기 등을 털어놨다.
이정재는 맡을 역할이 뭔지 모른 채 일단 영국으로 가서 카메라 테스트를 봤다며 "카메라 테스트가 어떤 의미인지 사실 몰랐는데, 스태프에게 '당신 말고도 카메라 테스트를 받은 사람이 몇 명 더 있다'는 얘기를 얼핏 듣고 '이게 오디션이나 마찬가지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카메라 테스트를 보셨다는 다른 배우 중에는 유명한 분도 있었다"며 "테스트를 마치고 귀국하고 나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 캐스팅 소식을 듣게 됐는데, 그때 감독님이 제 역할이 마스터 솔이라는 걸 알려줬다"고 떠올렸다.
루카스필름이 제작한 '애콜라이트'는 1999년 개봉한 영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보다 100년 앞선 공화국 시대 말기를 배경으로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이야기를 다룬다.
공화국이 번영하던 평화의 시대에 제다이 기사들이 잇달아 살해당하는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았다.
이날 공개된 1·2회는 도입부터 메이(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제다이 마스터 인다라(캐리 앤 모스)를 찾아가 싸움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하고, 이 밖에도 스타워즈 세계관의 상징과도 같은 광선검 라이트세이버를 활용한 액션 장면이 등장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회당 40분 안팎의 짧은 분량에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펼쳐지고, 주인공 오샤(아만들라 스텐버그)의 살인 누명이 초반부에 빠르게 벗겨지는 등 답답함 없는 전개가 돋보였다.
특히 '스타워즈' 시리즈를 모르는 시청자도 보는 데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진입 장벽을 낮추고도 특유의 세계관을 살려냈다. 라이트세이버 등 상징적인 요소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고전적인 방식으로 화면을 전환하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전통을 지켰다.
이정재는 "'애콜라이트'는 기존 '스타워즈' 영화들의 윗세대 이야기라서 이 작품부터 보기 시작해도 무방할 것 같다"며 "('스타워즈'를 몰라도) 가볍게 접근하실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재는 비밀의 열쇠를 쥔 오샤의 옛 스승이자 제다이 기사단의 마스터 솔을 연기했다. 티저 예고편에 나오는 첫 대사가 솔의 것이었을 정도로 비중이 큰 역할로, 자애로운 인품에 지혜와 신념을 겸비해 주위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라는 설정이다.
특히 이정재는 작년 5월 영국에서 열린 스타워즈 팬 행사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 유럽 2023'에서 영어 연기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며 "스타워즈가 아니었으면 거절했을 것"이라고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이정재는 최근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영어) 발음 교정, 끊어 읽기 이런 것들을 계속하다 보니까 혀 양쪽이 다 닳아서 음식을 먹기도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공개된 1·2회에서 이정재는 능숙한 발음으로 영어 대사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정재는 이에 대해 "영어 선생님과 발음을 코치해주는 선생님 총 네 분에게 촬영 전 4개월 동안 매일 훈련받았다"고 설명했다.
마스터 솔은 한때 제다이 소속으로 그의 제자였던 오샤가 마스터 인다라를 살해한 혐의로 연행되다가 우주선 추락으로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오샤를 찾아 떠난다. 이 여정에서 솔은 죽은 줄만 알았던 오샤의 쌍둥이 자매 메이가 살아남아 인다라를 살해한 것을 알아내 그의 뒤를 쫓는다.
이정재는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는 모습으로 드라마 초반부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아끼는 제자가 살인범으로 지목된 데 대한 당황스러움과 동료가 죽은 데 따른 안타까움 등 여러 인간적인 감정을 표현했고, 제다이 살인범과 맞붙는 1대 1 액션 연기도 선보였다.
이정재는 이 같은 연기에 대해 "기존의 제다이 캐릭터들보다 인간의 감성에 더 가까운 표현을 하면 어떨까 생각해서 감정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에 한국인 배우가 출연하는 것은 '애콜라이트'의 이정재가 처음이다. '애콜라이트'는 이정재 외에도 아프리카계 배우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주인공인 오샤와 메이 1인 2역을 맡았고, 키미 역할의 매니 재신토(필리핀계), 아니세야 역할의 조디 터너-스미스(아프리카계) 등 여러 유색인종 배우가 출연한다.
일각에선 그간 백인들이 맡아왔던 제다이 역할을 이정재가 맡은 것이 디즈니가 '정치적 올바름(PC) 주의'에 사로잡혔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예고 영상엔 인종차별적인 악성 댓글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정재는 이런 논란에 "'스타워즈' 시리즈를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각자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고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스타워즈' 영화들 속 제다이의 복장이나 무술, 사고방식, 철학에서도 동양의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모습이 어디서 왔을지 생각해보면 이전 시대엔 동양인의 모습을 가진 제다이가 있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래서 제가 캐스팅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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