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든 사직이든 지금보단 낫다…'꽃놀이패' 쥔 전공의들
전공의들이 복귀와 사직이라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정부가 각종 명령을 철회하고 복귀 시 행정처분 중단 등 '면죄부'를 약속하면서 운신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어떤 결정을 내리던 전공의에게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열어 "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제 전공의 복귀와 사직서 수리 여부는 온전히 병원장을 포함한 병원 의료진의 몫이 됐다. 사직서 수리 기간은 별도로 지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복귀 전공의에겐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미복귀 전공의는 의료 현장 상황, 전공의 복귀 수준,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대응한다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 조 장관은 "조속히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서는 수련 기간 조정 등을 통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정처분에 대한 면죄부와 전문의 취득이란 혜택을 동시에 줘 복귀율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전공의들이 '꽃놀이패'를 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직, 복귀 중 어떤 선택을 해도 전공의에게 유리한 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먼저 사직서 수리는 '자발적 사직'을 주장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났을 때부터 바라던 바였다. 그동안은 전공의 신분이 유지돼 타 병원에 겸직이 금지됐지만, 사직이 수리되면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다른 병원에 취업도 가능해진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전공의에게는 '활로'가 열리는 셈이다. 새로운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수도 있다.
다만, 불이익은 일부 감수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 규정에 따라 전공 과정 중간에 사직하는 경우는 같은 진료과목, 같은 연차에 1년 이내 다시 복귀할 수 없다. 적어도 내년 6월까지는 어떤 수련병원에서도 전문의 과정을 밟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공의가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의무사관(군의관) 후보생' 신분이라면 사직서가 수리된 후 가까운 시일 내 입대해야 한다.
수련받던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예전과는 다른 여건에서 교육·수련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전보다 근로자로서 부담은 줄고 교육생으로서 지위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연속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개편 등 수련환경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의대 교수는 '착취 사슬의 중간 관리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전공의를 대할 가능성이 크다.
처우 개선 등 근무 환경에 대한 전공의의 발언권도 이전보다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상진료체계 유지와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각 병원이 진료 보조(PA)간호사, 전임의 등을 추가 채용한 만큼 전공의의 업무 부담은 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선생님(교수)보다 선배(전임의)가 전보다 더 많아져 전공의가 궁금한 점을 묻거나 도움을 구하기도 더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전공의에 대한 정부의 각종 명령 철회는 환자 입장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꼭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아도 전체 활동 의사가 증가하면 인력에 여유가 생겨 병원 간 이동이 수월해지고 환자 수용 능력도 전반적으로 증가한다. 군의관 인력 풀이 확대될 경우 수련병원에 차출하기도 용이하다. 중증·응급 환자 치료 등을 위해 수련병원이 사직 전공의를 일반의로 채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다만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병원 정서상 떠난 제자(전공의)의 빈자리를 일반의로 채우는 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채찍(강경책) 대신 당근(회유책)을 제시한 정부에 의사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며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앞서 복귀해 환자를 지킨 전공의와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현장 의료진이 지쳐가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이 커지는 상황에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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