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정의 구현"?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재조명과 후폭풍 [스프]

심영구 기자 2024. 6. 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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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여 년 전 경남 밀양에서 벌어졌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10대였던 가해자 중 일부의 신상정보와 근황 등이 공개되면서 당시 처벌이 적절했는지, 이런 식의 사적 제재는 괜찮은지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해당 유튜버는 2004년 세상에 알려졌던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한 남성을 지목하고 신상정보와 근황 등을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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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20여 년 전 경남 밀양에서 벌어졌던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조명받고 있습니다. 당시 10대였던 가해자 중 일부의 신상정보와 근황 등이 공개되면서 당시 처벌이 적절했는지, 이런 식의 사적 제재는 괜찮은지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발단은 지난 1일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에 올라온 영상이었습니다. "밀양 성폭행 사건 주동자 ○○○, 넌 내가 못 찾을 줄 알았나 봐?"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해당 유튜버는 2004년 세상에 알려졌던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한 남성을 지목하고 신상정보와 근황 등을 공개했습니다. 그의 현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는 등 추가 폭로도 이어졌습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그가 일했던 식당에는 이른바 '별점 테러'가 쏟아졌고, 해당 식당이 불법 건축물이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담당 지자체가 조사에 나섰고 해당 식당은 6월 3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습니다.
 
밀양 집단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곳으로 지목된 식당
 
역시 가해자로 지목된 또 다른 남성은 사건 이후 개명하고 수입차 딜러사의 전시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근황이 공개됐습니다. 이런 사람을 고용했다며 비난이 쏟아지자 이 회사는 "해당 사안을 엄중하게 인지해 해고했다"고 입장문을 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경남 밀양시의 고등학생 40여 명이 1년에 걸쳐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줬던 사건입니다. 처음 경찰은 17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발표했는데 부실 수사 논란이 일면서 수사팀을 재편하는 진통 속에 추가로 3명을 더 구속하면서 피의자는 44명이 됐습니다.

검찰은 이 중에서 10명만 재판에 넘겼고 20명은 소년부로 송치했습니다. 검찰 단계에서 소년부로 송치되면 소년보호재판을 받게 돼 전과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나머지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부산지법 가정지원은 재판에 넘겨진 10명 중 5명에 대해 2005년 장단기 소년원 송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1명은 장기(7호 처분)를, 4명은 단기(6호 처분)를 받았습니다. 7호 처분은 2년 이내, 6호 처분은 6개월 이내의 미성년자 교정시설 수감에 해당하는 형입니다. 나머지 5명에겐 장기보호관찰과 함께 80시간의 사회봉사활동 및 40시간의 교화프로그램 수강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정리하면 당시 입건됐던 44명 중에 소년원에 갔던 5명을 제외하면 수감된 가해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소년원에 간 5명을 포함해도 전과 기록이 남은 이들은 없었습니다. 그중 일부가 아무 잘못이 없었다는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게 공개되면서 대중의 공분을 일으킨 것으로 보입니다.
 

한 걸음 더

"20년 만에 조금이나마 정의가 구현됐다"는 반응도 있지만 '사적 제재'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이슈의 불씨를 제공했던 유튜브 채널 '나락 보관소'는 해당 영상들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덕분에 구독자 수도 5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으로 역시 수백만 조회수를 올린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나 '감빵인도자' 같은 유튜브 채널도 계속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른바 '참교육'과 '사이다 결말'을 원하는 대중의 열망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해당 채널 운영자의 판단에 따라 사건을 재구성하면서 불분명한 정보가 사실처럼 확산되고 그로 인해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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