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삼성전자, 어떤 인증 테스트도 실패한 적 없어"
엔비디아·AMD·인텔 등 일제히 차세대 AI 가속기 공개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그동안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점해 왔던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이 AMD와 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뛰어들며 무한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이에 AI 가속기의 필수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공급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IT 전시회 '컴퓨텍스 2024'에 참석하기 위해 대만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HBM의 엔비디아 인증 실패설'을 직접 반박하며, 차세대 AI 가속기에 삼성전자의 HBM이 탑재될 것임을 사실상 확인했다.
황 CEO는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모 등 문제로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직 어떤 인증 테스트에도 실패한 적이 없다"며 "“삼성과의 작업은 잘 진행되고 있다.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에게 필요한 HBM의 양은 매우 많기 때문에 공급 속도가 무척 중요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모두 협력하고 있으며, 이 3곳의 업체에서 모두 제품을 제공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와 인텔 등 AI 반도체 업체들은 잇달아 차세대 AI 가속기 모델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경쟁 모드에 들어갔다. 엔비디아는 신형 AI 가속기 '블랙웰'을 선보인 지 3개월도 안 돼 차세대 모델 '루빈' 출시 계획을 밝혔다.
특히 엔비디아는 1년 주기로 새로운 AI 가속기 플랫폼을 내놓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하며, AI 가속기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지킨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황 CEO는 "엔비디아의 리듬은 1년 주기다. 우리의 기본 철학은 매우 간단하다"며 "전체 데이터센터 규모를 구축하고, 1년 주기로 구성 부품을 판매하며, 모든 것을 기술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을 선점한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사들도 앞다퉈 차세대 AI 가속기 모델을 선보였다. 펫 갤싱어 인텔 CEO는 전날 '컴퓨텍스 2024' 컨퍼런스에서 자사의 AI 가속기 '가우디' 시리즈의 가격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가우디2는 경쟁사 대비 3분의 1 수준, 가우디3는 3분의 2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재 AI 추론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H100'과 비교한 것이다. 인텔은 가우디3가 동급 규모의 H100보다 학습 시간이 최대 40% 빠르다고 자신하고 있다.
AMD도 AI 가속기 신제품 'MI325X'를 공개하며 연내 출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AMD에 따르면 MI325X는 이전 시리즈인 MI300 시리즈와 비교해 최대 35배 향상된 AI 추론 성능을 제공한다. 업계 최고인 288기가바이트(GB)의 초고속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탑재한 제품이다. AMD는 이후 내년에 MI350 시리즈를 선보이고, 2026년 AMD 인스팅트 MI400 시리즈를 출시할 예정이라는 로드맵도 밝혔다.
수 CEO는 특히 HBM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컴퓨텍스 2024' 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비즈니스가 잘 돼가고 있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AMD는 삼성전자로부터 HBM3를 공급받고 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와의 HBM 관련 협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수 CEO는 "멀티소싱(복수 조달) 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답했다.
AI 가속기 시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HBM 수요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엔비디아-SK하이닉스, AMD-삼성전자의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엔비디아는 삼성전자를, AMD는 SK하이닉스를 추가로 AI 반도체 공급망에 편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도 AI 가속기 '가우디'에 들어가는 HBM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공급받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커지는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상욱 신영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등으로 향후 약 11억5000만 GB의 HBM 수요가 발생하고, 내년에는 22억3000만 GB의 수요가 있다"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데 기존의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의 물량만으로는 역부족인 만큼, 삼성전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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