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아래로 떨어진 가계부채 비율… 금리인하 탄력 받을까

최온정 기자 2024. 6. 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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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비율 93.5%… 통계상으론 금융안정 개선
‘가계부채 80%’ 목표 한걸음… ‘통계적 착시’ 주장도
5월 CPI 상승률 2.7%로 둔화… 근원물가는 2% 달성
“한은, 금융안정 부담 덜 것… 물가 상승률이 관건”

한국은행이 통계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는 과정에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표들이 줄줄이 개선됐다.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3.5%로 떨어지면서 100%를 밑돌았고, 50%를 넘겼던 국가채무비율도 46.9%로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평가한다. 가계부채 비율이 개선되면서 통계상으로는 민간의 금융 안정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물가 상승률도 둔화하면서 한은의 정책목표인 물가·금융 부문의 불확실성이 줄아드는 모습이다.

◇ 명목 GDP 165兆 늘어… 가계부채비율 93.5%로 ‘뚝’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2401조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기준연도인 2015년을 기준으로 산출한 GDP 2236조원보다 7.4%(165조원) 증가했다. 명목 GDP의 증가분을 나타내는 베이스업(base-up)률은 2020~2023년 모두 6~7%대였다.

명목GDP 베이스업률. /한국은행 제공

명목 GDP가 늘어난 것은 경제총조사와 같은 기초자료 수집 과정에 사용하는 행정자료가 많아지면서 기존에 GDP에 반영되지 않던 부문도 통계치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특히 경제총조사의 경우 과거에는 조사 기반이었지만 이제 행정 등록 기반으로 바뀌어 소규모 사업자들이 많이 포착됐다”고 했다.

명목 GDP가 증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지표들은 줄줄이 개선됐다. 2015년을 기준으로 집계한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0.4%였는데, 2020년으로 바꾼 후에는 93.5%로 낮아졌다. 국가채무비율(중앙·지방재정 채무÷명목 GDP)도 50.4%에서 46.9%로 떨어졌다.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까지 반영한 정부부채비율은 55.2%에서 51.4%로 내렸다.

실질 GDP 성장률은 2021~2022년 수치가 상향 조정됐다. 2021년 성장률은 4.3%에서 4.6%로, 2022년 성장률은 2.6%에서 2.7%로 바뀌었다. 다만 지난해 성장률은 1.4%로 같았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기준년 개편 전 3만3745달러에서 개편 후 3만6194달러로 증가했다.

한은은 “국민계정 통계의 현실 반영도를 높이기 위해 기준년을 최근 시점으로 변경하는 기준년 개편을 주기적으로 실시한다”면서 “최근 생산기술 및 산업구조 적용 등을 통해 국민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지속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가계부채 80%’ 목표 성큼… 근원 CPI도 2%대로 ‘뚝’

전문가들은 기준연도 개편으로 한은의 금리 인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계부채비율이 떨어지면서 정책목표 중 하나인 금융안정의 달성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창용 한은 총재는 “현재 100% 이상인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90%를 거쳐 점진적으로 80%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한 바 있다. 기준년 개편으로 중간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근 둔화하는 물가상승률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4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르면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2.9%) 대비 0.2%p 하락했다.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석유류 제외)는 2.0% 오르면서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에 부합했다.

권효성 블룸버그 한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가계부채비율 하락으로 금융안정 리스크(위험·risk)에 대한 우려가 어느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 “가계부채 증가율이 명목 GDP 성장률보다 낮게 유지되도록 잘 관리하면 한은 목표치인 80%대로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3분기에는 물가 상승률도 더 낮아져 금리 인하에 필요한 금융·물가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아직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주장도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가계부채비율이 낮아졌지만 바뀐 것은 통계일 뿐 현실은 똑같다”면서 “CPI 상승률이 2.3~2.4%로 낮아지는 흐름이 확인돼야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8월과 9월까지 물가 추이를 보고 10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디레버리징(부채 축소·deleveraging)이 된 것이 아니라 숫자 조정의 결과이므로 가계부채비율을 더 낮출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가계부채비율이 90%대로 떨어지면서 최종목표(80%)와의 격차가 작아졌으므로, 한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부담은 많이 줄 것”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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