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이거나 ‘도사’거나…동해 석유 ‘천공 논란’에 與도 ‘갸우뚱’

박성의 기자 2024. 6. 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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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공, 尹 ‘석유 매장’ 브리핑 2주 전 유튜브서 “우리도 산유국 된다”
野 “천공의 그림자” 의심…與 “음모론 멈춰라” 반발 속 ‘당황’ 기류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역술가 천공(왼쪽)과 용산 대통령실 전경 ⓒ유튜브 정법시대·연합뉴스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아? 앞으로 돼. 이 나라 저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아. 그 때(과거)는 손 댈 수 있는 기술도 없었고, 대한민국 밑에는 보물덩어리입니다. 인류에서 최고의 보물이 여기 다 있는거라."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라온 역술인 천공의 발언이 정치권 진앙으로 부상했다. 공교롭게도 이 발언 2주 후,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 석유 시추 지시를 내린 사실을 발표하면서다. 해당 영상에서 천공은 "한반도에 있는 광물질들이, 엄청난 값들로 쓸 수 있는 것들이 파면 다 나온다"며 "이런 귀한 것을 만지면서 국가가 일어선다"고 자신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부부의 측근으로 의심받았던 천공이기에 야권은 다시 한 번 대통령실과 천공 간의 '유착설'을 의심하는 모습이다. 여당이 '음모론'이라 반발하고 있으나, 여권 일각에선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읽힌다.

논란이 된 발언은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천공이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천공은 해당 영상에서 △광물의 생성 원리 △자원의 희소성과 특수성에 따른 가치 △한반도의 지리적 특성 등을 약 15분에 걸쳐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곧 산유국이 된다"고 전망한 게 윤 대통령의 '동해 시추 발표'로 현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한반도의 석유 매장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5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포항 영일만 인근에 시추공 3개를 뚫다가 2공구에서 드럼통 한 개 분량의 검은 액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유라고 청와대에 보고된 물질은 이후 경유로 확인됐고, '해프닝'으로 그쳤다.

그러나 이후에도 학계와 재계에서는 한반도의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기대, 탐구해왔다. 단지 어느 지역에, 어떤 방법으로, 어느 시기에 시추를 시도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천공의 발언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는 오랜 기대이자, 낡은 학설로 치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다만 천공이 과거부터 윤 대통령 부부의 '멘토'라고 의심받아 왔기에, 이번 발언 역시 논란이 된 모습이다.

나아가 천공의 과거 발언 역시 다시금 소환되고 있다. 천공은 지난 2018년 8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용산에는 어떻게 그 힘을 쓰느냐 하면 용이 와야 한다. 용이 어떻게 오나. 용은 그냥 오면 쓸모가 없다. 여의주를 들고 와야 한다. 여의주가 뭔가. 법이다. 인간한테, 사람한테 최고의 사람을 용이라고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후 윤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고 첫 사업으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추진하면서 해당 전망은 적중한 모양새가 됐다.

반복되는 우연에 정치권에선 '천공은 실세이거나, 실제 도사이거나 둘 중 하나'라는 우스갯소리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이 중 야권은 전자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4일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 천공 논란과 관련해 "저는 굉장히 공교롭다는 생각"이라며 '천공의 말을 국정에 반영할 가능성'과 '국정의 방향성을 천공에게 미리 누설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만약에 이 우연들이 많이 겹쳐진다면 결국 가능성은 그 두 가지 아니겠나. 그런데 그 두 가지 다 국민들이 보셨을 때는 참 황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있을 리가 없는 외국 사기업 보고서를 믿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를 했다"며 "워낙 황당하게 국정을 운영하니까 국민 신뢰는 바닥을 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중요 발표를 할 때마다 네티즌들은 '천공'이라는 해괴한 자가 비슷한 말을 했는지 찾아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의심에 대통령실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 지도부는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여권 일각에는 반복되는 '우연'에 당황스러운 분위기도 읽힌다.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천공의 '산유국' 관련 발언에 "정말 그런 말을 대통령의 발표 직전에 한 것이 맞냐"고 되물은 뒤 "정말이라면 참 공교롭긴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대통령이 직접 시추 지시 발표를 한 게 논란을 키웠다. 장관이 발표했다면 이런 논란이 번졌겠나"라며 "참모진의 미스테이크(mistake·실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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