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기업 손 굳게 잡은 인텔…"엔비디아 독주 막는다"
개방형 AI 생태계 꾸려 엔비디아 독점 제동
인텔이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의 엔비디아 독점 체제를 흔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엔비디아가 AI 애플리케이션 지원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를 통해 폐쇄적인 생태계를 앞세운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특히 인텔의 개방형 AI 생태계의 중심에는 한국 기업이 있다. 인텔은 네이버를 비롯해 삼성전자, SK, LG전자 등 기술 경쟁력이 검증된 한국 기업과 협력을 지속해 AI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개방형 생태계로 AI '새 지평'
인텔코리아는 5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인텔 AI 서밋 서울 2024'를 열고 인텔의 AI 비전과 전략을 공유했다. 인텔 AI 서밋은 인텔이 해마다 전 세계 각국에서 혁신 기술을 논의하는 행사로, 한국에서는 올해 처음 열렸다.
이날 키노트 발표에 나선 저스틴 호타드 인텔 데이터센터·AI그룹 수석 부사장은 "2026년까지 기업 80%가 생성형 AI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생성형 AI에 대한 기업 지출은 2027년까지 4배로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변화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짚었다.
인텔은 모두가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진정한 AI 시대를 열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AI PC부터 엣지,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 라인에서 개방형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저스틴 호타드 부사장은 "특히 기업이 엔터프라이즈 AI에 있어서 활용 사례를 늘리고 애플리케이션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런 지원을 통해서 누구나 생성형 AI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이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어 선택지와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공개될 가우디3, 경쟁력은
개방형 생태계를 앞세운 인텔이 엔비디아와 경쟁할 제품은 올해 3분기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가우디3'다.
앞서 인텔은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가우디3의 성능을 공개한 바 있다. 이 행사에서 펫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가우디3가 엔비디아 H100 대비 학습 시간이 최대 40% 빠르고, 대규모언어모델(LLM) 실행 시 최대 2배 빠른 추론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우디3의 성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가우디3의 경우 3세대 제품인 HBM(고대역폭메모리)2E가 탑재된다. 엔비디아의 H100에 4세대 제품인 HBM3가 사용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생성형 AI 학습을 위해서는 처리장치와 D램이 데이터를 신속하게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 AI 학습 성능을 높이기 위해 대역폭(시간당 전송할 수 있는 데이터 양)이 우수한 신형 HBM D램이 요구되는 이유다.
하지만 HBM2E의 핀 당 데이터 전송률은 3.6Gbps(1초당 전송되는 기가비트 단위의 데이터)로, HBM3(6.5Gbps)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가 2배 느리다. 게다가 엔비디아는 올해 출시 예정인 H200과 B100에 5세대 제품인 HBM3E를 사용할 예정이다. 인텔은 2세대 뒤쳐진 구형 HBM이 탑재된 제품으로 엔비디아와 경쟁하게 되는 셈이다.
인텔은 이러한 우려를 '가성비'와 '생태계'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인텔에 따르면 8개의 인텔 가우디3와 범용 베이스보드가 포함된 제품은 12만5000달러다. 이는 엔비디아의 동급 제품인 H100 기준 3분의 2 수준이다. AI 반도체 기업이 제품 가격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가격 경쟁력을 자신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저스틴 호타드 부사장은 "가우디3는 시장에 존재하는 다른 솔루션 대비 가격 대비 성능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이라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에 필요한 기능들의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인텔은 이런 균형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 인텔 AI 생태계 중심"
특히 이날 인텔은 AI 생태계 구축에 있어 한국 기업들과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스틴 호타드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인텔의 AI 미래 비전에 중심에 있다"며 "한국의 파트너사들과 함께 AI PC 시대를 열어가는 것에 대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 4월 가우디2를 기반으로 한 LLM(대규모언어모델) 학습 인프라 구축을 위해 네이버와 협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AI 애플리케이션의 확산 도입을 위한 6G 관련 협력을 맺었다.
저스틴 호타드 부사장은 삼성전자, LG전자와의 협력 관계에 대해 "AI PC 확산을 위한 중요한 디바이스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특히 삼성과는 의료 분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전일 컴퓨텍스 2024에서 팻 겔싱어 CEO가 직접 삼성과 협업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AI 서밋 행사에는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도 직접 참석해 엔비디아의 독주를 막기 위해 시장 참여자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 센터장은 "현재 생성형 AI 시장은 특정 기업(엔비디아)의 AI 칩 중심으로 상당히 독과점화되고 있다"며 "문제는 이런 독과점이 생성형 AI 비즈니스 기회를 제한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해당 기업 관점에서도 아주 행복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며 "시장이 훨씬 커져야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는데 현재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AI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엔비디아의 이같은 독과점을 해소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경쟁력 있는 대안이 나와 선택지가 넓어져야 전체적인 생성형 AI 시장 기회가 더 넓어지고 많은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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