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 공모…의혹 투성”
“설계 공모 심사위원 관둔 업체 대표가 참여한 작품이 뽑혀”
광주시 “심사위원 사직 건축사에 심사자료 사전 제공치 않아”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사업비 1200억원이 투입되는 메가프로젝트 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 건립사업의 건축 설계 공모가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설계 공모 심사위원을 그만 둔 업체 대표가 참여한 컨소시엄 작품이 당선작으로 뽑히는 등 광주시가 공모과정에서 내부 규정과 지침을 다수 어겨 공정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직원·공무원 설계공모 운영위원 참여…운영기준 위반"
신수정(더불어민주당·북구3) 광주시의원은 4일 광주시에 대한 시정 질문에서 "(광주비엔날레 새전시관 건립 관련)공공건축물 설계 심사위원 운영과 퇴직공무원 취업제한 심사 등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비엔날레 전시관 설계 공모작으로 선정된 컨소시엄 참여업체인 A 건축사무소의 경우 대표가 지난해 8월 17일 설계 공모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후 8월 28일 사직하고 공모에 참여했다"며 "공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또 "심사위원 자격이 없는 재단 직원과 공무원이 설계 공모 운영위원으로 참여한 것과 재단 직원이 예비 심사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운영 기준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설계예정액 10억원 이상인 경우 심사위원을 예비 포함 11명 이상으로 해야 하나 9명만 둔 점, 동일인의 심사위원 위촉 횟수를 2년 3회 이내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4∼8회까지 위촉한 점도 지적했다.
광주시 퇴직 공무원의 심사위원 참여 가능 여부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 의원에 따르면 광주시 종합건설본부 설계 공모 담당 부서 공무원이 퇴직 직후 취업한 B 사무소가 컨소시엄 형태로 광주비엔날레와 김대중컨벤션센터 제2전시관 설계 공모에 모두 선정됐다.
이에 대해 신 의원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는 지점"이라며 "취업 제한 심사를 제대로 하거나 대상자가 아니더라도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광주시는 심사위원을 사직한 건축사에게 사전에 심사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았으며 예비심사위원에 이름을 올린 직원 역시 실제 심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국제 지정 공모를 하면 설계 예산인 52억원의 5배 이상 소요돼 현재와 같은 공모 방식으로 하게 됐다"며 "재단 직원의 심사위원 참여 가능 여부 등은 확인 후 다시 답변드리겠다"고 말했다.
광주비엔날레 새 전시관은 오는 2027년 개관을 목표로 총사업비 1182억원을 투입하는 메가 프로젝트다. 현 비엔날레 주차장 부지인 북구 매곡동 3만4925㎡에 전시관 연면적 2만2776㎡, 주차 면적 9500㎡ 규모로 신축될 예정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9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건립 국제설계공모에 들어가 지난해 12월 당선작을 발표했다. 당선작은 시민이 자유롭게 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지하에 기획전시 플랫폼, 지상 1층에는 레스토랑·카페테리아·아트카페·학습공간·교육공간·다목적 상영관을 배치했다. 2층 열린 광장, 3층 자료실과 학예연구실, 4층 상설 전시관 조성을 구상했다.
지역미술계 "재공모하라"…광주시 "절차상 하자없어"
그러나 건축설계 공모 당선작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광주지역 미술인들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설계 재공모'를 주장하며 반발하면서다. 설계 당선작이 마치 성냥갑을 엎어 놓은 듯이 너무 평범해 광주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브랜드가 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지역 미술계의 주장이었다.
광주지역 원로미술인과 광주민예총, 광주민미협 등은 지난 1월 9일 광주 예술의 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광주시가 공모를 통해 결정한 당선작은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광주비엔날레의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참신성과 실험성도 크게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광주시는 국제 설계공모를 진행하면서 공고 20일 만에 참가신청을 마무리하고 45일 만에 공모 안을 접수해 이후 10일 만에 당선작을 발표했다"며 "현장 답사 등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광주시는 조급히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설계 공모 기간이 턱없이 짧아 외국의 유명 작가의 참여가 제한당하는 등 졸속으로 추진됐다"면서 "건축이 1∼2년 늦어지더라도 세계적 위상을 갖춘 건축가에 의한 지명공모로 설계를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미술인들의 '재공모' 주장에 대해 광주시는 "절차상 문제가 없는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 등에 따라 72일간 공모를 했고, 지역 미술계 원로가 포함된 비엔날레 건립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의견도 두 차례 청취했다"며 "지명공고를 하려면 6∼9명을 지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기준을 두고 논란이 있어 국제 공모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심사 공정성을 위해 대한건축가협회에 심사를 의뢰해 당선작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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