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상생하려고 해서 좋다”…한·아프리카 경제 협력 급물살 탈까
“내 경험상 한국 기업들은 접근 방식이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 다른 나라 기업들과 조금 다르더라. 다른 나라 기업들은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편이지만, 한국 기업들은 고충을 공유하며 상생하고자 하는 편이라 좋다.”
모잠비크의 의료 제품·장비 공급 업체 ‘캄베니’의 페르난도 빌랄리 대표는 지난 4일 ‘한국 기업과 계약한 이유’를 묻자 “한국은 앞서가는 이미지가 크다”며 이같이 답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파트너십’ 상담 행사에서 캄베니는 현장 분자 진단형 의료기기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와 75만달러(약 10억3000만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빌랄리 대표는 2017년 한국 기업과 거래를 처음 시작했고, 의료기기뿐 아니라 정보통신(IT) 제품 등 한국 기업과의 거래 품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아프리카 17개국 56개 기업 참여했다. 한국 기업은 194개 기업이 참여해 총 508건의 상담이 성사됐다. 이날 계약 추진액은 총 1억87만달러(약 14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에서 열린 아프리카 단독 상담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밝혔다.
지난 4·5일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 지역 간의 경제 협력의 장이 곳곳에 마련됐다. 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 정상급 인사가 참가하는 ‘한·아프리카 비즈니스 서밋’ 행사도 열렸다. 양 지역 경제단체·기업 관계자 400여명이 참석했다.
‘교역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을 주제로 열린 2세션 발표를 맡은 윤창렬 LG글로벌전략개발원장은 “지금 세계 경제는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으며 한국과 아프리카의 협력 또한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며 “2000년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아프리카 대륙과 한국의 교역량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다소 주춤하다 2020년 이후 본격적인 회복세로 전환돼 2023년에는 2020년 대비 67.5% 급증했다”고 밝혔다. 윤 원장은 또 “아프리카의 잠재력은 무한하다”며 “여기에 한국 기업들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비즈니스 노하우가 결합한다면 가능성은 현실이 되고 양 지역 공동의 번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탄자니아 EPA 체결 등 정부 간 성과 11개국 12건…민간 협력은 35건
산업부는 이틀간 양 지역 정부·민간 부문에서 경제 협력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산업부 자료를 보면, 정부 간 성과는 11개국 12건이었다. 아프리카 최초로 탄자니아와 경제동반자협정(EPA) 협상 개시를 선언했고, 모로코와도 EPA 협상 추진 체계에 합의했다. EPA는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국가 간 무역장벽 해소뿐 아니라 상대국에 대한 개발지원, 기술이전 등의 종합적인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협정이다.
이 밖에 협력 관계가 초기 단계인 가나, 말라위, 코트디부아르, 짐바브웨 등 8개국과도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했다. TIPF는 통상·산업·에너지 분야의 협력 동력 확보와 한국 기업의 시장 참여 기회 확대를 위해 체결하는 비구속적 업무협약(MOU)이다.
민간 부문에서는 총 35건의 계약과 MOU가 체결된 것으로 집계됐다. 효성은 모잠비크 전력청과 3000만달러(약 410억원) 상당의 변압기 공급계약을, 금속제품 도매업체인 와이즈브릿지는 에티오피아·케냐 기업과 가전부품 조립공장 합작법인 설립 계약 등을 체결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소형모듈원전(SMR), 전력저장장치(ESS), 무역투자, 신재생에너지, 핵심광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는 아프리카자유무역지대(AfCFTA) 사무국과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2021년 1월 개시한 AfCFTA는 세계 자유무역협정 중 최대 규모로 인구 14억명과 총생산 3조4000억달러 규모에 달한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한·아프리카 신산업 협력분야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소비재 제조업, 광물·에너지,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소규모 신생기업, 그린 테크놀로지 등 현재 아프리카의 성장을 견인하는 유망 분야에서의 한국과 아프리카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경협 김봉만 국제본부장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아프리카와 한국 간의 협력 필요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한국 기업은 전통적인 광물·에너지 등 자원 분야뿐 아니라 ICT, 그린산업 등 신산업 분야 진출 확대를 통해 아프리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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