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봉지 안 나가네" 폐현수막 장바구니 나누는 전통시장 '웃음꽃'[르포]

김미루 기자 2024. 6. 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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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한테 이 장바구니가 화사하게 잘 어울리네. 전부 폐현수막으로 만든 거예요."

봉사에 나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어머님께 잘 어울린다"며 넉살 좋게 말하자 중년 여성은 "잘 쓸 것 같다"며 붉은색 장바구니를 골라갔다.

이 시장에서 30년째 고구마와 감자 등 작물을 판매하고 있는 정현무씨(59)의 가게에도 폐현수막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찾아왔다.

이날 행사 사진 촬영 봉사에 나선 한국외대 학생 한정운씨(27)와 우민정씨(23)도 어깨에 장바구니를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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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5일 '세계 환경의 날'…폐현수막 장바구니 1000개 나눈 청량리종합시장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대학생 봉사자가 중년 여성에게 폐현수막 장바구니를 추천하고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어머님한테 이 장바구니가 화사하게 잘 어울리네. 전부 폐현수막으로 만든 거예요."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입구. 봉사에 나선 한국외국어대학교 총학생회장이 "어머님께 잘 어울린다"며 넉살 좋게 말하자 중년 여성은 "잘 쓸 것 같다"며 붉은색 장바구니를 골라갔다.

시장 상인회가 준비한 파란 천막 아래 시장 방문객들은 줄을 길게 늘어서고 장바구니를 골랐다. 장바구니 색과 패턴은 모두 제각기다. 버려진 폐현수막을 활용해 만들었다. 유심히 보면 '콩쿠르 수상 축하'라거나 일시와 장소를 강조한 뮤지컬 홍보 문구가 적혀 있어 현수막의 유래를 유추하는 재미도 있다.
폐비닐 매일 1톤 트럭 8대 꾹 눌러 담아야…"재래시장, 앞장서겠다"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 위치한 정현무씨의 가게에 비닐 봉투 묶음이 걸려 있다. /사진=김미루 기자
청량리종합시장은 환경의 날을 맞아 장바구니 1000개를 나눴다. 정부 일자리 사업에 참여한 노인들이 폐현수막을 오리고 꿰매 만들었다. 장바구니 제작 비용은 청량리종합시장 상인회가 사비를 보태 마련했다고 한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평일 하루에만 평균 1만3000명가량이 시장을 다녀간다. 비닐봉지 사용량도 상당하다. 시장에서 나오는 폐비닐을 수거하려면 매일 1톤 트럭 8대를 동원해야 한다.

장바구니를 받은 사람들은 곧장 양옆으로 펼쳐진 시장 가게에 들러 장을 보기 시작했다. 이 시장에서 30년째 고구마와 감자 등 작물을 판매하고 있는 정현무씨(59)의 가게에도 폐현수막 장바구니를 든 손님들이 찾아왔다. 정씨는 "오늘 비닐봉지가 안 나가네"라며 금방 물건을 담아주려고 준비한 검은 봉투를 흔들어 보였다. 고구마를 둘러보는 고객에게 "장바구니 저기서 공짜로 줘요. 아주머니"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세계 환경의 날'인 5일 낮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서 행사 사진 촬영 봉사에 나선 한국외대 학생 한정운씨(27·왼쪽)와 우민정씨(23)가 장바구니를 어깨에 멨다. /사진=김미루 기자


이날 행사 사진 촬영 봉사에 나선 한국외대 학생 한정운씨(27)와 우민정씨(23)도 어깨에 장바구니를 멨다. 현수막 원단 위에 인쇄된 'Save Earth(지구를 지키자)' 문구가 마치 브랜드 로고처럼 보였다. 한쪽 어깨에 메니 에코백 부럽지 않았다. 한씨는 상인회 측에 "캠퍼스 안에서 학생들이 다 같이 하면 멋질 것 같다"며 "장바구니를 학교에 몇 개 가져가도 되겠냐"고 요청했다.

시장 상인회는 버려진 현수막을 이용해 토시, 앞치마 같은 상인들을 위한 선물도 만들어볼 예정이다. 또 페트병을 모아다가 섬유 원단을 만들어 티셔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상렬 청량리종합시장 홍보기획이사는 "시장에서 무심코 쓰는 비닐은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시장에서부터 일회용 비닐봉지를 덜 써보려고 한다"며 "인근 시장부터 전국 시장으로 전파해서 지속가능한 전통시장 문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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