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분 걸친 우원식의 의장 당선 인사…“국민과 손잡는 국회 위해 모든 것 바치겠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10여분에 걸친 당선 인사는 본회의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유감’으로 시작해 국민 속으로 가야 한다는 메시지로 마무리됐다. 국회 신뢰도 위기 등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세 가지 방법 제안을 포함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경고 등도 포함해 주목됐다.
우 의원은 5일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국회의장 선거에서 재석 192명 중 찬성 189표를 얻어 당선됐다. 국회법에 따라 탈당해 무소속이 되며 2026년 5월까지 의장직을 수행한다.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가 열린 점에 항의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투표는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를 강조하듯 “의장단 선출은 국회에 부여된 헌법적 의무”라며 “상임위 배분과 관련이 없고 무엇보다 국회를 원만하게 구성하라는 사회적 요구가 높다”는 여당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우 의원은 당선 인사를 시작했다.
우 의원은 국회를 고단한 삶에서 국민이 기댈 언덕으로 비유했다. 국민의 생업 안정은 정치의 근본이며 힘이 약한 사람들에게는 가장 강한 무기가 되어야 한다면서다. 하지만 정치가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이 국민 사이에 널리 퍼지면서 ‘국회 신뢰도’는 낮아졌다며 이러한 절망과 체념 극복이 22대 국회가 넘을 산이라고 강조했다.
법안 폐기율이 64%에 이르는 21대 국회를 돌아본 우 의원은 본회의를 통과하고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부딪힌 대목을 끌어와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14건 있었다”며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을 통틀어 가장 많고, 앞선 35년간 행사된 재의요구권은 16건이었다”고 대조했다.
우 의원은 국회 신뢰도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합의된 기준 준수 ▲의정활동의 현장성 강화 ▲사회적 대화 플랫폼 조성을 제시했다.
헌법이 국회 의사결정 방향을 가리킨다면 국회법은 구체적인 절차와 규칙을 규정하므로, 논의 과정에서 싸우고 대립하더라도 두 법안이라는 사회·법적 합의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회의장으로서 충분한 대화와 토론의 기회 지원을 약속한 우 의원은 소수 의견도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의정활동의 현장성 강화 부각 대목에서는 “현장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이벤트가 아니다”라거나 “정부가 듣는 민심과 국회가 듣는 민심이 다를 수 없다”는 발언이 특히 주목됐다. 동네 골목에서 시작해 세계와 경쟁하는 첨단 기술의 현장 모두에 민심이 있다면서 우 의원은 “무엇이 국민의 뜻인지를 놓고 다툴 게 아니라 의원 모두가 더 적극적으로 민심 속으로 들어가자”고 호소했다.
다양해지는 삶의 요구와 사회 분화로 문제 해법을 둘러싼 진단과 갈등의 양상도 복잡해진다고도 우 의원은 진단했다. 사회 각 부문이 참여하는 ‘대화의 장’ 조성과 정례화에 국회가 앞장서야 한다면서, 국회가 사회적 대화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22대 국회는 구체적인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통령과 행정부를 향한 경고도 우 의원은 빼놓지 않았다. 존중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내가 존중한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상대방이 느껴야 진정한 존중이라는 얘기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판한 것으로 읽히는데, 우 의원은 “국회가 의결한 법률이 헌법을 위반하거나 대통령의 헌법적 책무를 제약하는 등의 사유가 아니라면 재의요구권 행사는 신중해야 한다”며 “기본권을 해치는 재의요구권 행사는 삼권분립 훼손이자 헌법 이탈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했다.
10여분에 걸친 당선 인사에서는 한 차례 야당 의원들의 박수도 나왔다. 국회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고 우 의원이 말하는 대목에서다. 우 의원은 “국회법이 정한 6월7일 자정까지 상임위 선임안을 제출해달라”며 “필요하다면 국회의장도 (상임위 선임안 제출을 위해) 밤샘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도 말했다.
계속해서 국회의장은 국민의 편이라며 “국민 삶의 현장에서 국민과 손잡는 국회, (그것이) 제가 바라오고 꿈꾼 국회의 모습”이라고 우 의원은 밝혔다. 나아가 “제가 살아온 시간이 무거운 책임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며, “국민들 속에서 국민과 손잡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인사를 마쳤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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