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묻은 채 콘크리트행…'정기검사 불합격' 56% 선별·파쇄골재
흙 묻은 채로 레미콘행...'불량 골재' 지적 꾸준
흙 세척한 오염수·슬러지 처리 부담, 고스란히 영세 골재업체 몫
"건설사도 책임 분담해야 골재 품질 올라가"
지난해 정기검사에 불합격한 골재의 과반은 선별·파쇄 골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별·파쇄 골재는 환경 파괴 우려에 채석장, 채굴장 개발이 줄어들면서 수도권 공사현장 골재의 60~70%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사용량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품질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사도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한국골재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골재 정기검사에 불합격한 골재업체 50곳 중 28개(56%)가 선별·파쇄 골재업체였다. 이어 강모래(18%)와 천연 자갈(12%), 산 모래(12%), 바다모래(2%) 순이었다.
골재는 콘크리트의 강도를 결정하는 레미콘의 주 원료다. 본래 천연자갈과 산 모래, 강 모래, 바다 모래가 골재로 쓰였지만 환경파괴 우려에 채석장과 채굴장 신규 개발이 제한되며 선별·파쇄 골재의 사용이 매년 늘었고, 품질 논란이 꾸준하다. 광주 화정과 인천 검단의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가 불량 골재였다.
선별·파쇄 골재는 산을 깎거나, 터널을 뚫거나, 건물을 짓기 전 기초공사로 땅을 파 나온 암석을 폭약으로 파쇄해 얻은 골재를 말한다.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 국토교통부의 골재수급계획상 수도권은 올해 예상 골재 수요의 65.1%를 선별·파쇄 골재로 감당하게 돼 있다. 충북은 82.6%에 달한다.
선별·파쇄 골재는 부수기 전 암석에 토분(흙)이 묻은 게 많아 천연 골재들보다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게 레미콘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토분은 레미콘을 만들 때 골재와 시멘트 사이의 접착력을 떨어뜨려 나중에 콘크리트의 강도를 약하게 만든다. 충분히 세척해 써야 하지만 영세한 골재업체들은 골재를 세척한 오염수와 슬러지를 처리하는 부담에 골재를 토분이 묻은 그대로 납품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재업계 관계자는 "원석이 많으면 좋은 걸 받으려 할 텐데, 현장에서 갑(甲) 역할을 하는 건설사가 세척 없이 가져가라는 도급 계약을 요구하니 당장 생존해야 할 영세한 골재업체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건설사가 세척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원석과 토분이 일괄배출되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골재 품질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레미콘은 KS인증을 받아야 관급, 민간 공사에 납품할 수 있지만 골재는 이같은 제한이 없어 전체 골재업체 중 17곳(1.2%)만 해당 인증을 받았다. 나머지 업체는 관련 법에 따라 전문기관의 정기검사를 받아야 골재를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검사 일자를 예고하는 탓에 골재업체가 미리 대비할 시간을 준다는 문제가 있다.
검단 붕괴 사고 현장에 골재를 납품한 9개 업체는 직전 정기검사에서 모두 '합격' 결정을 받았다. 한 레미콘 업계 관계자는 "정기검사가 나온다고 하면 좋은 원석을 받아다 검사를 준비하니 불합격할 수가 없다"며 "문제 있는 업체도 90%는 통과할 것"이라 의심했다.
골재업계 관계자는 "KS인증을 받은 제품도 탈이 나는데, 정기검사를 통과한 골재에 문제가 있다고 검사 자체를 의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기검사에서 약 5%였던 전체 골재업계의 불합격률이 수시검사에선 25%로 늘어난 점을 감안해 국토부는 불시검사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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