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음 소희> 후에도 콜센터는 변하지 않았다”
콜센터 노동자 10명 중 9명은 폭언·반복민원 등 악성민원이 발생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참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노동자들은 실효성 있는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5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악성민원에 시달리는 콜센터 노동자 실태조사 및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5년간 경험한 악성민원의 유형으로는 장시간 응대가 90.9%(720명, 중복 응답)로 가장 많았다. 상담사가 해결할 수 없는 제도적 문제로 1시간 이상 통화하는 등 고객이 전화를 끊지 않아 생기는 유형이다. 폭언이 77.9%(617명), 반복민원 60.1%(476명), 업무와 관련 없는 민원 54.5%(432명) 등으로 뒤를 이었고, 보복성 행정 및 제보 15%(119명), 성희롱 12.8%(101명)도 있었다.
악성민원 발생 시 상담 노동자들의 91.2%(721명, 중복응답 가능)은 ‘개인적으로 참는다’고 했다. ‘주변 동료와 상담’이 57.6%(456명), ‘상사에게 도움 요청’ 32.5%(257명) 등이 뒤를 이었다. 민원인에게 항의(3.9%, 31명), 소송 등 대응 강구(2%, 16명), 직무 변경 요청(1%, 8명) 등 악성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들은 적었다.
이들은 “2018년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41조)은 업무의 일시적 중단 또는 전환, 휴게 시간의 연장,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애 관련 치료 및 상담지원 등을 보장하고 있으나 노동자 90% 이상이 ‘개인적으로 참는다’는 것은 법이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의 현장 적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라 필요한 법을 마련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상담 노동자들에게 악성민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고객응대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고 도와주는 직장 내 공식적인 제도가 있냐’는 질문에 ‘있다’와 ‘없다’ 답변이 각각 33.6%로 동일했다. ‘잘 모른다’는 응답도 28.9%였다. 노조가 이날 설문조사와 함께 공개한 악성민원 사례 모음에는 ‘응대 불가능한 내용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며 안해줄 시 민원을 제기하고 원청 찾아가겠다고 협박했다’ ‘관리자에게 얘기했으나 방법이 없다고 했고 통화 종료 후 휴식시간도 없었다’ 등의 사례가 담겼다.
이선명 경기지역지부 국민권익위원회 공무직분회장은 “행정전선망과 위택스 오류, 정부24 사이트 개인정보 유출 등 연이어 터진 문제에 대한 안내도 콜센터 몫이고 국민들의 불만과 비난은 우리에게 돌아왔다”며 “상담사 보호를 위한 규정과 전화 차단 프로세스가 내부 마련돼 있기는 하나 점점 교묘해지고 지능화되는 악성민원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진행됐으며 콜센터 노동자 792명이 참여했다. 고용형태는 65.5%가 민간위탁·파견용역이었고 20.3%가 자회사, 13%가 직접고용이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7311009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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