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文 “인도 순방, 아내가 원한것 아냐”

與 ‘김정숙 특검법’ 발의에 첫 입장 표명
“내가 설득해서 등 떠밀듯 가게 된 것”
“초호화 기내식, 원천적으로 불가능”
윤상현 “영부인은 공인, 당당히 밝혀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설득해 등 떠밀 듯 가게 한 것이지 아내가 원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이 김 여사의 인도 순방 논란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전 대통령은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논란에 대해 국정을 안다면 있을 수 없는 치졸한 시비여서 그러다 말겠거니 했다”며 “하지만 점입가경으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몇 가지 기본적인 사실을 밝힌다”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아내의 인도 순방은 아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라며 “세상에 어느 아내가 외교나 외국인을 만나는 일에 익숙하지도 않은 터에 멀고 먼 낯선 나라 낯선 지역의 낯선 행사에 주빈으로 참석해 군중 앞에서 축사까지 해야 하는 일정을 대통령인 남편 없이 혼자서 수행하고 싶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도 측에서 지속적으로 나의 방문을 희망하니 한-인도 관계의 발전을 위해 아내라도 대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외교당국의 거듭된 건의에 따라 인도 측과 협의한 것”이라며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아내를 설득해 등 떠밀 듯이 가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아내의 순방을 건의했던 부처와 아내와 함께 갔던 부처가 멀쩡하게 있는데도 이제 와서 아내에게 ‘초호화 기내식’이니 ‘버킷리스트 관광’이라며 모욕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경우냐”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성의를 다했던 인도 측은 또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참 민망하고 한심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당시 지출한 6292만원 상당의 기내식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전용기 기내식은 세트로 제공되는 만큼 고급 음식을 주문할 수도 먹을 수도 없다”며 “초호화 기내식이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용기 기내식 비용은 일반 항공기와 다를 수밖에 없다”며 “통상보다 많았는지는 현 정부의 순방 비용과 비교하면 알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보고받았던 김 여사의 인도 일정도 함께 첨부했다.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발의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영부인은 공인이기 때문에 의혹이 있다면 당당히 밝히라는 것”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윤 의원은 이날 “국민의힘 당 대표 도전이나 김정숙 여사 흠집 내기와는 무관하다”며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타지마할 방문 건은 권력형 비리 의혹 소지가 있어 특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도 측이 김 여사를 초청했다는 문 전 대통령 회고록과 달리 외교부 문서에는 인도 정부가 애초 외교부 장관이나 문화부 장관 초청을 원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김 여사 초청을 요청해 청와대 전용기를 띄우면서 3박 4일간 3억7000만원이 들었는데 원래대로 문체부 장관이 갔으면 예산이 2600만원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