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도 나오는데 한국인 왜 안돼?” 제다이 마스터 된 이정재 ‘애콜라이트’ [종합]
[뉴스엔 글 이민지 기자/사진 유용주 기자]
한국인 최초 제다이 마스터가 탄생했다.
디즈니+ '애콜라이트'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6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우 이정재가 참석했다.
'애콜라이트'는 평화를 수호하는 제다이 기사단의 황금기로 불리던 시대에 전대미문의 제다이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 뒤에 숨겨진 비밀과 진실 속 새롭게 떠오르는 어둠의 세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액션 스릴러다.
이정재는 누구보다 지혜로우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는 제다이 마스터인 '마스터 솔'로 분해 살인 사건을 추적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가 한국 배우 최초로 스타워즈 세계관 속 제다이 마스터로 발탁돼 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는 "지금까지 나왔던 스타워즈 이야기 중 가장 이전 시대 배경이다. 제다이나 다른 캐릭터들도 지금까지 나온 제다이나 캐릭터들보다 먼저 살았던 인물들이다. 나도 제다이 중 선배급인 캐릭터이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 캐릭터를 어떻게 접을까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정형화 돼 있는 제다이 모습보다 조금 더 인간의 감성에 가까운 표현을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다. 두려움을 느낄 때는 적극적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표현을 하고 안타까움의 표현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 기존 제다이와 다른 결이 되지 않을까 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제다이분들의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연관성을 주고 나로부터 제다이의 모습이 이어지는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다른 영화나 TV 시리즈를 다시 봤고 제다이를 위주로 봤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리암 니슨 배우가 연기하신 제다이 콰이곤 진과 솔이라는 캐릭터와 결을 같이 하고 싶었다. 솔이란 캐릭터가 먼저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콰이곤 진이 마스터 솔의 파다완이라는 상상도 했다"며 웃었다.
이정재는 또 '애콜라이트'는 제다이 연쇄살인이라는 로그라인이 인상적이고 궁금증을 끌어내는 형식의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집중한 이야기이다. 궁금증을 어떻게 증폭시킬까에 감독님이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을 많이 느꼈다. 과거와 현재가 왔다갔다 하면서 교차로 진행되는 이야기, 살인사건을 추적해가면서 그 안에 숨겨진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각 캐릭터들의 입장과 감정이 더 드러나게 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더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고 기존 '스타워즈' 시리즈와의 차별점을 공개했다.
이정재는 "해외에서 촬영을 이렇게 장기체류한게 굉장히 오랜만이었고 10개월간 해외에 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0개월 내내 있었던 적이 없어서 여러모로 불편한 부분도 있었고 어려움도 있었다. 다른 개인적인 숙식문제는 차치하고 어떻게 하면 작품에 도움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까가 중요했다. 그 중 하나가 영어 연기였다. 한국말로 연기해도 악센트나 발음, 끊어읽기가 미흡하면 표현이 잘못 전달되는 느낌을 준다. 영어로 연기를 하다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 다행히도 코치 선생님 두 분과 추가로 영어 선생님 두 분을 만나서 촬영 들어가기 4개월 전 먼저 트레이닝을 했고 매일 트레이닝하며 익숙해지는 시간을 번 후에 촬영에 들어갔다. 덕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래도 뉘앙스가 좀 잘못되거나 감독님이 생각한 느낌을 못 살리면 잡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너무나도 감사한게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영어가 편하지 않다는 걸 공유해주셔서 기다려주시고 이해해주셨던, 감사했던 현장이다"고 말했다.
한국 팬들의 다양한 패러디에 대해 이정재는 "재밌는 말씀 많이 해주시는 걸 봤다. 광선검으로 '구멍이 두개'라거나 하는 걸 보며 같이 웃었다. 관객분들이 뛰어난 아이디어가 많으시다는 생각을 하며 한참 웃게 되는 일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말씀들을 더 해주실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작품에 합류했다고 밝힌 이정재는 "오디션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그쪽에서는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자고 하셨다. 처음엔 감독님과 ZOOM 미팅으로 두 번정도 만났다. 그 미팅이 어느 정도 만족스러우셨는지 신 2개를 보내주셨다. 내가 어떤 역할인지는 블라인드로 해두고 본인이 전한 신 2개를 보내주셨고 이 역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걸 연습해서 영국에 갔고 배우와 함께 카메라 테스트를 같이 받기도 했고 혼자 하기도 했다. 꽤 많은 준비를 해놓으신 세트장 안에서 정식으로 촬영하는 듯한 느낌으로 촬영했다. 카메라 테스트가 어떤 의미인지 100% 인지는 사실 못했다. 케미스트리 리허설 같은 건가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지나가는 스태프분이 '너 말고 카메라 테스트 받은 사람이 몇 있다'고 했다. 유명한 배우도 있었다. '이게 오디션이나 마찬가지구나' 하는걸 후에 알게 됐다. 한국에 돌아온지 일주일 후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고 4부 정도까지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그러면서 제다이 마스터 솔 역인걸 알게 됐고 많이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정재는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기본적으로 솔이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따뜻한 선생님, 정이 많은 인물로 묘사돼 있었다. (감독님이) 솔을 마음이 따뜻한, 그래서 존경 받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하셨다. 나도 그 모습이 읽히다 보니까 오샤와의 관계를 조금 더 가깝고 깊게 표현하는게 맞지 않겠나 이야기 했고 감독님도 당연히 그래줬으면 좋겠다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감독님과 셋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작업 과정을 공개했다. 이어 "오히려 대본이 잘 쓰여져 있어서 쭉 따라가고 싶었다. 이 대본에 담겨있지 않은, 담기지 못한 뉘앙스를 설명해주면 더 잘 따라가면서 표현하겠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애콜라이트'에는 유색인종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일각에서는 시리즈에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스타워즈 팬으로서 과거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실망스러웠는지 알고 있다"면서 "편협함, 인종차별, 증오심을 표현하는 사람은 팬으로 간주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자연스럽게 그런 이야기가 있을수도 있다 생각한다. '스타워즈'를 아주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응원하신 팬들이 굉장히 많으시더라. 처음에는 그런 이야기만 들었을 때 '팬덤이 많은가보구나' 생각했는데 실제 '스타워즈' 행사에 참여했을 때 내 상상의 곱하기 50정도 되는 것 같았다. 어마어마한 팬들이 참여하셨고 그 열기가 내가 본 군중의 모습 중 탑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각자가 가진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콜라이트'의 배경은 우주다. 외계인도 캐릭터로 나오는데, 좀 더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는게 좋겠다는 감독님의 의도였다고 생각한다. 제다이보다 윗세대 제다이다. 지금까지의 제다이 복장이나 무술하는 모습, 머리 스타일이나 철학이 조금씩 동양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그럼 이 모습이 어디에서 왔을까 생각하면 이 윗세대에는 동양인의 모습을 가진 제다이가 출연하는게 자연스럽지 않나. 그래서 내가 캐스팅된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인터뷰에서 얘기하기도 했다"며 "어쩔 수 없이 다양한 관객들의 반응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다른 생각은 별로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정재는 "처음에는 대본 4개만 받았는데 런던 가서 8개까지 다 받아서 읽었을 때 느낌이 좀 달랐다. 처음 캐스팅 됐을 때는 '와 동양사람, 한국사람이 제다이가 된다고? 더 열심히 해야겠는데'였는데 더 받은 후에는 '시대가 이러니까 제다이의 모습이 마스터 솔에서 시작된 걸수도 있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모두 다 읽은 후에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그냥 인간과 인간의 오해와 그 오해를 제자리로 돌리려 하는 인간의 간절함, 회환, 반성, 이런 것들까지도 아우르는 주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처음에 생각했던 '내가 한국인으로 제다이를 하는건데 열심히 하는건데'는 오히려 이 작품에 빠져서 솔이 된 후에 '이건 '스타워즈' 유니버스 안에 하나의 캐릭터를 잘 해내는 것에 집중하는게 훨씬 좋겠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처음에 훈련 캠프에 갔을 때 배우들이 다 모였는데 나라가 다 달랐다. 그땐 잘해야겠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지만 작품을 할 땐 작품에 맞는 캐릭터를 표현하고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정재는 한국 촬영 시스템과의 차이점에 대해 묻자 "여러 시스템이 파트 별로 다른 건 있지만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면 한국과 거의 비슷하다. 나도 영화 제작, 연출을 하다보니 많이 배워와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한국 영화 시스템이 굉장히 많이 발전된거구나. 별 차이를 못 느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이 들더라. 어떤 장르를 찍느냐에 따라 기술력을 써야만 하는 영역이 나뉘는 것 같다. 우주 배경의 이야기를 찍는 작품이다보니 컴퓨터 그래픽이나 기술들을 사용한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우주 배경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 그 기술을 쓸거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랫동안 이어져온 시리즈이다 보니 거기에 대하 노하우가 확실히 있더라. 의상이나 미술, 소품 등을 해왔던 것에서 보완을 거듭했고 지금의 현장이 그냥 있는게 아니라는 게 딱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 이후 작품 선택에 대해 "가장 크게 바뀐건 '스타워즈'라는, 혹은 해외에서 프로젝트 제안이 오고 있다는게 제일 크다. 그거 외에는 그렇게 바뀐게 딱히 많진 않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가장 중요하고 내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확 바뀌고 넓어질 수 있는거라 그거 밖에 없다는 표현이 잘 안 맞는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사실 '스타워즈' 시리즈 이야기가 앞뒤 연결돼 진행된다. 앞과 뒤를 봐야만 전체 맥락이 이해되는 시리즈물이다. 하지만 '애콜라이트'는 그 시대의 윗 세대 이야기라 이것부터 쭉 보시면 무방하다.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유롭게 연기하고 표현할 수 있기도 했다. '스타워즈'를 이제 막 접하게 되시는 분들도 가볍게 접근하고 따라가실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스타워즈'라는 큰 프로젝트는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다. 개인적으로도, 영화하는 사람 입장으로도 '스타워즈'에 참여한게 매우 즐거운 일이다. 70년대부터 오게 된 역사가 있는데 앞으로 많이 더 갈 것 같은 기운을 느꼈다. 솔이라는 캐릭터도 시간이 지나 남게 되는 캐릭터, 연관성을 가지면서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캐릭터라 애착이 많이 간다. '애콜라이트' 이후로 다른 TV쇼나 이야기도 만들어지고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애콜라이트'는 오는 6월 5일 1, 2화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 1회씩 총 8개의 에피소드가 공개된다.
뉴스엔 이민지 oing@ / 유용주 yong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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