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짙어지는 6월[현장 화보]
일렬로 놓인 수많은 묘비 앞에는 꽃과 태극기가 꽂혀 있었다.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은 참배객들은 묘비 사이사이에 앉아 가족, 친구, 동료를 생각했다.
제대를 3개월 남겨두고 순직한 오빠의 묘역을 찾은 이순임씨(67)는 “오빠가 전역하면 엄마 아빠 모시고 살겠다고 했다”며 “새로 이사한 집에 와서 도배해주고 돌아간 게 마지막이었다”고 했다.
4살 때 아버지가 6·25 전쟁에서 전사한 신보영씨는 “아버지의 손목만 기억난다”고 했다. 그는 “원래 오면 항상 만나던 유가족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씁쓸하다”며 “‘배위’라고 적힌 묘가 많아졌다”고 했다. ‘배위’는 배우자와 합장했다는 뜻으로 신씨의 어머니도 60년 만에 이곳에 합장했다.
수년, 수십 년이 지나도 고인과의 추억은 생생했다. 이두형씨(80)는 고모의 묘역을 찾았다. “7살 때 돌아가셨는데 학교 입학한다고 신발이랑 새 옷을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참 예뻐하셨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현충원을 찾은 이씨는 고모의 이름이 적힌 묘비 앞에 서서 이름과 함께 셀카를 찍었다.
김성용 이병과 함께 군 생활을 했던 선임은 가지고 온 음식을 묘역에 차렸다. “(고인이) 입대한 지 얼마 안 돼서 당시 병장이었던 내가 많이 챙겨줬다”며 “키도 크고 참 잘생겼다”고 고인을 그렸다.
현충일 당일에는 ‘대한민국을 지켜낸 당신의 희생을 기억합니다’를 주제로 제69회 추념식이 열린다.
정효진 기자 hoh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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