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남 아이 출산…얼굴에 담요 덮어 살해한 미혼모 '징역 7년'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20대 미혼모가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홍은표)는 살인과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2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에 10년간 취업제한과 보호관찰 5년도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12월 23일 자정쯤 제주 서귀포시 주거지에서 생후 3개월 된 아들 B군의 얼굴에 담요를 덮은 채 외출했다.

같은 날 오전 7시30분쯤 귀가한 A씨는 B군이 질식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택시를 타고 근처 항구로 가 테트라포드 사이에 B군의 시신이 담긴 가방을 두고 도주했다.

A씨는 사기 행각도 일삼았다. 살인 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연인이었던 남성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용대출을 받았다. A씨가 남성 9명으로부터 편취한 금액은 3억원이 넘는다. 빼돌린 돈은 대부분 인터넷 도박 등으로 탕진했다.

서귀포시는 지난해 5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영유아 건강검진 현황 조사 중 B군이 장기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A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당시 A씨는 "대구에 있는 친부가 아들을 보호하고 있다. 6월에 제주에 온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6월이 지나도 B군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이미 수년 전 B군이 사망한 사실을 확인했다. B군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A씨가 유기 장소라고 밝힌 곳은 이미 매립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과정에서 A씨는 2020년 9월 미혼모 신분으로 출산했고, 이를 숨긴 상태에서 집세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돼 범행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B군을 키우는 동안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으나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씨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보호하고 양육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유부남과의 사이에서 피해자를 출산해 홀로 양육하던 중 산후우울증과 경제난 등으로 삶을 비관하며 충동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점, 일부 사기 피해자에게 편취금을 변제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