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에 '부대표' 둘까…與 지도체제 두고 갑론을박
단일·집단지도체제 장점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
"권한 범위 밖" "전대까지 시간 촉박" 우려도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도전자 2등 혹은 3등까지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이른바 ‘하이브리드’(절충형) 지도체제를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도전자 2등을 수석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2인 지도체제’를 거듭 제안하며 지도체제 개편에 힘을 실었다.
황우여 위원장은 5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당대표 경선 1위를) 당대표로 뽑고, 2위 한 사람을 수석최고위원으로 하는 ‘2인 지도체제’를 적용하려 하니 원외에서 의견을 모아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에 함께한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황 위원장이) 2년 동안 6번 지도부가 바뀌는 폐단을 막기 위해 부통령처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전당대회 2등이었으면 한다고 얘기했다”며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되 당대표 2위를 수석최고위원으로 한다’고 고치고 싶은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별도로 치르는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는 당대표 경선 차순위 후보를 최고위원으로 선출하는 방식인데 하이브리드형 지도체제는 집단지도체제 일부만 적용해 당대표 경선 2위 혹은 3위까지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고 나머지 최고위원을 별도 경선을 치러 뽑는 방식이다.
황 위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당대표 유고시 집단지도체제에선 수석최고위원이 승계하지만 단일지도체제에선 당이 무너지고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한다”며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듯 (당대표에 준하는 역할을 할 사람을) 1명 더 뽑으면 당이 안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인 지도체제는 당대표가 자리를 비우면 흔들릴 우려가 있는 단일지도체제 단점을 보완하면서도 당대표 권력을 최고위원 여러 명이 아닌 수석최고위원에게까지만 분산하도록 해 집단지도체제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황 위원장의 판단으로 풀이된다.
일주일 새 결론 낼 수 있나…관건은 ‘시간’
실제 지도체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전당대회가 7월25일로 잠정 결정된 상황에서 공고기간 5일과 10회 안팎의 전국 합동연설회, 방송토론회 등 물리적으로 필요한 40일을 고려하면 이달 중순엔 전당대회 룰(규정)이 확정돼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회가 오는 12일까지 결론 짓겠다고 예고한 이유다.
당장 특위는 이날 처음으로 지도체제를 논의했지만 논의 적절성에 의문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여상규 특위 위원장은 “전당대회를 앞두고 갑자기 지명된 특위 위원이 지도체제까지 거론하는 것은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도 지도체제까지 손 볼지에 대해 반대 의견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7월 말 전당대회를 치르려면 지도체제를 논의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당권주자 간 의견도 엇갈린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0일 당 워크숍에서 기자들을 만나 “건강한 당정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단일지도체제의 가장 큰 단점을 대표와 최고위원 간극이 커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도 집단지도체제도 검토해볼 만한 시기”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워낙 야당이 거칠게 나오기 때문에 당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때”라며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했을 때 ‘봉숭아학당’이 돼 이도 저도 못하는 당이 될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일장일단이 있으니까 정답은 없다”며 “두 부분을 잘 비교해봐서 (당헌·당규가) 오래갈 수 있는 것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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