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대구·경북, 갈라선지 43년 만에 다시 합치려는 이유는

손덕호 기자 2024. 6. 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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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지리·경제 연계 뚜렷한데 협력보다 대립만”
홍준표, 중앙정부-시·도-시·군·구 행정체제를
‘정부-시’ 2단계로 줄이자며 대구·경북 통합 추진
통합 자치단체 명칭, 청사 위치 놓고 갈등 있을 수도

대구시와 경상북도를 합치는 행정 통합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는 지난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2026년 7월 1일에 통합자치단체를 출범시키겠다는 데 합의했다. 대구시·경북도를 합치는 데 필요한 특별법은 올해 안에 제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통합 추진은 대구시가 1981년 7월 대구직할시로 승격되며 경북도에서 분리된 지 43년 만이다. 두 지자체가 합치면 인구 500만명에 가까운 거대 지자체가 탄생한다. 인구와 지역 내 총생산(GRDP) 모두 경기도, 서울시에 이어 세 번째 자치단체가 된다. 대구시·경북도는 통합 과정에서 중앙정부로부터 상당한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해 독자적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통합 자치단체 명칭과 통합 청사 위치를 놓고 지역 내 갈등이 발생해 최종 합의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하나의 행정구역에서 살아가게 될 지역 주민들이 통합에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3년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통합 찬성과 반대 의견이 비슷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구·경북 통합 관련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왼쪽 두 번째), 홍준표 대구시장, 우동기 지방 시대위원장(오른쪽)과 기념촬영를 하고 있다. /뉴스1

◇홍준표 “광역시-국가 바로 연결되면 효율적” 이철우 “美 주정부처럼”

대구시와 경북도가 통합하려는 것은 경제권이 사실상 하나인데 광역 자치단체가 두 개로 쪼개져 있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2021년 내놓은 기본계획(안)에서 “대구·경북은 지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뚜렷한 연계성을 가지고 있지만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경제·사회·행정 등 다양한 분야 정책 입안과 시행 과정에서 상호 협력보다는 불신과 대립이 확대됐다”고 했다.

이번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17일 “(대구와 경북이) 각각 발전하는 것보다는 인구 500만의 광역시를 만드는 게 훨씬 유리하고 좋다”고 말하면서 시작됐다. 하루 뒤에는 페이스북 글에서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가 되면 중복 기능 기관도 통폐합되고 행정체계도 단순화돼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이 말한 ‘통합 대구직할시’ 구상이 실현되면 서울특별시처럼 행정안전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 총리실 지휘만 받는다. 중앙정부(국가)-광역자치단체(시·도)-기초지자체(시·군·구)로 연결되는 기존 3단계 행정체계를 ‘정부-시’의 2단계로 대폭 간소화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홍 시장 설명이다.

홍 시장은 도(道)를 없애는 게 낫다는 뜻을 밝혀 왔다. 2021년 10월에는 경기북도 신설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면서 “도 단위 광역지자체가 국가와 기초지자체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은 행정 낭비를 초래한다”고 했다. 지난 1일 페이스북 글에서도 “도의 기능은 시·군 지원, 감독인데 전국이 반나절 시대로 접어들었고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졌다”며 “전국을 통폐합해 40여개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로 만들어 국가와 2단계 행정조직으로 만드는 시범사업이 대구경북 통합특별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정서희

경북도에 속해 있는 기존 시·군은 통합이 되면 권한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홍 시장은 ‘통합 대구직할시’의 행정체계에 대해 “대구에 본청, 안동에 북부청사, 포항에 남부청사를 두고 시장이 직접 통제하되 상당부분은 관할 구역의 부시장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통합은 앞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2019년부터 추진했었다. ‘대구경북특별자치도’나 ‘대구경북특별광역시’(가칭)를 만들고 대구시는 상당한 자치권을 가진 ‘특례시’로 둔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큰 호응을 받지는 못했다.

이 지사는 통합 자치단체에는 중앙정부가 가진 권한의 상당 부분이 이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방·외교 이외의 모든 권한을 이양받아 운영하는 완전한 자치 정부를 지향해야 지방 소멸과 저출생 등 국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대구시·경북도가 통합되면 미국의 주(州)정부처럼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2021년 여론조사서 찬성·반대 비슷… 오사카 주민투표는 근소한 차이로 부결

대구시와 경북도는 올해 안에 500만 대구시민·경북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통합방안을 마련하고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 연말까지 ‘대구·경북 통합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홍 시장은 이미 통합 자치단체 명칭을 ‘대구직할시’라고 부르고 있다. 경북 포항시·경산시의 예를 들어 “(통합이 되면) 대구직할시 포항시, 대구직할시 경산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지사는 ‘경북’이 지자체 명칭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글에서 “역대 경상북도의회 의장 10여명이 참석한 오찬 간담회에서 ‘경북이 큰 집이었는데 경북이 사라지면 안 된다며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이 있었다”며 “홍 시장도 경북의 반발을 우려해 대구직할시, 대구광역시를 고집하지 않고 통합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 /뉴스1

통합 자치단체가 어떤 청사를 사용할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대구직할시가 떨어져나간 이후에도 30년 넘게 대구시에 도청을 두고 있다가 2016년에서야 안동시에 새 청사를 짓고 이전했다. 이 지사는 “청사 위치 등은 매우 민감한 문제여서 시·도민 공감대가 형성될 때까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이 두 지자체 통합을 원할지도 관건이다. 대구 KBS가 2021년 2월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에서 행정통합에 대구시민은 찬성 39.7%·반대 40.8%, 경북도민은 찬성 40.6%·반대 36.8%로 나타났다. 두 곳 모두 오차범위 내였고, 대구에서는 반대가 약간 더 높았다.

일본에서는 대도시인 오사카시(市)와 오사카부(府)를 폐지하고 오사카도(都)를 설치하자는 구상이 있다. 오사카의 행정 체계를 수도인 도쿄도(都)처럼 바꾸고, 도시 지위도 도쿄와 동급으로 끌어올리려 추진됐다. 그러나 2015년, 2020년 실시된 두 차례 주민투표에서 0.8~1.2%포인트의 근소한 격차로 부결됐다. 주민들은 “오사카 부와 시가 따로여서 세금 낭비 요인이 많다”는 주장보다 이중행정이 오히려 심화할 것이라는 데 더 공감했다.

홍 시장은 대구시·경북도 통합에 주민투표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행정통합 주민투표를 하는 데 수백억원이 소요되는데, 여론조사를 해 일정 수준의 여론이 있으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면 된다”는 설명이다. 군위군이 경북도에서 떨어져 나와 대구시에 편입될 때에도 주민투표 없이 경북도의회·대구시의회 의결 절차만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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