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구덕운동장 ‘꼼수’ 재개발 계획에 인근 주민 반발
부산시 “대표 체육시설 살리는 도시재생”
주민 “업체 배 불리는 전형적인 토건행정”
부산시가 구덕운동장 정비사업 5년 만에 재개발을 추진하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 체육시설을 살리는 도시재생”이라는 부산시의 주장에 “전형적인 아파트 신축사업”이라고 주민들은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말 열린 공청회는 고성이 오가면서 흐지부지 끝났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시는 2028년까지 구덕운동장 7만여㎡ 부지에 7990억원을 투입해 축구전용구장(1만5000석)을 비롯해 체육·문화시설, 상업시설, 아파트·오피스텔을 조성한다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구덕운동장은 1920년대 초 서대신동 일대 마을 체육대회 장소로 사용되다 1928년 9월 공설운동장으로 건립된 것이 출발이다. 1940년 동래고보와 부산상고 학생들이 항일의거(노다이 사건)를 일으킨 역사적 장소이고, 한국전쟁 때는 미군수송 부대가 주둔했다. 이후 각종 시민행사장으로 활용됐다.
1978년 부산의 유일한 시민종합운동장으로 축구장(육상트랙 포함), 야구장, 체육관(농구장·수영장) 등을 갖추었다. 1984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988년 서울올림픽, 1997년 동아시안게임 등을 치르기도 했다. 1985년 사직종합운동장이 조성되기 시작하면서 부산의 대표 체육시설이라는 지위를 잃어 갔다.
구덕야구장과 구덕체육관은 정비사업(2017~2018년)으로 철거됐고, 그 자리에 생활체육공원(1만2000㎡)과 공영주차장(246면)이 조성됐다. 생활체육공원에 테니스장, 풋살장, 게이트볼장, 다목적 구장, 농구장이 들어서고 산책로·그늘막·벤치 등으로 공원이 꾸며지면서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부산시가 최근 ‘구덕운동장 일원 도시재생혁신지구 계획’을 발표한 뒤로 지역 주민과의 갈등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정비사업을 한지 5년 만에 또 재개발하느냐”며 “개발업자를 위한 재개발”이라며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지난 2월 발표한 계획에는 아파트가 530가구(3개동·38층)였으나 지난 5월 계획에 850가구(4개동·49층)으로 늘어나면서 반발은 더 거세졌다. 실제 지난달 23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주민들의 항의성 발언이 이어지자 부산시는 서둘러 행사를 마무리했다.
공청회에서 부산시는 “축구 전용구장을 지을 장소로는 구덕운동장이 최적지”라며 “대규모 노후시설을 재개발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주민 삶의 질을 증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비 충당을 위해 가구 수를 확대했다”라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들은 “부산시가 ‘대표체육시설’은 운운하는 것은 아파트 개발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생활체육공원을 자주 이용한다는 신모씨(60대)는 “계획을 보면 아파트 주차장은 1104면인데 관중이 1만5000명인 축구장의 주차장은 150면에 불과하다”라며 “이는 애당초 대표 체육시설 건립은 마음에 없고, 건설업체 배불려주는 계획이란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가파르게 오르는 사업비를 고려할 때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시행계획 인가를 받고,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사업 진행 초기인 만큼 계속해서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주민을 위한 시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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