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M은 국내 최대 산업형 문화행사”…사상 처음 거래액 2억 달러 넘어
18년 전 방송·영상 콘텐츠 거래 시장으로 시작했다. 여기서 방송·영상 콘텐츠는 주로 TV의 드라마·애니메이션·다큐멘터리·예능·교양 프로그램 등이었다. 이후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 등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더해지면서 그 폭이 훨씬 넓어졌다. OTT, 웹툰, 게임, 블록체인, 메타버스, AI(인공지능)…. 요즘 ‘콘텐츠’의 스펙트럼은 이런 분야와 융합 중이다.
올해로 18회째였던 ‘부산콘텐츠마켓’(BCM, Busan Contents Market)은 이 지점에 와 있다. 거래 실적 또한 상전벽해다. 2007년 출범 이후 초기 콘텐츠 거래 실적은 1500만~2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얼마 전 폐막한 ‘2024 BCM(5월22~24일)’의 거래 실적은 사상 처음으로 2억 달러 고지를 넘었다. 2억1589만달러였다. 작년의 경우 1억6739만 달러를 기록했다. 초기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났다.
BCM을 이끌고 있는 권만우 집행위원장은 “쉽게 말하면 BCM의 매출액이 2970억원쯤 된다는 얘기”라며 “부산국제영화제 등 부산의 대형 이벤트들이 대부분 축제형이라면 매출이 일어나는 BCM은 산업형인 셈”이라고 말했다.
권 집행위원장은 경성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다. 부총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21년 후반부터 BCM 집행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눈은 알고 있다-눈의 심리학’, ‘디지털 미디어와 저널리즘 4.0′ 등을 펴낸 디지털 미디어 기술 변화에 대한 전문가다.
‘눈은 알고 있다’는 의학장비인 ‘시선추적장치’로 관찰한 눈의 움직임과 그 안에 담긴 생각·마음·감정 등의 관계를 추적한 연구다. 영상 등 콘텐츠를 보는 것도 ‘눈’이고 AI나 자율주행차의 작동에도 ‘눈’이 중요하다.
‘디지털 미디어와 저널리즘 4.0′은 IT(정보기술), 디지털 기술 등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달라지고 있는 미디어 산업의 현황을 잘 정리하고 있다. 통합뉴스룸, 컴퓨터 활용 저널리즘, 데이터 저널리즘, AI저널리즘, 가상현실(VR·AR·MR) 저널리즘, 크로스 미디어 저널리즘, UX(사용자 경험),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권 위원장이 디지털 미디어의 전문가라는 말이다. 3일 그를 만나 18회 BCM의 성과와 미래 등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2억 달러를 넘었다. 사상 최대의 거래실적이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 그런 성과를 올리고 나니 뿌듯했다. 2007년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형준 부산시장이 산파역을 한 ‘BCM’이 18년 동안 초기의 1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는 산업으로 성장했으니. 국내엔 200여개의 크고 작은 영화제가 있다. 이들 영화제는 모두 축제성을 중심으로 열린다. 하지만 영화는 아니라도 영상 등 콘텐츠를 주제로 하는 ‘BCM’은 산업성을 정착시켰다. 국내 유일일 것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다. 유사한 마켓인 홍콩 ‘필마켓’보다 우리가 훨씬 크다.”
-내친 김에 아시아를 넘어 더 나아갈 욕심이 들 법한데.
“콘텐츠 관련 마켓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랑스 칸느 영화제의 ‘밉티비’인데 이 ‘밉티비’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LA 스크리닝’, ‘런던 스크리닝’이란 것들에 밀려서 이렇게 된 것으로 분석된다. 칸느는 작품들만 있어 제작 플랫폼을 지역에 두고 있고 거기에 모든 제작자 또는 제작 환경, 로케이션 이런 게 다 되는 어떤 스튜디오가 같이 있는 ‘LA스크리닝’ 등에 뒤처져 버렸다. 그런 면에서 부산은 칸느와 다르다. 축제도 있고 제작도 되고 그 다음에 로케이션도 지원하고 이런 연쇄 마켓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은 이런 다양한 분야 마켓의 고리를 잘 연결하고 산업화하면 ‘LA스크리닝’에도 도전장을 낼 수 있다고 본다.”
-기승전 산업, 산업이다.
“축제만으론 한계가 있다. 물론 축제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관광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론 지역에 ‘돈 되는 성과’를 선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과 여러 차원에서 여러 모로 연결돼야 지속성,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다. BCM은 그런 면에서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영화제는 감독, 배우가 위주이지만 BCM은 제작자, 투자자, 작가 등이 중심을 이룬다. 제작자 등 서로 다른 차원, 국가의 사람들이 BCM에서 만나 서로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전 세계에서 독특하고도 유일한 시상 프로그램인 ‘BCM OTT시리즈 어워즈’(BOSA)를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BOSA는 배우나 감독이 아니라 드라마를 기획하고 제작, 유통, 배급하는 과정에 성공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다.”
-그렇다고 ‘LA스크리닝’처럼 될 수 있을까?
“하루 아침에 될 수야 없겠지만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우선, BCM은 종전 동남아시아나 미국, 유럽에 편중된 거래시장을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로 넓혀나가고 있다. 작년에 코스타리카 영상위원회와 협약을 맺었고 올해는 동유럽의 중심으로 옛 유고연방의 종주국인 세르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적 OTT플랫폼인 오티티에라와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 콘텐츠가 동유럽, 아프리카에도 퍼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내년엔 사우디아라비아 등 취약지역인 중동 쪽과도 상호 교류 협약을 맺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올해 코로나와 한한령 탓에 중단됐던 한중드라마서밋을 5년 만에 재개했다. 이 서밋은 내년에 몽골·인도·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아시아드라마서밋으로 확대된다. 작년 가을엔 아시아 17개국 미디어 CEO들로 구성된 ‘아시아프로듀서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같은 시장 확대와 아시아 지역 드라마 제작자들간 네트워크 구축은 ‘동조자’들과 같은 작품을 공동제작하는 길을 여는 토대가 된다. 이런 시도와 도전들이 모여 부산을 ‘아시아의 할리우드’로 만들겠다는 꿈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조선일보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ALC)와 협업하기도 했다.
“ALC에 참석한 댄 글릭맨 미국 모션픽처협회장(전 농무부 장관)이 BCM에 와서, BCM 컨퍼런스를 이끈 HBO 드라마 ‘동조자’의 총괄제작자 니브 피치면이 ALC에 가서 각각 강연했다.
조선일보 ALC는 정치·경제·사회 분야 세계적 지도자, 석학들이 모여 인류적, 한국적 고민과 문제에 대한 통찰을 풀어놓는 행사다. 하지만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있어선 BMC가 조금 더 앞서 있다. 이런 각자의 강점을 잘 융합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ALC의 정치·경제적 리더의 파워와 네트워크를 미디어 콘텐츠 분야와 잘 연결시키면 콘텐츠 기획·제작·투자·유통 등에 있어 글로벌 차원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한국 만화계의 전설, 이현세 작가가 본인 작품을 학습한 AI가 어떻게 웹툰을 생성해내는 지 직접 시연했다. 그 전엔 반려견용 콘텐츠를 다루는 ‘BIC4Dog’이란 프로그램도 있었다. 모두 세계 최초였다.
“IT,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달은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하루 자고 나면 달라지게 하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는 기술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문이 그랬고 라디오, TV가 그랬다. 가장 먼저 신기술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확산시킨다. 요즘 뉴미디어 시장은 다양한 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융복합 미디어를 만들어 내며 콘텐츠 생태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BCM은 K-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창구이자 세계의 뉴미디어 산업 트렌드를 가장 우선적으로, 빨리 소개하는 들목이라 할 수 있다. 올해는 AI가 그린 만화, 웹툰을 봤지만 AI음악, AI게임, AI드라마, AI영화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내년엔 ‘AI콘’ 즉 ‘AI콘텐츠 페스티벌’을 개최할 계획이다.
이렇게 선수를 치고 선제공격을 해야 K-콘텐츠가 세계의 앞선 흐름을 빨리 흡수하고 새로운 흐름을 창출해내고 지금의 인기를 10년, 아니 50년 더 지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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