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지켜줄게” 밀양 가해자, 각별한 부성애 이유는?

김명일 기자 2024. 6.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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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뉴시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것에 대해 “여성 미성년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인이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방어 심리로 나온 극도의 이기적인 언사”라고 분석했다.

이수정 교수는 5일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해 “(당시 사건을) 기억을 하기 때문에 더더욱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됐을지도 모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A씨는 1986년생으로, 현재 결혼해 딸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A씨는 그동안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우리 딸은 아빠가 지켜줄게” “네 인생에 걸림돌 다 없애주겠다” “평생 옆에서 아빠가 벌어주는 돈이나 쓰면서 살아라” 등의 글을 올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던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들이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성범죄자들은 가해 행위가 피해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 당시에도 이 지역에서 ‘울산에서 온 얘가 이상하다’ 피해자 책임론 같은 게 만연했을지 모른다”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가해자가 다수인 경우에는 ‘얘도 했고, 쟤도 했고, 그랬는데. 내가 한 게 유달리 특별하냐’ 이런 식으로 책임이 분산되고 공동화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당시 제일 큰 문제는 피해자를 비난했던 가해자 부모들의 태도”라며 “아이들이니까 아무래도 부모의 생각을 따라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주범이나 그 옆에 있었던 자들의 신상 정보가 퍼져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결국 20년이 지나 자신의 아이들을 사적 보복을 당하는 대상자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교수는 과거 형사 피해자를 구제할 제도 신설도 필요하다며 “그 당시에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것이 지금까지 후유증을 유발한다”며 “제대로 구제를 못해준 피해자가 현존한다면 형사 피해자들에게 제3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같은 펀드 등 사적 구조를 통해 도움을 줄 수 있겠다. (가해자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기부를 해 뒤늦게라도 용서를 받게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경남 밀양의 고등학생 44명이 여중생들을 1년가량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사건에 연루된 고등학생 중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10명은 기소됐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다.

이후 기소된 10명에 대해 부산지법 가정지원 소년부 송치 결정이 내려지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피의자들은 소년원에서 일정 기간 보호관찰을 받고 나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부에 송치되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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