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발전 위한 지역 식민지화…‘밀양 친구들’ 연대는 계속된다 [왜냐면]

한겨레 2024. 6. 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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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가을에도 어김없이 감이 왔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핵발전소 지역에 임시 핵폐기장을 짓는 법을 밀어붙였다.

당연히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40년 이상 가동하는 핵발전소와 기한도 없는 핵폐기물을 떠안는 핵 무덤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핵발전 부정의에 저항하며 생명과 안전, 에너지 정의를 말하는 '밀양의 친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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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경남 밀양에서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보내주는 감. 필자 제공

6·11 밀양 행정대집행 10년 ③

이영경 |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

지난가을에도 어김없이 감이 왔다. 감 상자 속에는 경남 밀양 할매들의 고맙다는 인사가 함께 담겼다. 그러나 감을 받는 사람들은 안다. 우리가 받을 인사가 아니라 오히려 그 자리에서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다시금 밀양을, 에너지 정의를, ‘탈핵 탈송전탑’의 가치를 떠올리게 해 주는 그들이 받아야 할 인사라는 것을.

2005년부터 이어진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에는 수많은 주민과 연대자들이 산에 올라 농성장을 지켰다. 전국에서 ‘탈핵 희망버스’를 조직하고 ‘우리가 밀양’이 되는 문화행사를 열었다. 그러나 2000여 경찰의 무차별적 폭력이 동반된 행정대집행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정부의 안정적 전력 공급이라는 명목은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되었다.

밀양 송전탑은 신고리 3호기의 핵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한전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이 늦어지면 전력난이 생길 수 있다며 국민을 위협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핵발전을 수출하는 데 문제가 생긴다며 경제 욕구를 자극했다. 하지만, 이런 왜곡과 폭력이 무색하게도 결국 신고리 3호기는 납품 비리와 노동자 사망사고 등의 이유로 가동이 늦어져 2016년 12월에나 상업 운전에 들어갔다. 결국 핵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의 잘못을, 생존권을 요구하는 지역 주민들의 탓으로 뒤바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단어가 있다. 민생과 원전 생태계 복원. 윤 대통령은 이 두 단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무던히도 애쓴다.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에서도 “원전이 민생”이라며 핵 산업 생태계 강화를 주장했고, 지난해에도 수차례 해외 순방을 통해 핵 산업 수출에 힘을 싣고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동시에 국내에서는 핵발전소 지역에 임시 핵폐기장을 짓는 법을 밀어붙였다. 당연히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은 40년 이상 가동하는 핵발전소와 기한도 없는 핵폐기물을 떠안는 핵 무덤이 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핵폐기장이 없으면 핵발전소가 멈추고, 우리는 전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무기를 내세웠고, 지역 주민들의 ‘민생’은 사라졌다.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전기가 어느 순간 정부의 무기로 변신했다. 안정적 전력 공급 욕구는 정부의 핵발전 확대를 살찌우는 먹이가 되었다. 전기 사용이 많은 도시와 전력 생산의 식민지가 되어버린 지역을 서로 이간질한다. 신규 발전소 건설을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역 주민들을 ‘찬반’으로 갈라놓을 것이다. 노후 핵발전소 수명 연장과 신규 핵발전소 건설, 그리고 임시 핵폐기장 건설 등 핵 산업 먹거리가 모두 민생으로 뒤바뀐다. 모든 국민은 핵 위험과 핵폐기물을 떠안으며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마주하는 삶을 강요받는다.

밀양 송전탑에 핵 전기가 흐른 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밀양에는 여전히 송전탑 건설에 합의하지 않은 100여 세대가 있다. 정부의 이간질에 부서진 공동체를 회복하려는 마음이 있다. 핵발전 부정의에 저항하며 생명과 안전, 에너지 정의를 말하는 ‘밀양의 친구들’이 있다. 매해 가을 ‘감’을 받으며 기억과 연대를 다잡는 ‘우리’가 있다. 오는 8일 우리는 또다시 밀양으로 간다. 전국에서 모여드는 ‘밀양의 친구들’의 연대는, 눈물을 타고 흐르는 전기를 끊어내고 탈핵의 미래를 여는 희망으로 흐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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