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신사도 당했다, K-패션 상표권 훔치는 中

“악의적 목적 인지…회복 노력 중”
상표 무단도용·무단등록 피해도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무신사스탠다드를 비롯한 국내 일부 패션업체의 한국 상표가 중국업체로부터 도용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스탠다드를 비롯해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돈키, 에이엔29, 주드맥콜, 블랭크 등 상표권을 중국의 일부 업체가 한국 기업보다 먼저 등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에서 무신사스탠다드 상표를 등록한 업체는 창지 트레이딩(Changji Trading)이라는 회사로 무신사와 무관한 곳이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특정 업체가 악의적으로 한국 업체 상표를 무단으로 선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신사는 상표 도용 건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했고 올해 1월 중국특허청은 이를 인용한 상태다. 무신사에 따르면 중국특허청은 해당 업체의 부정한 목적을 인정했고 향후 선점당한 상표의 무효심판을 앞두고 있다.

상표권은 특정 상품에 상표를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다. 국가별로 상표의 권리자가 다를 수 있다. 이에 따라 특허청에서는 해외에서 한국 상표를 보호하기 위해 각국의 법과 절차에 따른 상표 등록을 안내하고 있다. 상표권에는 속지주의(지역 기준으로 법을 적용하는 것)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상표를 먼저 선점하면 되레 브랜드의 주인이 상표권을 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2012년 막을 내린 애플의 아이패드 상표권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글로벌 사업을 위한 중국 내 아이패드 상표권을 획득하기 위해 6000만달러(당시 약 685억원)를 지출했다. 2000년대 초 아이패드라는 이름을 컴퓨터로 판매하며 전 세계에 상표등록을 한 대만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자회사인 중국 심천의 웨이관은 중국 내 아이패드 상표권을 주장하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약 2년간 이어진 소송은 결국 애플이 웨이관에 상표권 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K-패션의 인기가 이어지면서 한국 브랜드를 위조한 상품에 이어 상표 무단선점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 업체가 상표를 무단 선점하면 해당 업체는 해외 진출 때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피해를 볼 수 있다.

상표권을 도용당해 브랜드 이름을 바꾼 한국 뷰티업체도 있다. 스타일난다 이야기다. 현재 뷰티 브랜드 3CE를 운영하느 스타일난다는 2016년 쓰리 컨셉 아이즈(3 Concept Eyes)로 중국 진출을 계획했다. 그러나 이미 상표권과 브랜드 콘셉트를 도용당한 상태였다.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브랜드 이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한국 패션업체에 대한 상표 무단 도용 피해 역시 심각하다. 한국패션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아크메드라비의 경우 각각 월 4000건에 달하는 상표 침해 사례를 적발했다. 누적 피해 금액은 7억달러(약9582억원) 규모에 달했다.

한국패션산업협회는 이런 패션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인지하고 이달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한 ‘패션IP센터(FIPC)’를 출범했다. 계속되는 피해에 업계가 나서 상표권·디자인권 보호와 위조상품 유통 감시, 디자인 도용 근절을 지원하려는 목적이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서도 해외 무단선점 의심 상표 피해업체의 대응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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