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으로 ‘김건희’ 덮기? 與 ‘영부인 특검’ 딜레마
‘김건희 특검’ 반대하던 지도부도 난처…“민주당 논리 그대로”
김 여사 ‘특검’ 전 포토라인?…檢, “법 앞에 예외 없다” 소환 관측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별검사(특검) 공세' 여파가 용산과 여의도뿐 아니라 평산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여권 일각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순방'을 겨냥한 특검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야권이 '김건희 특검' 여론을 가리기 위한 맞불공세라며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수사가 먼저"라는 이유로 야권의 특검 공세를 방어해왔던 여당의 논리에 금이 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생'을 22대 국회 키워드로 내세운 국민의힘 지도부도 '김정숙 특검'에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윤상현 "혈세 관광"…'김정숙 특검법' 발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발화할 때마다 김정숙 여사를 둘러싼 논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김건희 여사가 유럽 순방 중 명품 매장을 방문한 것을 민주당이 문제 삼자, 보수 성향 정치인 등이 과거 김정숙 여사의 의전비용 논쟁을 언급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잠잠하던 정치권에 김정숙 여사의 이름이 다시 소환됐다. 계기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재임 당시 외교 비화를 담은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펴내면서다. 문 전 대통령은 책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단독 방문(2018년)에 대해 "영부인의 첫 단독외교"라는 입장을 처음으로 내놨다.
그러나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을 놓고는 정치권 안팎에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셌다. 국고 손실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이종배 서울시의원(국민의힘)은 "김 여사가 인도 측 초청이 없었음에도 스스로 초청을 요청해 타지마할을 방문한 건 사실상 여행 목적으로 예비비를 편성해 사용한 것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며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장을 냈다.
국민의힘도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해명'을 난타했다. 나아가 유력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이른바 '김정숙 여사 특검법'까지 발의했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의상 구매 관련 국정원 특수활동비 대납 의혹 등을 규명하자는 게 특검법의 골자다.
윤 의원은 김 여사의 인도 방문이 "단독 외교가 아닌 명백한 셀프 초청"이라며 "당초 2600만원이면 됐을 예산이 대통령 휘장을 단 전용기를 이용하며 15배인 3억7000만원으로 늘어났는데 이 가운데 무려 6292만원이 기내식 비용으로 사용됐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하면 야당에서는 '야당 탄압' '검찰 공화국' 프레임을 씌울 것"이라며 특검 필요성을 강조했다.
野반발 속 與일각서도 '갸우뚱'…檢 수사는 변수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김정숙 특검법'에는 박덕흠·박대출·이종배·임이자·강대식·구자근·김선교·주진우·강명구·최수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김건희 특검법'에 단일대오로 뜻을 모은 야권과 달리, 국민의힘 지도부 및 중진들은 윤 의원 주장에 공개적인 힘을 싣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여당이 '김정숙 딜레마'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특검 공세'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민생 우선' '검찰 수사 우선' 등의 메시지를 냈는데, 당이 '김정숙 특검'으로 맞불을 놓으면 앞선 구호가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이 스스로 검찰 수사를 못 믿는다는 고백, 즉 '자가당착'이 된다는 얘기다.
나아가 민주당이 '김정숙 특검'을 받는다면 그간 '김건희 특검'에 반대해온 정부 여당이 불리한 지형에 놓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여권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검건희 특검법'과 '김정숙 특검법'이 동시에 본회의에 상정되고, 거대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만 통과시키는 경우다. 여야 합의로 올린 '쌍 특검' 중 '김건희 특검법'만 가결됐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취재 과정 중 만난 여권 한 관계자는 "국회 의석 상 어차피 여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국민들이 인식하기에 정쟁‧맞불용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차라리 '발의할 수도 있다' '발의한다'라고 공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여론전을 하는 것과 실제 (특검법을) 발의해서 거야로부터 부결 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공간도 확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지도부도 같은 지점을 지적했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정숙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 발의에 "그동안 계속 저희가 '김건희 특검'을 얘기할 때 (여당에선) '모든 걸 특검으로 가면 검찰이 무슨 소용이 있냐'라고 얘기했는데 이젠 '본인들 스스로가 검찰이 아무 소용없구나'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에 더 큰 힘이 실릴 수 있다"며 '검찰 무용론'에 여권도 찬성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한편,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 수사에 따라 '김건희‧김정숙 특검'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낼 경우 야권이 내세우는 특검 주장도, 이에 맞불 성격으로 등장한 김정숙 여사 특검 공세도 잦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이다. 현재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조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수사는 고발인과 주요 참고인 조사를 마치고 김 여사 소환만 남겨둔 상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최근 검찰 인사 직후 수사팀 부장검사를 불러 직접 수사 상황 보고를 받기도 했다. 이에 더해 최근 이 총장이 가까운 지인들에게 "반드시 김 여사 소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며 김 여사 소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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