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총리, ‘민망한 승리’로 3연임…“무적의 아우라 깨졌다”

최혜린 기자 2024. 6. 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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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의 선거 사무소에서 총선 승리를 축하하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승을 예고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3연임엔 성공했으나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총선에서 단독 집권에 실패하고, 모디 총리가 이끄는 여권 연합도 가까스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등 개운치 않은 승리를 거뒀다.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탄압과 극심한 빈부격차에 불만을 품은 유권자가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모디 총리는 여권 연합 내 군소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표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현지 신문 타임스오브인디아는 BJP가 주도하는 정치연합 국민민주연합(NDA)이 전체 543개 지역구 중 과반 기준(272석)을 넘긴 293곳에서 승리해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NDA가 350~400석을 차지해 대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던 출구조사 결과와 한참 동떨어진 결과가 나왔다.

부진한 성적에 민망해진 ‘3기 집권’…‘무적’ 이미지도 타격

3연임이 확실해지자 모디 총리와 여권은 승리를 선언하며 자축했다. 모디 총리는 수도 뉴델리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의 세 번째 임기는 (유권자가 내린) 큰 결정의 하나이고 새 정부는 발전의 새 장을 쓸 것”이라며 “내가 보증한다”라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일(현지시간) 수도 뉴델리에 있는 선거 사무소에 도착해 선거 승리를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모디 총리의 3연임은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가 투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10년 만에 인도의 국내총생산(GDP) 순위를 세계 11위에서 5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독립 100주년을 맞는 2047년까지 인도를 선진국 대열에 합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을 기대한 유권자들이 시장경제 활성화와 기업 지원에 적극적인 여권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400석 이상 획득을 자신했던 모디 총리로서는 ‘민망한 승리’다. 특히 BJP만으로는 의석 수가 240개에 불과해 직전 총선인 2019년 획득한 303석에도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BJP가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은 모디 총리 집권 이래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모디 총리 개인의 지역구 성적도 5년 전보다 후퇴했다. 2019년엔 50만표 차로 상대 후보를 이겼으나 이번엔 15만2300표 차 승리에 그쳤다.

이는 그간 압도적인 지지로 집권해 ‘카리스마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강한 모디 총리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모디 총리를 감싸던 무적의 아우라가 산산조각 났다”며 “총선 결과가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야권은 예상 밖 선전을 했다.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를 주축으로 하는 야권 정치연합 인도국민발전통합연합(INDIA)은 120석에 그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를 깨고 234개 지역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로 결과가 확정된다면 2019년 241석에 달했던 여권과 야권 연합 간 의석수 차이는 59까지 줄어들게 된다.

정치 탄압·빈부격차에 등 돌린 민심…정국 운영에도 충격 불가피

모디 총리의 기세가 힘을 잃은 배경으로는 독실한 힌두교 신자인 모디 총리가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표심을 노려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운 것이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 많다. 모디 총리는 인구의 14%가량을 차지하는 무슬림을 “침입자”로 규정해 소수 계층을 배제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런 행보에 불만을 가진 중도 성향의 힌두교도들이 등을 돌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모디 총리가 집권하는 동안 그가 야당과 정치적 반대파를 탄압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일(현지시간) 인도 벵갈루루에서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권자들이 뚜렷한 경제 성장 뒤에 감춰진 양극화를 심판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시민들은 화려한 억만장자들이 거주하는 경제 강국 중 하나라는 이미지와 수억 명의 국민이 실업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려 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현실 사이에서 괴리를 느꼈다”고 전했다. BBC도 “정부 지출에 힘입어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긴 하지만 불평등은 계속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세계불평등연구소(WIL)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는 상위 1% 부유층이 국가 전체 자산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향후 국정 운영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BJP가 이끄는 NDA 내부적으로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를 두고 마찰이 있었던 만큼 연정이 안정적으로 출범하려면 갈등 봉합은 중요한 과제다. 연정이 출범한 후에도 군소정당과 조율이 불가피해 정책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다.

의석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야권의 견제도 심해질 수 있다. 야권 연합은 이번 총선 결과를 “민심의 응징” “모디 총리의 정치적, 도덕적 패배”로 규정하며 공세를 예고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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