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로마시대보다 황당한 ‘저출생 대책’ [유레카]

유선희 기자 2024. 6. 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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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우리 지방자치단체·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저출생 대책은 이를 능가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효과도 의심스러울뿐더러 일부 대책에선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는 저열한 인식까지 엿보인다.

'황당 대책' 탓에 국민의 불신과 냉소만 커져 되레 국가 소멸이 앞당겨질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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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으로 떨어졌다. 1분기 최저 수준이다. 이런 추세면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곤두박질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명인데, 이는 2012년(48만명)의 절반 이하다. 1992년(73만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절벽’이란 말로는 심각함이 표현이 안 될 정도다. ‘국가비상사태’다.

사실 저출생은 현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가 출산율 제고에 나선 건 역사적 기록으로도 남아 있다.

조선 전기 ‘경국대전’엔 여성의 혼인 장려 규정이 있었다. ‘사족(양반가)의 딸로 나이가 30살 가깝도록 가난하여 시집을 가지 못한 자에게는 예조에서 임금께 아뢰어 자재(물품)를 헤아려서 준다’ ‘궁핍하지 않은데도 시집가지 못한 경우엔 가장을 엄중히 벌한다’고 돼 있다. 조선 후기 ‘대전회통’엔 ‘혼인 시기를 넘긴 사례를 2년마다 조사해 감영 및 고을에서 고한다’는 대목이 있다. 혼인 장려의 대상을 양반가에서 일반 백성까지 확대한 것은 물론, 2년마다 정기적인 관리까지 한 셈이다.

서양에선 로마시대에 강제 결혼·출산에 관한 법률이 있었다. 기원전 1세기 말, 인구가 감소하자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결혼·출산하지 않는 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정식 혼인에 관한 법’을 만들었다. 미혼자에겐 독신세를 부과했으며, 미혼으로 30살을 넘기면 선거권을 박탈했다. 독신으로 50살을 넘길 경우엔 상속권을 박탈하는 것은 물론 재산까지 몰수했다. 공직 진출 땐 다자녀 기혼자에게 우선권을 줬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결혼·출산에 대한 조선과 로마의 국가 개입은 사적 자유를 침해하는 심각한 월권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지방자치단체·국책연구기관이 내놓은 저출생 대책은 이를 능가해 황당하기까지 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저출생 해결을 위해 ‘여성을 1년 조기 입학시키자’고 해 논란을 불렀고, 서울시는 추가경정예산안에 ‘정관·난관 복원수술 비용 지원’을 포함해 빈축을 샀다. 한 서울시의원은 괄약근을 조이는 케겔운동과 체조를 조합한 ‘국민댄조(댄스+체조)’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무료 미혼 남녀 만남 지원’을 대책이랍시고 내놔 비난을 샀다. 효과도 의심스러울뿐더러 일부 대책에선 여성의 몸을 수단화하는 저열한 인식까지 엿보인다. ‘황당 대책’ 탓에 국민의 불신과 냉소만 커져 되레 국가 소멸이 앞당겨질 판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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