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북한과 핵무기 통제 협정 맺었어야”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6. 5.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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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전 대통령)가 북한의 핵무기 접근을 통제할 수 있는 협정을 맺길 원하지 않았 것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한과의 합의를 거부한 이른바 ‘하노이 노딜’을 비판한 것. 트럼프식 ‘일괄타결(빅딜)’ 대신 핵군축을 포함한 단계적 합의가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국방비 증액과 한일 협력을 북한 억제와 관련한 주요 성과로 강조했다.

●바이든 “북한과 핵무기 통제 협정 맺었어야”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한 (북핵은) 항상 문제가 될 것”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이를 멈추느냐”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가 5년 전이나 3년 전 퇴임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나 핵무기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기 위한 협정을 마련하려고 일찍 노력하지 않은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5년 전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가리킨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 폐쇄를 조건으로 주요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요구를 김 위원장이 거부하자 협상을 중단하고 하노이를 떠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하노이 노딜’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을 주요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북한 비핵화 성과가 없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탑다운(하향식) 협상을 통한 일괄타결식 합의를 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면서 단계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대통령실의 부인에도 북핵 협상에서 중단단계(interim steps)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비핵화 협상 대신 한일, 한미일 협력을 성과로 부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 등의 핵 문제가 더 위협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국방비로 투입하고 캠프데이비드에서 한국과 화해했는데 이는 북한에 압도적인 위협”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우려에 대해선 “내가 취임한 뒤 3년반 동안 이룬 것만큼 많은 일을 해낸 대통령이 누가 있느냐”며 “반도체 산업을 되찾기 위해 한국으로 갔던 때를 기억한다. 취임한 이후 8650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는데 그렇게 했던 대통령이 한 명이라도 있느냐”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주요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의 반도체 투자 유치를 자신의 최대 경제성과로 앞세운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중국이) 미국 대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며 “모든 악당(bad guys)은 트럼프를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깅그리치 “김정은 비핵화 시도하면 살해당할 것”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로 꼽히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날 워싱턴타임스재단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북한이 핵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을 생각하면 김정은이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여기(핵개발과 고립)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찾고 싶다’고 말하면 살해당할 확률이 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있지만 (한국을 상대로) 행동을 취하면 말 그대로 정권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가장 앞장서 지지하면서 당선 ‘1등 공신’으로 꼽혔으며 올해 대선을 앞두고도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일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 거론되는데 대해선 “주한미군을 어디로 옮길 수 있겠는가”라며 “트럼프는 한국을 무방비 상태로 두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한미군의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며 “김정은이 한국에 대한 공격이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숫자면 된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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