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업 수혈 받는 저축은행들…‘자본력’ 희비에 지각변동 조짐

정윤성 기자 2024. 6. 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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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은행도 ‘휘청’…건전성 불안감에 자본확충 물결
M&A냐 버티기냐…뒷배 없는 저축은행 생존법은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저축은행권에 건전성 우려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일부 저축은행 모기업들이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선제적인 자본적정성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반면 증자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들은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의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100% 자회사인 우리금융저축은행의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지주계열 저축은행인 IBK저축은행도 자본확충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IBK저축은행은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예수금 1000억원을 지원 받았다. 대주주 예수금은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자본적정성 개선 효과가 있다.

최근 지주계열 저축은행들이 일제히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은 저축은행 업권의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과 업황 악화가 장기화 되면서 적자 규모가 확대된 가운데,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1%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BIS비율은 금융사가 가진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적자가 날수록 자기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에 BIS비율은 낮아진다. 분모인 부실채권 등 건전성에 영향을 주는 위험자산이 늘어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8% 이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실제 자본을 수혈 받은 IBK저축은행은 1분기 1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연체율도 8.42%로 전년 동기(4.71%) 대비 1.7배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같은 기간 BIS비율은 11.23%에서 10.35%로 하락하며 당국 권고치를 밑돌게 됐다.

우리금융저축은행 역시 1분기 49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BIS비율은 13.84%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1%보다 높긴 하지만, 지난해 1분기 18.12%였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크다. 지주 계열 저축은행 중에서도 낮은 편에 속한다.

몸집 큰 저축은행도 BIS비율 뚝뚝

IBK저축은행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자산은 각각 1조7190억원, 1조8067억원으로 주요 저축은행에 비해 크지 않다. 문제는 자산 규모가 저축은행권에서 열 손가락에 꼽히는 저축은행들 마저 자본적정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분기 기준 자산 상위 10개 저축은행 중 6곳의 BIS비율이 11~12%대로 금융당국의 권고치에 근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자산 규모가 13억7941억원으로 업권 2위인 OK저축은행은 1분기 12.77%의 BIS비율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와 1.77%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자산 규모가 5조3418억원인 애큐온저축은행의 BIS 비율도 12.02%로 권고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어 자산 규모가 2조원 이상인 다올저축은행(12.75%)과 페퍼저축은행(11.38%), 상상인저축은행(11.31%), OSB저축은행(12.09%) 등도 자본적정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단 자본적정성이 뒷받침 돼야 불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최대한의 수익성을 확보할 여지가 생긴다"며 "증자를 바탕으로 향후 영업 실적이 회복되면 체력도 스스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PF 사업장 ⓒ시사저널 최준필

돌파구는 M&A?…금융당국도 규제 완화 행보

여기에 금융당국이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신속한 정리를 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향후 충당금 적립과 건전성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차원에서 부동산 PF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3500억원 규모의 펀드도 조성하고 있지만, 2분기에도 연체율이 하락 반전하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 확충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들은 고심에 빠진 분위기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M&A를 통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부실 저축은행은 정리해야 업계 전체적인 건전성, 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이 뒷받침 되는 대주주에 인수될 경우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여력도 생긴다.

금융당국도 이런 이유로 지난해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 영업구역이 확대되더라도 최대 4개의 저축은행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그럼에도 M&A엔 속도가 나지 않았다. 완화된 규제가 비수도권 저축은행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돼 수도권에서 덩치를 키우려는 저축은행들에게 실효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필요성이 증대되자 금융당국도 추가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비수도권 저축은행을 소유한 대주주가 수도권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영업 구역을 3개 이상으로 늘릴 수 없다. 인수 대상이 되는 수도권 저축은행의 BIS비율이 9~10%로 악화돼 '적기시정 조치'를 받는 등 상태인 경우 예외 조치가 적용된다. 이 기준을 완화해 예외 대상이 아닌 수도권 저축은행에도 M&A가 활성화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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