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일본까지 제칠 정도라고?.. 지표는 개선, 그래서 삶의 질은? “글쎄”
GDP 대비.. 가계부채 100.4% → 93.5%
GNI, 인구 5,000만 이상 나라 중 6위 기록
“지표상 변화.. 실제 경기와 괴리” 지적도
환율 안정 전제.. 수년 내 4만 달러 달성도
1인당 국민소득(GNI)이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구 5,000만 이상 국가 가운데 6위를 차지했습니다. GNI는 전체 국민이 일정기간 벌어들인 임금과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됩니다.
GDP(국내총생산)는 국가 경제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로, GDP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GNI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처럼 기준값들이 변경되면서 상향 조정된 지표상의 변화가 실질 경제상황을 반영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됩니다.
지속되는 고물가·고금리 추이 속에서 가계와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가 이어지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기준년 변경이 경기 개선을 나타내기보다 오히려 현실과 괴리감을 더하고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는게 아닌지 우려감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5일 한국은행은 '국민계정 2020년 기준년 1차 개편 결과(2000~23년)'를 발표하면서 한국의 1인당 GNI 순위가 지난해 일본을 제친 세계 6위(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습니다.
한은은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바꾸고, 이를 우선 2000∼2023년 시계열에 반영했습니다. 기준년 개편은 5년마다 이뤄지는데, 이번이 13차 변경입니다.
이날 개편으로 경제총조사(2022년 6월 공표), 실측 투입산출표(2024년 4월 공표) 등을 토대로 각 산업의 총산출·부가가치·부문별 최종수요 등이 바뀌었고 결과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규모 자체가 커졌다는 게 한은 측의 설명입니다.
새롭게 재편된 시계열에서 2020년의 명목 GDP는 2,058조 원으로, 2015년 기준으로 삼은 기존 시계열상 규모(1,941조 원)보다 6% 증가했습니다.
또 2001∼2023년 실질 GDP 연평균 성장률도 시계열 변경에 따라 3.5%에서 3.6%로 0.1%포인트(p) 상승했습니다.
이에 따라 브라질·오스트레일리아 등에 밀려 13∼14위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던 명목 GDP의 세계 순위도 올랐습니다. 미국 달러화 기준, 2022년 명목 GDP(새 시계열)가 세계 12위 수준으로, 2023년 GDP 규모도 12위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개편에 따라 우리나라의 1인당 GNI도 지난해 3만 6,194달러로 집계됐습니다. 기준년도 개편 전에는 3만 3,745달러에서 7.3% 늘었습니다. 기준년 개편 결과로 한국의 1인당 GNI는 이탈리아보다 적고, 일본과 대만보다는 많은 수준이 됐습니다. 1인당 GNI가 일본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인구 5,000명 이상 나라 중에선 2022년과 2023년 모두 미국·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다음 우리나라가 6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 5,841달러로 추산됐습니다. 일본 정부가 엔화 기준 GNI를 발표한 것을 한은이 일본의 인구 수와 엔·달러 환율을 고려해 계산한 수치로, 한국이 기준년 개편으로 국민소득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일본은 초엔저 상황이 계속되면서 달러화로 표시한 1인당 GNI가 축소되는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모수인 경제 규모(GDP)가 커지면서, 가계나 정부 빚(부채·신용)의 비율 등도 눈에 띄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은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장 작년 말 기준 100.4%였던 가계부채 비율도 새 GDP 통계를 적용하게 되면 93.5%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파악됐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 비율과 관리 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각각 3.5%p(50.4→46.9%), 0.3%p(3.9→3.6%) 하락했습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한 값으로,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나타냅니다.
기준년 변경에 따른 지표 개선이 얼마나 의미를 가질 지에 대해선 논란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가 기준 변경 등을 근거로 더 큰 폭으로 통계 수치를 바꾼다면 실제 각 나라 경제에 큰 변화가 없어도 재차 GDP 순위 등이 또 바뀔 수 있는 탓입니다.
또 바뀐 경제 지표에 기준년 변경 효과 비중이 얼마나 될지 파악이 쉽지 않아, 자칫 경기 흐름 파악에 혼선을 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기준년 개편 그리고 순위 재조정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한은은 보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다른 나라는 기준년 개편을 하더라도 GNI가 1% 내외 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반면, 우리나라는 부가가치가 높은 반도체 산업 비중이 커, 기준년 개편 때마다 5~7% 가량 국민소득이 오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환율 안정이란 조건 하에 수년 내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전망했습니다. 정부와 국내·외 기관들도 2026년까지 4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은은 실질소득 증가율, GDP 디플레이터, 국외 순수취요소소득, 환율 변동성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환율이 안정된다는 전제로 수년 내에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리란 관측을 내놨습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한국의 1인당 GDP가 2025년 3만 7,700달러로 오르는 데 이어 2026년 4만 500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 정권 역시, 임기 내 4만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환율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최 장관은 지난달 초 “우리 정부 내에서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많은 사람이 보고 있다”라며 “성장률이 받쳐줘야 하는 측면도 있지만 환율 움직임도 중요하다”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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