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시위 소극대처로 감찰조사 받아…백형조 전 전남지사 별세

이충원 2024. 6. 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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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치안본부 5차장, 1989년 전남지방경찰청 국장, 1991년 전남도지사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경찰 출신 행정관료를 지내며 경찰 개혁을 모색했던 백형조(白亨祚) 전 전남지사가 2일 오후 10시20분께 분당제생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5일 전했다.

1989년 전남지방경찰청 국장일 때는 조선대 이철규(1964∼1989) 학생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전남도청 진입을 시도할 때 치안본부의 강경 진압 요구를 물리치고 소극적 진압을 했다가 감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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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경찰혁신위원회 발족 현판식 당시 고인 [촬영 진성철]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1987년 치안본부 5차장, 1989년 전남지방경찰청 국장, 1991년 전남도지사 등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경찰 출신 행정관료를 지내며 경찰 개혁을 모색했던 백형조(白亨祚) 전 전남지사가 2일 오후 10시20분께 분당제생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5일 전했다. 향년 89세.

1935년(호적상 1936년) 전남 고흥생인 고인은 광주제일고, 조선대 법정대를 졸업한 뒤 1963년 경찰 간부후보생(15기)으로 경찰에 투신했다. 일반공무원으로 전직하려고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했지만, 내무부 치안국장(현 경찰청장)과 장관을 지낸 정석모(1929∼2009)씨의 권유로 경찰에 남았다.

1987년에는 대공 분야를 관할하는 치안본부 5차장에 임명됐다. 박처원(1929∼2008) 전 처장이 박종철(1964∼1987)군 고문치사 사건으로 물러난 뒤 민심 수습용으로 공안 업무와 관련이 없던 고인이 임명된 것. 1989년 전남지방경찰청 국장일 때는 조선대 이철규(1964∼1989) 학생의 의문사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전남도청 진입을 시도할 때 치안본부의 강경 진압 요구를 물리치고 소극적 진압을 했다가 감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1990년 경찰대학장과 1991∼1992년 전남도지사를 지낸 뒤 전남발전연구원장, 원광대 초빙교수, 한국경제사회발전연구원 고문 등을 지냈다. 2004∼2007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 2005년 경찰청 경찰60년사 편찬감수위원을 맡았다.

경찰의 자기반성을 치열하게 고민했다. 퇴직 후인 2002년 동국대에서 경찰 조직 개혁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광주일보에 "한국 경찰은 민주·인권과는 상반된 불행한 역사적 유산에서 태어났다. 국민을 봉사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탄압의 대상으로 생각했다"고 인터뷰한 적도 있다.

김영록 전남 도지사는 4일 "찬란한 '전남시대'를 향해 투철한 '개발의지'를 몸소 실천하신 고 백형조 지사님의 높은 뜻을 받들겠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유족은 2남1녀로 백규석·백규원(딸)·백희석씨 등이 있다. 5일 발인을 거쳐 분당추모공원 휴에 안장됐다.

[유족 제공]

chungwon@yna.co.kr

※ 부고 게재 문의는 팩스 02-398-3111, 전화 02-398-3000, 카톡 okjebo, 이메일 jebo@yna.co.kr(확인용 유족 연락처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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