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서 무료로 즐기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임석규 기자 2024. 6. 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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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분노의 주먹(Raging Bull)'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연습하는 '섀도복싱' 장면으로 시작한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11일과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야외무대를 열고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공연한다.

영화 '대부3' 엔딩 장면에서 알 파치노 가족이 관람한 오페라가 잠깐 나오는데, 바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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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카르멘’이어 두번째-6월 11∙12일
전석 무료…“지나다 봐도 즐길 수 있어”
바리톤 박정민(왼쪽)과 소프라노 조선형이 4일 서울시오페라단 광화문광장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담회에서 아리아를 부르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영화 ‘분노의 주먹(Raging Bull)’은 배우 로버트 드 니로가 허공에 주먹을 내지르며 연습하는 ‘섀도복싱’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 ‘대부3’은 배우 알 파치노가 오페라극장을 나오다 마피아들의 총에 딸을 잃고 절규하며 끝난다. 두 장면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음악이 아련하게 흐르는데,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이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각각 1979년과 1990년에 만든 두 영화는 시작과 끝 장면에 나오는 이 음악만으로도 깊은 잔상을 남긴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11일과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야외무대를 열고 시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공연한다.

모두 무료인 이번 공연은 티켓 예약 2분 만에 2천석 전석이 매진됐지만, 광장 야외무대라 티켓 없이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해 ‘카르멘’에 이어 두 번째 광화문광장 야외오페라로 이 작품을 선택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2~3시간을 훌쩍 넘기는 다른 오페라들과 달리 공연 시간이 1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러닝타임이 너무 짧아 오페라극장들은 흔히 이 작품을 레온카발로 오페라 ‘팔리아치’와 함께 ‘2편 동시 공연’을 한다. 극의 전개가 빨라 집중도가 떨어지기 쉬운 야외 공연에 적합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은 지난 4일 제작발표회에서 “광장을 지나다 중간부터 보는 관객도 어려움 없이 관람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작품을 선정했다”며 “지루할 틈이 없는 작품이라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6월 11일과 12일 공연하는 마스카니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기자간담회. 세종문화회관 제공

단막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골의 기사’란 뜻이다. 동화나 신화, 왕과 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다루는 ‘사실주의(베리즈모) 오페라’의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시칠리아 섬을 배경으로 남녀의 사랑과 유혹, 불륜과 질투, 복수를 실감 나게 그려낸다. 영화 ‘대부3’ 엔딩 장면에서 알 파치노 가족이 관람한 오페라가 잠깐 나오는데, 바로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다.

시민 123명이 시민예술단으로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유명한 합창이 ‘오렌지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등 합창곡을 부르고, 마을 사람 등 등장인물로 연기도 한다. 공개모집을 통해 공연에 참여하게 된 시민들은 첫 연습 전에 이미 이탈리아어 가사를 모두 외울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고 박 단장을 전했다. 대한항공 전직 승무원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김혜순씨는 “다음 생애에나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오페라 출연이 실제로 일어나 꿈속에서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야외무대는 목재나 철재 등으로 만든 조형물 대신 엘이디(LED)를 활용한 빛의 무대를 꾸민다. 무대 배경도 입체 영상을 활용하는데, 건축가 가우디와 화가 고흐, 클림트 등의 작품을 차용해 제작했다. 엄숙정 연출가는 “광장의 광활한 스케일에 맞춰 무대와 음악 등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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