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학원 추천 채용’ 뭐길래…“수백만원 내고도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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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천만원은 들었던 거 같아요. 돈 욕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아나운서 준비하고 나서부터 돈 많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 됐네요."
학원 추천 채용은 방송사에서 특정 학원이 추천한 지원자에게만 서류 전형 면제 등 특혜를 주거나, 아예 대외적인 채용 공고 없이 학원 추천만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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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천만원은 들었던 거 같아요. 돈 욕심이 없는 편이었는데, 아나운서 준비하고 나서부터 돈 많은 사람이 되는 게 꿈이 됐네요.”
올해 봄, ㄱ(27)씨는 3년 넘게 준비했던 아나운서의 꿈을 접었다. 과정당 수백만 원씩 하는 아나운서 학원을 다섯 군데 다니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원 수강은 아나운서로서 자질을 익히기 위해서라기보단 전적으로 ‘학원 추천 채용’ 때문이었다. ㄱ씨는 “그만둔 게 전혀 후회가 안 된다. 이제야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방송사의 ‘학원 추천 채용’ 탓에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신음하고 있다. 학원 추천 채용은 방송사에서 특정 학원이 추천한 지원자에게만 서류 전형 면제 등 특혜를 주거나, 아예 대외적인 채용 공고 없이 학원 추천만으로 아나운서를 뽑는 것을 말한다. 일부 대형 방송사 공채를 제외하면 대부분 방송사가 이런 추천 채용으로 아나운서·리포터를 뽑는다. 기본적으로 경쟁률이 수백 대 1에 이르는 아나운서 직군 특성상, 채용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려 과정당 수백만 원씩 하는 학원을 5∼6곳씩 다닌다는 게 5일 한겨레에 전한 업계와 입사 준비생들의 설명이다.
지역 방송사에서 리포터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24)씨도 매주 서울까지 왕복 4시간 통학하며 아나운서 학원에 다니고 있다. 김씨는 “방송사에서는 경력직을 선호하는데, 경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학원 추천뿐”이라며 “추천을 해 주는 선생님들께 잘 보이려고 간식이나 케이크 등을 ‘조공’하는 문화도 있다. 몇백만 원짜리 수업을 듣는데도 을의 위치에 있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준비 기간 2년 동안 학원비·지원비 등으로 1천만원 넘게 썼다는 김씨는 “학원에서는 누구에게나 추천 기회가 열려 있다며 홍보하지만, 주로 (수강료가 비싼) 고급과정 수강생들에게 기회가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지망생들의 경제적 부담은 학원비에 그치지 않는다. 채용 과정에서도 지원 영상을 보낼 때마다 메이크업(화장)비용 15만원, 영상 촬영·보정비용 15만원, 의상 대여 비용 5만원 등 기본 30만원이 넘게 든다고 한다. 김씨는 “최근 공채가 연달아 뜨면서 한 달 동안 포트폴리오만 4번을 찍어 120만원이 들었다”며 “아르바이트를 3개씩 했는데도 늘 돈이 부족하다. 취업 준비(학원비)뿐 아니라 지원 자체에도 돈이 많이 드니 ‘이걸 계속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학원들은 추천 채용 방식의 부적절함을 인정하면서도, 불안정한 아나운서 고용 환경이 배경에 있다고 짚는다. 서울의 한 대형 아나운서 학원 대표는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를 주로 프리랜서·단기 계약직으로 뽑기 때문에 채용과 이직이 잦다. 그때마다 품이 드는 공채보다는 학원 추천 채용이라는 손쉬운 방법을 쓰는 것”이라며 “대형 학원도 실적 홍보에 도움이 되기에 마다치 않지만, 분명 공정하지 않은 방식인 건 맞다”고 말했다.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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