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앵커, 포항 석유·가스에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조현호 기자 2024. 6. 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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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5개 시추 5000억 정도, 딱 부산엑스포 들어간 돈"
조국 "국정을 이렇게 대충 대충 운에 맡겨도 되는 것이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정호 TV조선 앵커가 석유가스전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TV조선 뉴스9 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의 포항 영일만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발표 이후 그 내용의 신뢰성을 두고 방송사와 신문사들이 잇달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TV조선 앵커는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고 했고, JTBC 앵커는 “국민으로서는 궁금한 점이 많다”고 했다. 시추 확인도 아닌 물리탐사의 가능성만 믿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어야 할 일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윤정호 TV조선 앵커는 4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9' 톱뉴스 앵커멘트에서 “본격적인 탐사가 곧 시작될 걸로 보이는데, 내년 상반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지켜보는게 좋을 듯 하다”고 밝혔다. 윤 앵커는 이어진 리포트 <미국 분석업체 내일 방한…의구심 잠재울까>의 앵커멘트에서 “이번 석유·가스전 발견의 기대가 커지는 한편,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적지 않다”며 “특히 이번 탐사에서 심층분석을 맡았던 미국 액트지오사가 규모가 적고, 회사가 외형적으로 열악해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액트지오사를 두고 TV조선은 “일각에선 회사 규모가 10명 이하로 작아 신빙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충분히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어떤 전문가도 100% 확률로 석유 매장 여부를 가려낼 수 없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보도했다.

윤정호 앵커가 '일각에선 아직 실제 매장이 확인된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만큼의 사안이냐는 말도 나온다'고 지적하자 박상현 TV조선 기자는 스튜디오에 출연해 “유전 개발 같은 에너지 정책은 정부의 의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부는 다각적인 데이터 분석 결과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대통령이 직접 발표했다고 밝혔다”고 답했다.

윤 앵커는 '앵커칼럼 오늘' <꺼뜨리지 않는 불씨 하나>에서 “다시 등장한 동해 석유는 최대 추정량이 세계 매장량 25위권 수준”이라면서도 “하지만 갈 길이 멀다. 3단계 시추를 거치는 데 10년이 걸린다. 시추 성공률이 20퍼센트로 높다지만, 뒤집으면 실패가 8할”이라고 경계했다. 윤 앵커는 “내년 상반기면 천운이 우리 편인지 판가름 난다고 한다”며 “그때까지는 희망의 불씨로 가슴에 고이 품을 만하다”고 말했다.

한민용 JTBC 앵커는 이날 '뉴스룸' 톱뉴스 <“5번 안에 성공” 연말 시추 계획> 앵커멘트에서 “정부에서는 어제 발표보다 한 발 더 나아가 대통령이 언급한 140억 배럴보다 더 많이 묻혀 있을 수 있다고 기대감을 키우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으로선 여전히 궁금한 점이 많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JTBC는 “시추에 성공하더라도 본격 생산까진 10년 이상 남은 만큼 성급한 기대감은 독이 될 수 있단 비판도 있다”고 보했다.

▲한민용 JTBC 앵커가 뉴스룸 톱뉴스 앵커멘트에서 정부의 석유가스전 발표에 궁금한 점이 많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진=JTBC 영상 갈무리

한민용 앵커는 <잇단 신중론에 “한국 방문해 설명”> 앵커멘트서 “이렇게 정부는 자신감과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신중론도 적지 않다”며 “이미 탐사해 본 지역 아니냐, 성공률 20%는 추정일 뿐이다. 이런 저런 우려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뉴스버스는 4일 저녁 <[단독] 尹 석유 발표 근거 세계 심해탐사회사는 '1인 기업'>보도에서 윤 대통령 발표의 근거가 된 미국계 지질탐사 전문 컨설팅 회사 액트지오(Act-Geo)의 분석과 관련, “액트지오의 직원이 1명이며 본사 주소지는 가정집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뉴스버스는 “미국 인구조사국에 등록된 기업 정보를 확인한 결과, 액트지오의 직원 숫자는 1명이고, 연방 정부에 보고된 연 평균 매출은 2만7701달러인 '1인 기업'이었다”며 미 인구조사국 NAICS(미국산업분류시스템) 공식 자료를 제시했다.

뉴스버스는 “직원 1명은 이 회사를 창업한 지질학자 빅토르 아브레우(Vitor Abreu) 박사이고, 회사 주소지는 아브레우 박사의 집으로 돼 있었다”며 “해당 주소지는 미국 휴스턴 지역의 부동산 매물 사이트에 현재 월세 7000여달러의 임대 매물로 나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기업정보사이트(zoominfo)를 확인해보니 액트지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530만달러(약 70억)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액트지오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한국석유공사는 5일 설명자료를 내어 “아브레우 박사는 액트지오사의 소유주(Owner)이며, 대외적으로는 회사 고문(advisor) 또는 컨설턴트(Consultant)로 활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아브레우 박사가 엑슨모빌에서 지질그룹장을 역임하며 심해광구 평가를 주도한 30년 경력의 전문가이며, 미국 퇴적학회장을 역임했고, 엑슨모빌 재직 시 가이아나 유전 탐사작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해명했다.

액트지오의 기술역량 전문성을 두고서는 “2016년 설립 이래 가이아나, 볼리비아, 브라질, 미얀마, 카자흐스탄 등 다수의 주요 프로젝트 평가를 수행했다”며 “직원들은 엑슨모빌, 쉘, BP 등 메이저 석유개발기업 출신으로 심해탐사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다. 액트지오사는 다양한 경력의 전문가들이 아브레우를 중심으로 프로젝트 단위로 협업하는 구조”라고 해명했다.

석유 구멍 한 곳 뚫는데 1000억원이 드는데도 심층분석과 검증을 액트지오에만 의존했다는 한겨레 보도에 석유공사는 “탐사 정보 유출 등을 고려해 우수한 업체 한 곳을 선정해 분석한 후, 다양한 전문기관을 통해 그 결과를 검증받는 것이 일반적인 업계 관행”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JTBC 앵커 출신의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실장은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부의 말이 맞다고 해도 대통령이 꼭 나서서 발표할 만한 일이었냐라는 의문점이 먼저”라며 “부적절하고 성급하다. 너무 대통령의 입이 가볍다”고 비판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대한 책임감이라고는 있을 리가 없는 외국 사기업 보고서를 믿고 직접 발표했다”며 “산업부는 장관이 배석한 사실을 브리핑 1시간 전에나 알았을 정도로 주먹구구식 브리핑”이라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국정을 이렇게 대충 대충 운에 맡겨도 되는 것이냐”며 “문제 보고서의 신뢰성은 추후 국회에서 따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액트지오사 규모를 두고 “윤 대통령이 말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치고는 외양상 초라하다”며 “왠지 찜찜합니다만 국민 기대도 높으니 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는 “현재 5개 시추하는데 5000억 정도 든다는데, 딱 부산엑스포에 들어간 돈, 비슷해지고 있다”며 “성공하길 바라지만 예산 낭비 요소가 없는지, 불필요하게 과도한 국민의 기대를 자극해서 또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와 같은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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