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 정책에 이란 찾는 아랍국가…"美 결단 내려야"

김예슬 기자 2024. 6. 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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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관성 없는 이란 정책에 아랍 국가 불안감 커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연설을 갖고 “남부 국경을 넘어 불법적으로 미국에 입국한 사람들의 미국 망명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4.06.05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가자지구 전쟁으로 미국의 중동 정책이 흔들리는 가운데 아랍 국가들이 앞다퉈 이란과 관계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확신하지 못하는 아랍 국가들이 이란에 손을 뻗으며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미국이 중동 정책을 되돌아봐야 할 때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진실재단(EMET) 입법 담당 이사이자 미국 싱크탱크 요크타운 연구소 연구원인 조지프 엡스타인은 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경솔한 정책은 미국 동맹국들을 이란으로 몰아간다'는 제하의 뉴스위크 기고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엡스타인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의 초대를 수락한 점, 사메 슈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이 이란을 방문한 점, 요르단과 바레인이 잇달아 이란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낸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아랍 동맹국들은 이란을 두려워하는 동시에 미국의 지원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오락가락하는 대(對)이란 정책으로 아랍 국가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 미 행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 비난 결의안을 추진하려는 유럽 동맹국들에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은 지난해 8월 이란과 미국인 수감자 5명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한국과 이라크 은행 등에 동결된 100억 달러(약 13조7090억 원)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으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재동결 조처를 취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다시 동결 자금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재를 풀었다.

엡스타인은 "이들의 의심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리전을 하는 와중에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에 대해 유화정책을 펼치는 데서 비롯된다"며 "아랍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군대를 보유하고 있어 불안정한 역내 정세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파이잘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이 지난해 6월17일(현지시간) 7년여 만에 처음으로 테헤란을 방문해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6.18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하자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사우디-이스라엘 간 수교를 중재해 왔다. 사우디가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으며, 양국은 현재 미수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건으로 미국의 확고한 국방 보장, 최고 수준의 미국 무기에 대한 접근, 원자력 부문 건설 지원,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등을 요청했다.

이같은 구상의 큰 틀에는 미국의 '아브라함 협정'이 있다. '아브라함 협정'은 2020년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아랍 국가들 간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관계를 정상화한 협정이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을 억제할 수단으로 이스라엘/아랍 간 연합을 추진하려는 속내를 갖고 있다.

다만 미국이 지금껏 보여온 행보와는 달리 이란에 유화책을 추진하자 아랍 국가들의 혼란만 가중하고 있다는 게 엡스타인의 평가다.

엡스타인은 "이러한 분위기로 인해 온건한 아랍 국가들은 이란과 더 나은 관계를 모색하며 위험을 회피하게 됐다"며 "이란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은 공개적으로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보다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고 평가했다.

엡스타인은 아랍 국가와 이란이 완전한 화해의 길로 돌아가기 전에 미국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랍 동맹국을 되찾고 싶다면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원을 하고, 아랍국에도 안보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한 뒤 아브라함 협정이 체결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동맹국에 대한 강력한 지원은 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유대인과 무슬림 모두에게 신성한 성지가 있는 예루살렘을 서로 자신의 수도라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의회와 총리 관저는 이스라엘이 1949년부터 지배하고 있는 서예루살렘에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텔아비브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하면서 "평화 프로세스를 진전시키고 지속적인 합의를 위해 오랫동안 지연된 조처"라고 말했다.

엡스타인은 결국 미국의 확신에 찬 외교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바이든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의 평화협정을 필사적으로 모색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양국 간 관계 정상화는 이란을 화나게 할 것이고, 사우디는 미국의 확고한 지원이 없다면 협정을 피할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엡스타인은 사우디 분석가 모하메드 알리야를 인용해 "미국이 만들고 오랫동안 유지한 세계 질서는 어떠한 글로벌 행위자에 의해서도 파괴될 수 없다. 오로지 미국에 의해서만 파괴될 수 있다"며 중동 정세에 있어 미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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