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호흡기’ 단 쓱닷컴... 상품권 논란이 뭐길래

김은영 기자 2024. 6. 5.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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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플랫폼 가치 측정 지표 ‘총거래액(GMV)’
상품권 판매 중복 처리, 할인 판매 정상가로 산출
거래액 과다 계상 업계 관행 도마 위에
SSG닷컴 물류센터 '네오' 전경. /신세계그룹 제공

SSG닷컴(쓱닷컴)의 ‘1조원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을 둘러싼 신세계그룹과 재무적 투자자(FI)들 간 갈등이 일단락되면서, 이커머스업계가 산정하는 총거래액(GMV, Gross Merchandise Volume)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동안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되어 왔으나, 각 회사마다 GMV 산출 방식이 다른 데다 과다 계상이 업계의 관행이 되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상품권 논란’이 촉발한 이커머스 GMV 부풀리기

2018년 신세계그룹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 등 FI로부터 쓱닷컴에 1조원을 투자받았다. 그러면서 2023년 사업연도에 총거래액(GMV) 5조1600억원을 넘기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가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보유 주식 전량을 대주주(신세계·이마트)에 매수해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그러나 양측은 GMV와 IPO 조건을 놓고 다퉈왔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쓱닷컴은 2021년에 GMV 5조7174억원을 달성했고, 작년에도 5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또 복수의 투자은행(IB)으로부터 IPO가 가능하다는 의견도 받아 풋옵션은 사실상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이런 내용을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이마트는 작년 사업보고서에서 ‘매수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함으로 판단됨에 따라 기 인식한 금융부채를 제거했다’라고 밝혔다. 2022년 사업보고서에서 이마트는 “풋옵션을 자기지분 매입의무로 보아 금융부채 5879억원을 인식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FI 측은 쓱닷컴이 주장하는 GMV에 상품권 판매와 사용 등 중복 거래가 포함됐다며, 수치가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쓱닷컴에서 상품권을 판매했을 때 발생하는 1차 거래액과 해당 상품권으로 SSG닷컴에서 상품을 구매했을 때 발생하는 2차 거래액이 모두 포함된 것이므로 실질적 GMV는 풋옵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그래픽=정서희

◇산출 기준 제각각 GMV... 유일한 지표 삼아선 안 돼

이런 이견이 발생한 이유는 계약 당시 양측이 GMV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합의를 하지 않아서다.

GMV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발생한 모든 구매 건의 총액을 의미한다. 공식 기업회계 기준으로 집계되는 액수가 아니라, 서비스 전체 규모를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등 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신생 플랫폼들이 시장 점유율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 시초다.

그러나 명확한 산출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가 됐다. 상품을 할인해 팔아 놓고 정상가로 GMV를 산출하거나, 거래 취소나 환불의 경우도 GMV에 포함하는 게 관행이 되면서 투자 유치와 IPO를 위해 거래 규모를 키운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왔다. 실제 모 패션 플랫폼은 GMV를 발표했다가, 한 달 만에 취소·환불 금액을 빼고 수치를 다시 정정하기도 했다.

이번에 FI들이 문제 삼은 상품권 중복 거래도 GMV에 포함하는 게 업계 관행이다. 매출이라면 회계 기준에 따라 상품권이 판매됐을 때는 부채로 인식되고, 해당 상품권으로 판매가 이뤄지면 부채가 차감되면서 매출로 인식되어야 한다.

이런 탓에 오픈마켓과 같이 판매 수수료를 매출로 인식하는 플랫폼의 경우 GMV와 매출액의 차이가 크다. 쓱닷컴의 경우 지난해 GMV가 5조7000억원을 넘어섰지만,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6784억원이었다. 지난해 GMV 4조원을 넘은 국내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의 매출액은 9931억원이었다.

다만,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비중이 높은 쿠팡이나 컬리의 경우 전체 GMV와 매출액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소비자와 투자자의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GMV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플랫폼도 나온다. 하지만 신생 플랫폼의 경우 GMV 외에 내세울 수치가 없으니, 신뢰도가 낮더라도 GMV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GMV는 플랫폼의 성장성을 측정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지만, 회사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일한 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한편, 신세계와 이마트는 지난 4일 “투자자가 소유한 쓱닷컴 보통주 131만6493주 전부를 2024년 12월 31일까지 대주주가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삼자에게 매도하는 내용의 지분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신세계그룹 측은 “주주 간 계약을 새롭게 체결한 만큼, 풋옵션을 포함한 기존 계약 사항은 전부 소멸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와 이마트는 앞서 FI들에게 빌린 1조원의 투자금을 당장 돌려주지 않는 대신, 연말까지 그들이 가진 지분을 제삼자에게 팔아야 한다. 지분을 팔지 못할 경우 신세계그룹은 해당 지분을 1조원에 되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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