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이런 복덩이가? '마지막'이라는 절박함이 만들어낸 손호영의 '폭주'…늦게 펴도 결국 꽃은 만개한다 [MD광주]

광주 = 박승환 기자 2024. 6. 5.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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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손호영./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롯데 자이언츠 지난 3월 30일 LG 트윈스에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을 뿌리는 군필 사이드암 투수 우강훈을 내주고, 내야수 손호영을 영입하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군 복무까지 모두 마친 파이어볼러 유망주를 떠나보낸 롯데는 이 트레이드로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그만큼 상황이 급했다.

지난 겨울 '강정호 스쿨'까지 다녀올 정도로 반등을 위해 몸부림 친 한동희가 시범경기 기간 중 내복사근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 3루수를 잃게 된 까닭이었다. 특히 3월 한 달 동안 1승 6패라는 최악의 스타트를 끊을 만한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김태형 감독이 직접 움직였고, 염경엽 감독과 카드를 맞춘 끝에 우강훈을 내주고 손호영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손호영은 잦은 부상 등으로 인해 LG에서는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었다.

물론 트레이드는 단기간이 손해와 이익을 따지는게 쉽지 않지만, 손호영의 영입은 현재까지 대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호영은 롯데 유니폼을 입은 첫 경기에서는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나, 지난 4월 2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멀티히트를 터뜨리며 존재감을 드러내더니, 4일 한화전에서는 3안타 3타점으로 폭발하는 등 지난 4월 한 달 동안 28안타 2홈런 15타점 타율 0.322로 펄펄 날아올랐다. 그리고 좋은 흐름은 5월로 연결됐는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LG 시절에도 부상으로 인해 꽃을 피우지 못했던 손호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전열에서 이탈하게 된 것. 롯데 입장에서도, 손호영 입장에서도 그야말로 날벼락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엎질러 진 물을 담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손호영은 다시 1군으로 돌아오기 위해 재활에 매진했고, 지난 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전격 1군의 부름을 받았다. 그리고 손호영은 2개의 2루타를 폭발시키며 2득점을 만들어내는 등 다시 한번 자신의 이름을 롯데 팬들의 머리에 각인시켰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롯데 자이언츠

현재 손호영은 롯데에서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손호영이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하면서, 김태형 감독도 라인업을 꾸리는데 여유가 생겼다. 사령탑은 4일 경기에 앞서 '타선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에 "나승엽과 고승민이 자리를 잡아주고 있고, 손호영이 들어온 것이 크다. 4번 타자가 빠져있지만, 시범경기 때보다는 컨디션이 좋고,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생겼다"고 흡족해 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손호영은 4일 KIA 타이거즈와 맞대결에서도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으로 존재감을 뽐냈다. 첫 번째 타석에서 좌익수 뜬공, 두 번째 타석에서 투수 땅볼, 세 번째 타석에서 중견수 뜬공에 그쳤던 손호영의 방망이가 폭발한 것은 8회. 손호영은 5-0으로 크게 앞선 8회초 KIA의 바뀐 투수 김건국의 3구째 118km 커브를 공략해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의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폭발시켰고, 이 점수는 승기에 쐐기를 박는 점수로 연결됐다.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낸 복귀전에서 2안타를 친 손호영은 당황을 했었다고. 그는 "안타 두 개를 친 것은 기쁘긴 한데, 그래서 불안했다. 순리대로라면 안타가 안 나와야 하는데, 두 개가 나오더라"고 웃으면서도 "그래도 돌아오자마자 너무 잘 돼서 기분은 좋다"고 활짝 웃었다. 무엇이 불안했던 걸까. 그는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안 떨어졌다고 할 실력은 아니지만, 한 달 동안 부상을 치료받고 왔는데, 오자마자 잘하니 '야구가 이렇게 호락호락한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LG 시절 잦은 부상으로 인해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던 손호영. 롯데로 이적한 뒤에도 부상을 피해가지 못했던 만큼 마음고생도 있었던 모양새였다. 그는 몸 상태를 묻자 "100%"라며 "다쳤을 때 '자리를 비우면 누군가는 나타나는데, 자리를 비우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내게도 팀에게도 모두 안 좋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안타까웠다. LG에서도 다쳐서 많이 빠졌기 때문에 '롯데에서 또 반복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2군 코치님들과 트레이너들이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더 빨리 나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롯데 자이언츠 손호영./롯데 자이언츠

손호영이 자리를 비운 사이 롯데는 5월 한 달 동안 13승 1무 10패로 리그 3위에 해당되는 성적을 거뒀다. 주전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불가피한 입장이지만, 손호영은 롯데의 선전을 응원했었다. 그는 "원래 내 자리가 아니고, 경쟁을 하는 입장이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중계를 보면서 계속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팀이 이겨야, 내가 1군에 올라갔을 때 분위기가 더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경쟁자들이) 잘하는 것에 질투하거나, 시기할 건 없었다"고 말했다.

LG에서도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롯데로 온 뒤에는 더 큰 관심과 응원을 받고 있다. 특히 2일 복귀전에서는 손호영이 타석에 들어서자 롯데 팬들은 큰 함성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에 손호영은 "타석에 집중하고 있어서 잘 못 들었는데, 큰 함성이 나왔다고 하더라. 때문에 놀림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팬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너무 좋았고, 이겨서 더 좋았다"며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만큼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손호영이 롯데에 잘 적응하면서 최근 트레이드를 조명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손호영은 "그래서 들뜰까 봐 기사를 잘 안 보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보면 욕심이 생긴다"고 웃으며 "나는 나로 인해서 팀 분위기가 갑자기 좋아지고 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하겠다. 올 시즌 100경기 이상 뛰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까지는 가능할 것 같다. 더 관리를 잘 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LG 시절에는 피우지 못했던 꽃. 그러나 결국 늦게 피더라도 꽃은 만개한다.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절박하게 야구를 대하고 있는 손호영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향해 성큼성큼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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