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30대 초중반 청년층에서 늘어난다

김지환 기자 2024. 6. 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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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제공

정모씨(28)는 지난해 말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됐지만 여전히 부모와 함께 서울에서 살고 있다. 사회초년생 월급으로는 서울 시내 월세를 감당하기가 어려운 데다 보증금으로 낼 목돈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퇴근 뒤 부모와 함께 집에 있으면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적어도 월급에서 월세, 관리비, 식비 등이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내여야 안정적으로 독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30대 초·중반대 청년 중 캥거루족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캥거루족은 경제적 여유가 되지 않아 부모와 여전히 동거하는 청년을 말한다. 취업난과 주거비 부담이 심각해지고, 만혼이나 비혼주의가 확산하는 영향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캥거루족의 증가세는 청년층을 빈곤의 악순환에 빠뜨릴 수 있고, 부모세대의 노후대비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5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2024 고용패널조사 학술대회’에서 고용정보원 청년패널 2012∼2020년 자료를 분석한 ‘2030 캥거루족의 현황 및 특징’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현재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과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않은 채 학업, 군복무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따로 살고 있다’고 응답한 청년을 캥거루족으로 분류했다.

25∼34세 청년 중 캥거루족 비율은 2012년 62.8%, 2015년 66.6%, 2018년 68.0%로 상승하다가 2020년에는 66.0%로 소폭 하락했다. 논문은 “전반적으로 2012년을 기준으로 2020년까지 25~34세 캥거루족 비율은 증가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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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 증가세는 최근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더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25~29세 청년 중 캥거루족 비율은 80% 내외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30~34세 청년의 경우 2020년 기준 53.1%로 2012년(45.9%)보다 7.2%포인트 상승했다.

취업자보다는 미취업자의 캥거루족 비중이 최근 급속히 증가(2012년 47.4% → 2020년 66.0%)했다. 취업자 중에선 임시·일용직 등 고용불안정 청년층의 캥거루족 비중이 72.2%로 가장 높았다. 취업한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고임금 청년층일수록 캥거루족 비율이 낮았다.

정현상 한국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22년 ‘지난 10년간 청년층 캥거루족 특성 변화’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대학진학 이후 졸업까지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청년층의 주거독립이 늦어지는 현상이 더 심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노동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이 과거에 비해 보다 다양해졌기 때문이며 계약직과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도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캥거루족 중 상당수는 빈곤에 빠지거나 일을 하지 않고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도 않는 청년 니트(NEET)가 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 아울러 캥거루족 증가는 부모 세대가 노후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황 부연구위원은 “최근의 캥거루족 증가 현상은 30대 초중반 연령대에서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30대의 캥거루족 증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에서 자신의 소득을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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