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침체에 "기시다, 총재선거 이후 해산"
선거 참패 잇따르자 "지금 위험"
당내 '기시다 끌어내리기' 넘어야
내달 도쿄도지사 선거 또 시험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자민당의 정치 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자 당권 강화를 위해 이번 국회 회기내 단행하려던 중의원 해산을 사실상 단념하기로 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끝나 재선에 도전하며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5일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올가을 당 총재 선거 전 단행하려던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를 미루겠다는 의향을 주변에 전달했다. 자민당 정치자금 스캔들로 4월 중의원 보궐선거에 이어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 잇따라 참패하면서 ‘지금 해산해 선거를 치르면 의석이 줄어든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확산한 탓이다. 기시다 총리도 9월 총재 선거 재선에 집중해 가을 이후 해산을 검토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총리는 전날 해산과 관련한 기자단의 질문에 “지금은 정치 개혁을 시작으로 미룰 수 없는 과제에 전념하고 있다. 결과를 내는 것 이외에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기시다 총리는 4월 방미 성과와 경제 지표 호전, 디플레이션 탈출 등의 성과를 바탕으로 중의원 해산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6월 23일 국회 회기 종료 전, 지지율이 높을 때 중의원을 임기 만료(2025년 10월 30일) 전 해산하고, 다시 선거를 치러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는 한편, 당에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권력을 재편하는 그림이다. 그러나 자민당 파벌을 중심으로 벌어진 정치자금 스캔들에 발목이 잡히며 이 구상은 처음부터 스텝이 꼬였다. 기시다 총리가 나서 파벌 해체를 선언했지만, 관련자 처벌과 진상 규명이 용두사미로 끝나며 4월 중의원 보궐 선거에서 ‘텃밭’인 시마네현을 야당에 내준 데 이어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패했다.
최근 발표된 주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현재 중점을 둔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 통과로 신뢰를 쌓고, 8월까지 예정된 외교 일정으로 추가 성과를 내 총재 선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는 “여름 이후에도 낮은 지지율이 계속되면 자민당 내에서 새로운 선거의 얼굴을 요구하며 ‘기시다 끌어내리기’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재선에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미 집안에선 불안한 조짐이 보인다. 4일 예정됐던 정치자금규정법 개정안의 중의원 통과가 6일로 연기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야권과 수정안을 협상하던 자민당 내 논의가 꼬여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신문은 “강한 정권이라면 총리가 신뢰를 두는 (당 운영 책임자인) 간사장 아래 각각이 역할을 완수해 유기적인 협력을 도모한다”며 “그러나 현재는 기시다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 간에 신뢰 관계가 없고, 당 전체 기능 부전의 뿌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9월 총재 선거에 앞서 일본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7월 7일 진행되는 도쿄도지사 선거다. 최근 선거에서 연패를 당해 온 자민당은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도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와 협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입헌민주당의 렌호 의원이 ‘반 자민당, 비 고이케’를 내걸고 출마를 선언했다. 자민당 입장에선 ‘부전패’를 피하려 전(前) 자민당 소속이자 우파 계열인 고이케에 협력을 요청하는 모양새다. 다만, 자민당 국회의원이 가두 지원 연설도 못 하게 할 만큼 ‘자민 색(色)이 오히려 발목 잡는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인 데다 고이케 지사 주변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나와 양측의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이케 지사는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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