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용품 리뷰] 페리(PERI) 큐 ‘트윈 에보니’…“가성비 아닌 성능으로 승부”

황국성 MK빌리어드 기자(ceo@mkbn.co.kr) 2024. 6. 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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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디(Raedie) 카본 상대와 결합
하대 395g+상대 125g 최적 무게 조합
“카본 상대지만 나무 상대 타구감, 타구음”
위아래 단단해 묵직한 느낌 전해져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용품 리뷰 재개
페리(PERI) 큐 트윈 에보니. (사진=라이리코리아)
[편집자주] 당구 동호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 하나가 큐와 팁, 초크 등 당구용품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다. 제원과 가격 등 기본정보는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동호인들은 ‘사용후기’ 등 보다 실질적인 정보를 알고 싶어한다.

MK빌리어드뉴스는 ‘코로나19’로 중단한 당구용품 리뷰를 재개한다. 앞으로 기자와 동호인이 사용한 경험을, 최대한 가감없이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 없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리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이번에 소개할 용품은 페리(PERI)의 트윈 에보니(래디 카본 상대)다.

당구 동호인들 사이에 개인 큐 사용이 당연시되고 시장이 형성된지 얼추 20년 가까이 돼가고 있다. 그 시기를 5년 단위로 나눴을 때 최근 5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단연 ‘중국산’ 큐의 대중화다.

중국 쇼핑몰 광고를 하루에도 몇번씩 접하는 시대지만 아직도 우리 인식 속에는 ‘메이드 인 차이나’에 대한 불신이 있다. ‘장인’ ‘수작업’ ‘작품’이란 단어가 성능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지는 시장에 중국산 개인 큐가 등장하자 동호인 반응은 냉담 그 자체였다.

지금이야 여러 의미로 웃긴 이야기지만 동호인들 사이에선 모 브랜드, 모 브랜드의 어떤 큐는 사실 중국산이지만 국내산, 또는 외국 어느 나라 제품으로 속여 판다는 괴담이 주기적으로 돌기도 했다.

개인 큐 이용자들이 많아지고 동호인들의 경험도 축적되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도 사뭇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란 원산지를 밝히고 나름 차별화로 자리잡은 브랜드도 제법 눈에 띈다.

이번 ‘큐 리뷰’는 중국산 큐의 맏형이라 할 수 있는 ‘페리’(PERI)의 ‘트윈 에보니’ 제품이다. 페리는 포켓볼 선수나 동호인들에겐 한국 진출 전부터 낯설지 않은 브랜드로 중국에서 가장 큰 당구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1994년 중국 텐진(天津) 공장에서 시작한 페리는 포켓큐, 테이블, 당구용품 제작으로 일가를 이뤄 현재 전세계 36개국에 진출해 있다. 그리고 2017년 여름 ‘라이리코리아’(대표 김평)가 출범하며 한국 캐롬큐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2010년대 중후반은 국내 개인 큐 시장의 최전성기로 기억될 만큼 많은 국내외 브랜드와 큐가 격전을 벌이던 시점이다. 개인 큐 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지만 그만큼 중국산에 대한 의구심도 강했다..

현재 라이리코리아는 30만원대부터 시작해 400만원대에 이르는 큐 라인업을 갖추었고, 가방 팁 장갑 등 당구 동호인을 위한 거의 모든 당구용품을 다루고 있다. 페리 브랜드의 캐롬큐와 개인 용품 80%는 중국에서 생산하고 나머지는 한국에서 소량 생산하고 있다.

트윈 에보니는 페리큐 상위 라인 ‘PCH’에 위치한 제품으로 상세한 제원은 아래와 같다.

페리 큐 트윈 에보니 제원. (자료=MK빌리어드뉴스)
‘트윈’과 ‘에보니’라는 모델 명에서 알 수 있듯이 4방 7단 버터가 쌍둥이처럼 위아래에 위치해 있다. 또한 사람으로 치면 대퇴부라고 할 수 있는, 큐 특성의 상당 부분을 좌우하는 포어암은 흑단으로 제작됐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제품명보다 단순하고 직관적이다.

포어암은 흑단, 슬리브는 코코볼로, 각각의 목재를 위아래로 7단 버터가 감싸안은 큐를 보는 순간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큐 만드는데 고생 깨나 했겠네” “위아래가 단단하니 묵직하겠네”.

트윈 에보니 하대.
트윈 에보니 포어암.
트윈 에보니 슬리브.
이번 리뷰에는 패키지에 포함된 12쪽 상대가 아닌 라이리코리아가 판매 중인 래디(Raedie) 카본 상대를 사용했다. 기자도 처음 접하는 생소한 브랜드다. 추가적인 정보는 라이리코리아 김평 대표에게서 들었다.
래디(Raedie) 상대. (사진=라이리코리아)
래디 상대.
“래디(Raedie)는 미국에서 설계하고 제조하고 있습니다. 포켓큐 제조회사에서 캐롬용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이벤트성 취지에서 출발해 지금은 아예 새로운 브랜드로 시작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캐롬용 카본 상대 제작을 위해 시중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구해서 연구했고 기존 래디의 방식을 접목해 제작했습니다. 특징이라면 69㎝와 72㎝ 두 가지 타입으로 판매 중이며 제조 과정에서 나눠지는 카본 자체 퀄리티도 어느 상대보다 우수하다고 자평합니다. 카본 상대에 어울리는 래디 하대와 관련 용품들도 곧 출시할 계획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카본 상대를 사용한 경험이 있다. 동일한 또는 유사한 재질로 만든 상대지만 미묘하게 또는 확연하게 타구감, 수구 움직임이 다르다. 익숙치 않은 카본 상대 이용자들은 매 큐마다 미소와 한숨이 교차한다.

트윈 에보니 하대와 래디 상대.
리뷰용 ‘트윈 에보니’ 하대 무게는 395g, 래디 상대 무게는 125g으로 수치적으론 최적의 무게 조합이다. 큐 체결 후 엎드려 보니 밸런스에서 거슬림이 없다.

몇 차례 연습구 이후 바로 경기에 들어갔다. 큐를 다루면서 몇 가지 놀란 지점이 있다. 첫번째는 카본 특유의 느낌을 전혀 체감할 수 없었다. 눈을 감고 쳐보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틀릴 만큼 나무 상대 타구감, 타구음과 유사했다.

그럼에도 목적구를 밀어내고 변화 없는 수구 움직임, 상대적으로 긴 비거리 등 동호인들이 카본 상대를 찾는 매력 요소는 동일하다. 또 에펠형에 가까운 상대 형태도 당점을 구석구석 찌르기에 용이하다.

래디 상대와 결합한 ‘트윈 에보니’는 카본 상대의 강한 힘을 안정적으로 받아 준다. 허약한(?)하대에 카본 상대를 결합해 쓰다보면 상대의 힘을 받쳐주지 못해 종종 불쾌한 손맛을 느낀 적 있다. 이런 기억 탓에 카본 상대를 쓸 땐 하대의 성질에 좀 더 예민해진다.

‘트윈 에보니’는 가볍게 굴려칠 때, 또는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할 때 모두 기분 좋은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기자는 동호인들이 흔히 말하는 ‘손맛’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지만 ‘트윈 에보니’와 래디 카본 상대의 조합에선 그 맛이 어떤 것이란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카본 상대는 날이 바싹 선 칼과 같다. 하대를 쥔 팔이 아차 하는 순간 두툼하게 노린 목적구를 내 공이 할퀴고만 지나갈 수 있고 큐브릿지를 쥔 손가락 힘에 따라서도 공 움직임이 변화무쌍해진다. 반면 날 선 칼의 성향을 알게 되면 그만큼 이용할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해진다. 과연 가능할까?라며 의구심이 들던 배치를 의외로 쉽게 풀 수 있고 속도 조절로 해결하던 키스 피하기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꽉 찬 느낌의 큐가 당구를 얼마나 재미있게 해주는지 경험자는 알 수 있다. 당구의 재미는 승패에만 있지 않다. 같은 1점이라도 플레이어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 가는 재미는 설사 경기 결과가 안 좋더라도 또다른 차원의 경험을 선사해 준다.

원산지에 따라 성능을 가늠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성비가 중국산 큐의 최고 가치라고 외칠 필요도 없다. 짧은 기간 ‘트윈 에보니’를 사용하면서 큐 성능만으로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경험을 얼마나 많은 동호인들이 체험할 수 있게 하는지는 페리에게 남겨진 숙제다. [김두용 MK빌리어드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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