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매출 뻥튀기 놓친 PwC, 중국서 퇴출 위기… 고객사 줄줄이 등 돌려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6. 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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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회계시장 1위 달리던 PwC
헝다 매출 부풀리기 못 잡아내
상장 고객사 21곳 계약 종료
中 회계시장 지각변동 가능성

세계 4대 회계·경영 컨설팅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중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였다. 중국 부동산 위기를 불러온 대형 개발사인 헝다의 매출 부풀리기를 잡아내지 못해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난 데다, 신뢰도까지 바닥나면서 대형 고객사들이 줄줄이 PwC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있어서다. 중국 회계 시장 1위를 달리던 PwC가 흔들리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과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정유기업 중국석유는 최근 PwC에 감사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중국 국영 기업은 최대 8년까지 한 회계법인에 감사를 맡길 수 있는데, 중국석유는 3년 만에 회계법인을 교체하는 것이다. 심지어 중국석유는 지난달 PwC와 재계약하기로 하고 이날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철회했다. 중국석유가 지난해 PwC에 지급한 감사수수료는 4600만위안(약 87억원)에 달한다.

중국 베이징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석유를 포함해 올해 현재까지 PwC와의 계약을 종료한 중국 본토 A주(대형주) 상장사는 19곳, 홍콩 상장사는 2곳이다. 지난해 기준 PwC는 107개의 A주 고객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 중에서 20% 가까이 빠져나간 것이다. 지금까지 17곳이 PwC에 지급하던 감사수수료를 공개했는데, 총 2억위안(약 380원) 규모다. 특히 감사 수수료가 4000만위안 이상인 대형 고객사 중 초상은행과 중국인민보험이 PwC에 등을 돌리면서, 대형 고객사는 중국생명보험, 중국은행, 차이나텔레콤 3곳만 남은 상태다.

PwC는 헝다 사태에 연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중국 부동산 침체의 시발점으로 꼽히는 헝다는 올해 초 2019~2020년 2년간 매출을 5641억위안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 PwC는 이 기간을 포함해 10년 넘게 헝다의 회계 감사를 담당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부실 회계감사 혐의로 PwC에 10억위안(약 189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중국 회계 관련 벌금 중 지난해 딜로이트가 납입한 2억1200만위안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PwC의 중국 내 일부 사무소도 운영이 정지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 당국은 아직 PwC에 대한 처분을 발표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중국 자본시장에 대한 감독이 엄격해진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과징금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에만 197개 회계법인과 509명 회계사에 행정처분을 내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3.2%, 21.8%씩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25개 회계법인이 행정처분과 규제 조치를 받았다. 특히 8개 회계법인에 9건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총 9600만위안(약 180억원)에 달한다. 중국은 과징금에 더해 사업소득을 몰수하고 회계사 개인에게도 벌금을 물리기 때문에 회계법인이 받는 타격이 크다.

PwC가 흔들리면서 중국 회계 시장에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중국에는 9000여개의 회계법인이 있는데, PwC는 2022년 기준 79억위안(약 1조4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수년째 업계 1위를 달려왔다. 하지만 당장 올해 중국 내 매출 1위는 언스트앤영(EY)이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Y는 현재 중국 주요 보험사 8개 중 5개의 감사를 맡고 있는 등 대형 고객군이 탄탄하다.

최악의 경우 PwC가 중국에서 손을 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 경제매체 시나파이낸스는 미국 5대 회계법인이었던 아서앤더슨이 2000년대 초 미국 에너지기업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을 잡아내지 못해 결국 파산한 사실을 언급하며 “유명 부동산 업체에 대한 파문이 확산하면서 이같은 장면은 PwC에게도 재연될 수 있다. 공교롭게도 아서앤더슨 파산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이 바로 PwC”라고 했다.

이미 EY를 비롯해 딜로이트, KPMG 등은 공격적 채용을 통해 PwC 인력을 데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PwC는 수주 가격을 낮춰 대응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감사업계 관계자는 “(이번 헝다 사태로 인해) PwC 감사 서비스의 질과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고, PwC에 대한 당국의 감독도 강화될 것”이라며 “PwC의 사업 규모와 시장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라고 중국 경제매체 금융계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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