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구림 작가, 국립현대미술관장 고소…유례없는 파국

노형석 기자 2024. 6. 5. 12: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끝내 파국을 맞았다.

한국 미술계에서 1960~70년대 전위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원로작가 김구림(88)씨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지난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냈다고 5일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회고전 도록 재발간 협상 결렬 직후
작가가 초대전 연 국가미술관 고소
지난 3월28일 낮 서울 평창동 자신의 작업실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구림 작가. 흑백사진 같은 색조를 덧씌워 작품 실물 색상이 왜곡됐다는 주장을 제기한 국립현대미술관의 회고전 도록(왼쪽)의 유화 작품 ‘세 개의 원’(1964·영국 테이트모던 소장)과 실물의 색상이 온전히 재현된 다른 도록의 같은 작품을 비교하며 설명하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미술관과 문화체육관광부에 도록 폐기와 재발간 등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외면당했다”면서 소통이 되지 않는 한국을 떠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노형석 기자

끝내 파국을 맞았다.

한국 미술계에서 1960~70년대 전위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원로작가 김구림(88)씨가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처벌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지난 4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냈다고 5일 밝혔다. 고소 건은 종로서 수사과에 배당됐으며 이후 김 작가와 미술관 관계자 등의 조사 절차를 거쳐 검찰 송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김 작가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미술관 학예실이 기획한 회고전을 열었으나 출품작 선정과 도록의 인쇄상태, 내용 등을 놓고 미술관 쪽과 극단적인 견해 차이를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작가는 전시가 끝난 직후 미술관 쪽이 배포하려 한 전시 도록의 작품도판 인쇄상태가 실물과 다르다며 도록폐기와 재인쇄를 요구했고 그 뒤 4~5월 미술관 쪽과 재인쇄 조건을 놓고 1달여간 협상했으나 최근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의 도록은 지금도 배포가 보류된 상태다.

김 작가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도록 설명에 오기가 적지 않고 도판 순서 등에도 문제가 있어 출품작 외 작품들 도판을 따로 넣고 내용도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한다는 요구를 전달했으나 미술관이 거절하면서 도록 재발간은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의 의향대로 작품을 내보여야 하는 저작권법상의 동일성 유지 원칙이 침해됐고, 미술관의 무성의한 대응으로 내 명예도 심각하게 손상돼 부득이 형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애초 작가가 요구한 대로 도록 인쇄용지의 색깔과 내용 일부만을 수정하는 선에서 2쇄를 찍는 쪽으로 협의하려 했으나 작가가 논의 도중 내용의 대폭 수정과 미출품작 도판 추가 등 사실상 새 도록을 만들라고 요구했다”며 “한정된 국가 예산을 쓰는 미술관 입장에선 감당하기 어려워 논의가 중단된 상태”라고 해명했다. 미술관 쪽도 ‘한겨레’가 김 작가의 고소사실을 보도한 직후인 이날 오후 ‘작가의 무리한 요구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매우 유감’이란 공식 입장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미술관 쪽은 자료를 통해 “2쇄 제작을 앞두고 작가 쪽이 편집자 교체와 편집방향의 전면수정, 미출품작 도판 대량 추가 등 전작도록 제작에 해당하는 요구를 했다”며 “개인전 도록 제작에 대한 미술관 방침을 넘어 특혜를 요구한 것으로 수용하기 어려우며 고소진행과 관련해서는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미술관이 열어준 초대전시의 결과물을 두고 작가가 저작권과 명예를 침해당했다며 형사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작가는 물론 국가미술관의 권위와 공신력 실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