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예산 미국의 50분의 1 불과… 총량 안되면 선택과 집중해야”[문화산업포럼 2024]
“매년 1000명안팎 인재 양성
현장 투입 충분한 투자 필요”
“소형언어모델·온디바이스 등
데이터산업 틈새시장 노려야”
미국과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앞세워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 장악에 나선 가운데, 절대적인 AI 인재 총량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경쟁국에 뒤지지 않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인재 측면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미 배출되기 시작한 고급 인력들이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 투자에 있어선 기구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FKI타워(옛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문화산업포럼 2024’의 2세션 ‘한국 산업과 미래 전략’에 토론자로 나선 이경무 서울대 석좌교수 겸 AI전략최고위협의회 민간위원은 “우리나라의 AI 관련 예산은 미국의 50분의 1, 중국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며 “총량으로 당할 수 없다면 전략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현재 국내에는 20개의 AI대학원 및 AI 융합혁신대학교를 통해서 매년 1000명 내외의 석박사급 AI 고급인재가 양성되고 있다”며 “선제적인 인재육성정책은 고무적이지만 경쟁국들에 비해서 인재양성에 충분한 투자와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한 “AI로 인한 실제 산업적 부가가치는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대부분 발생할 것”이라며 “AI 기술의 산업 분야로의 적용 및 확산을 위해선 해당 도메인의 지식을 겸비한 충분한 수의 AI 응용 인재의 확보가 전제돼야 하고, 동시에 창의적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많은 스타트업들이 육성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도 토론에서 기반이 잘 다져진 산업 분야에 집중해 AI 관련 부분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 정책관은 영국 데이터 분석 미디어인 토터스인텔리전스의 글로벌AI지수 조사를 인용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R&D), 인재, 민간투자 3가지 부문에서 순위가 굉장히 낮고 특히 민간투자의 경우 100으로 봤을 때 8% 수준에 불과해 과연 따라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도 “거대언어모델(LLM)을 비롯해 AI의 추세에 대해선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고, 소형 LLM모델부터 온디바이스(내장형) AI까지 다양한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엄 정책관은 “인프라 쪽에서는 반도체 관련된 부분, 저전력 AI 반도체로 가야 하고 클라우드 산업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사업자들과의 전략적인 움직임,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데이터 산업의 경우 무료 데이터, 기구축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이경무 교수는 “LLM으로 가는 길은 현재 진퇴양난 상황”이라며 “AI 응용 부분에서 최대한 빨리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AI 기술을 가지고도 제조, 의료, 금융, 모빌리티, 엔터테인먼트, 물류, 서비스, 국방 등 많은 분야에서 최소한 기존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새로운 산업 분야 창출 등도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스타트업 및 중소벤처기업에 AI 응용 인재가 없다는 점, 오픈된 기술을 가져다 쓸 수는 있지만 변형 개발할 능력이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각 산업 센터별로 중심에 있는 사람이 AI를 공부하든, 아니면 AI 원천 기술을 공부한 사람이 빨리 이런 도메인 쪽으로 넘어오게 뭔가의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적인 것이 있어야 한다”며 “모아놨지만 사장되다시피 하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면 활성화 시켜서 실제로 쓸 수 있게끔 할지 추가적인 정책 프로그램들이 나와줘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타트업 뛰어드는 인력들에
기회 창출할 정책 지원해야”
“자동화로 일자리 줄지 않아
일자리의 방식이 달라질 뿐”
좌장을 맡은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는 “지금 대학에 보면 AI 이름이 붙은 학과들이 굉장히 많은 데, 배출되는 인력은 많아졌다고 봐야 한다”며 “결국 이 인력들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스타트업으로 가는 인력들이 기회를 좀 더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2세션 토론에서는 AI가 일자리를 어느 시점에 어느 수준까지 대체하게 될지에 대한 의견도 오갔다. 한 대표는 “한 직업을 대체 한다는 건 굉장히 어렵다”면서 “자동화될 거는 굉장히 많지만 직업이 그렇게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구 모니터딜로이트 파트너는 “AI 때문에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일자리의 성향이 좀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일하는 방식이 바뀔 거고 여기에 적응해 세분화해야 해서 직무는 오히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소현·김영주·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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